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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후기('노부코' 제1부) - 미야모토 유리코 "노부코"는 1924년쯤부터 3년 정도 들여 썼다. 마침 제1차 유럽 대전이 끝날 즘부터 그 후의 몇 년에 걸친 시기에 일본의 한 여성이 사람 및 여자로서 하염없이 성장하고 싶단 열망에 이끌려 주어진 중류적 환경 속에서 소박하나마 힘을 담아 날갯짓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현실을 그렸다. 제1차 유럽 대전 후, 일본에도 민주적 사회란 자각이 싹트기 시작해 오래된 계급 사회서 해방되려는 움직임과 그 문학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부코'의 작가는 당시엔 아직 그런 새로운 역사의 전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노부코'의 고뇌와 바람이란 만들어진 사회의 상투에 승복하지 못하는 한 여자, 한 인간의 절규로서 그려진 것이었다. "노부코" 한 편을 통해 작가는 이제까지 자신을 살려 온 환경의 플러스.. 2023. 3. 4.
후기('내일을 향한 정신') - 미야모토 유리코 오늘날 우리의 생활에 내일이란 세계의 역사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내용이리라. 오늘에서 내일로 옮겨 가는 게 단지 밤에서 아침으로 바뀌는 걸로 느끼는 사람은 이제 한 명도 남지 않았으리라. 내일을 잘 맞이하고 싶단 심정은 오늘날의 생활을 한 층 더 절실히 사랑하고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걸 한없이 흡수하고, 내일로 이어질 우리의 두 번 다시 없을 생명을 꽃피우고 싶단 바람을 얹는다. 우리 여자가 가진 그 바람과 뜨거운 동맥이 이 안에 모인 소설 속에서 울리고, 또 그 자연스러운 울림이 가슴 자락에 담긴 생기 넘치는 생활의 동맥을 깨우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거 같다. 쇼와 15년 9월 1940년 9월 2023. 3. 3.
후기('아침 바람') - 미야모토 유리코 이 단편집은 내 작품 중 조금 독특한 한 권이 되었다. 권두의 '아침 바람'은 쓴 지 얼마 안 된 작품이나 다음 '모란' 이하의 작품은 쇼와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코이와이 일가'에 이르는 사이에 수많은 세월이 담겨 있다. 이제까지 출판된 책 안에 들어가지 못한 작품을 모아두고 싶어졌다. 보기에 따라선 하나의 연륜이 여기 있다 할 수 있다. 한 그루 나무도 성장하는 과정에는 이겨낸 겨울의 추위나 눈 무게에 따라, 또 여름 바람의 강약에 따라 더더욱 연륜을 드러내는 듯하다. 내 연륜은, 이 안에 담긴 생활은 어떤 계절을 버텼을까. 이 한 권은 부부 독자가 부부로 살아온 인생의 계절에, 어떤 아침저녁의 마음에 어떻게 말을 걸까. 쇼와 15년 10월 [1940년 11월] 2023. 3. 2.
나츠메 소세키론 - 모리 오가이 하나. 오늘의 지위에 오른 경로 정략이란 게 있는지는 모르겠다. 소세키 군이 지금 위치한 곳은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은 건 명백하다. 그렇다면 소세키 군이 지금 자리에 앉는데 어떤 정책도 펴지 않았다 믿는다. 둘, 사교상의 소세키 두 번 만난 게 전부이나 훌륭한 신사라 본다. 셋, 문하생을 대하는 태도 내가 아는 바론 문하생에 해당하는 건 모리타 소헤이 군 하나이다. 사제 관계는 정이 굉장히 깊지 싶다. 모즈메 씨를 비롯한 두 여사에겐 박정하단 말이 있는 모양이지만 그 두 여사는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따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넷, 재산 소세키 군의 집을 찾은 적이 없고 또 남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재산 운운을 해본들 그리 부자일 거 같진 않다. 다섯, 한 가정의 대들보로서의 .. 2023. 3. 1.
한산습득 후기 - 모리 오가이 츠레즈레구사에 최초의 부처는 어떻게 생겼냔 말에 곤란해했단 이야기가 있다. 어린애가 뭘 물어봐 곤란해지는 일은 곧잘 겪는다. 개중에서도 종교 이야기는 대답이 궁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질문을 무시하고 대답하지 않아서야 거의 거짓말이라 말하는 꼴이 된다. 요즘 들어 귀일협회 등에선 아이를 위해 안 좋은 일이라 말하기에 조심하고 있다. 한산시가 곳곳에 활자책으로 나오는 모양인지 광고가 곧잘 눈에 밟힌다. 우리 애도 그걸 봤는지 책을 사달란다. "그건 한자가 많아서 넌 아직 못 읽어"하고 말하니 이번에는 또 "어떤 내용인데요"하고 묻는다. 아마 광고야 교양을 위해 읽어야 한다 써져 있던 거겠지. 아이 딴엔 어떻게든 내용을 알고 싶은 거다. 나는 일단 이렇게 말했다. 토코노마에 걸려 있는 그림 알지? 중국 사람.. 2023. 2. 28.
예술의 주의 - 모리 오가이 본래 예술에 주의란 건 없지 싶다. 예술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주의이다. 그런 걸 옆에서 보내 제각기 다른 주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따름이다. Emile Zola는 자신의 예술에 자연주의란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쓰는 사이에 서서히 그 주의란 것에 얽매여 버렸고 느즈막에 낸 두세 개의 작품은 굉장히 지루해졌다. 얼마 전엔 이탈리아의 Fogazzaro가 죽었다. Il Santo(Fogazzaro의 소설)에 드러난 가톨릭교에 동정하는 심리를 종교의 억압을 받아 더욱 보수적으로 드러내 죽기 전에 한 소설을 썼다. 하지만 이는 가톨릭주의가 되어 예술상의 품질은 전보다 떨어지고 말았다. 무엇이든 주의로 굳어버리면 안 되나 보다. 자연주의란 건 단지 자연에 접촉하듯이 쓰는데 의의가 있다고 보면 된다. 예술이란.. 2023.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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