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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모리 오가이

한산습득 후기 - 모리 오가이

by noh0058 2023.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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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레즈레구사에 최초의 부처는 어떻게 생겼냔 말에 곤란해했단 이야기가 있다. 어린애가 뭘 물어봐 곤란해지는 일은 곧잘 겪는다. 개중에서도 종교 이야기는 대답이 궁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질문을 무시하고 대답하지 않아서야 거의 거짓말이라 말하는 꼴이 된다. 요즘 들어 귀일협회 등에선 아이를 위해 안 좋은 일이라 말하기에 조심하고 있다.

 한산시가 곳곳에 활자책으로 나오는 모양인지 광고가 곧잘 눈에 밟힌다. 우리 애도 그걸 봤는지 책을 사달란다.

 "그건 한자가 많아서 넌 아직 못 읽어"하고 말하니 이번에는 또 "어떤 내용인데요"하고 묻는다. 아마 광고야 교양을 위해 읽어야 한다 써져 있던 거겠지. 아이 딴엔 어떻게든 내용을 알고 싶은 거다.

 나는 일단 이렇게 말했다. 토코노마에 걸려 있는 그림 알지? 중국 사람인 듯한 사람 둘이 웃고 있잖아. 그 사람들이 한산하고 습득이야. 한산시는 그 한산이 쓴 시고, 꽤나 어렵지. 하고서.

 아이는 조금 이해가 갔는지 "시는 어려워 이해하지 못할 수 있지만 그 한산이란 사람이나 같이 있는 습득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하고 물었다. 나는 도리 없이 한산습득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마침 그때 이야기 하나를 써달란 부탁을 받은 참이었다. 때문에 아이에게 한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옮겼다. 평소와 달리 한 권의 자료도 보지 않고 썼다.

 이 '한산습득'이란 이야기는 아직 서점엔 가지 않았으나 아마 신소설로 분류되리라.

 아이는 이야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아마 어른 독자는 한 층 더 만족하지 못하리라. 대화가 끝난 뒤에도 아이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나는 도리 없이 다 답해주었지만 그걸 모조리 썰 수는 없다. 가장 곤란했던 건 한산이 문수고 습득이 보현이라 말했다 이번엔 또 문수하고 보현은 누구냔 질문을 받았고 간신히 어떻게든 대답하니 이번엔 또 왜 문수가 한산이고 보현이 습득인지 모르겠다 물었을 때였다. 나는 기어코 미야자키 토라노스케 씨 이야기를 했다. 미야자키 씨는 스스로를 메시아라 말하며 그 메시아를 모시러 가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사례로 설명했으니 알기 쉬웠겠지 싶다.

 하지만 이 설명은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아이에겐 과거의 한산이 문수인 걸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지금의 미야자키 씨가 메시아란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산 넘어 산을 느꼈다. 그리고 기어코 말했다. "사실 아빠도 문수인데 아무도 모시러 오질 않네."

다이쇼 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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