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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모리 오가이

'현대어 번역 겐지모노가타리' 서문 - 모리 린타로

by noh0058 2023.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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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겐지모노가타리를 현대 입말로 번역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 문제의 해결을 꾀하는 게 이 책의 서문으로 적당하지 싶습니다.

 단순히 필요가 있는가 하고 말한다면 시대가 그걸 요구하냐는 뜻이겠지요. 어리석은 제게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이를 피해 필요한가 불필요한가 하는 문제를 제 손에 담기는 방향으로 가져가려 합니다. 어떤 방향인가. 저는 문제를 제 개인으로 옮기고 싶습니다.

 현대 입말로 번역한 겐지모노가타리를 원하는가. 누가 제게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원한다고 말할 겁니다. 저는 이 이야기의 번역본을 절실히 요구합니다.

 요즘 들어 일본과 중국의 고문헌, 고문으로 쓰인 근대인의 저서 등이 수없이 번역됩니다. 하나같이 시대가 요구하는 걸지도 모릅니다만 그 안에 제가 바라는 책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합니다. 개중에 근대인이 쓴 평이한 한문을 번역한 책 따위 저는 조금도 원치 않습니다.

 제가 바라는 건 고사기처럼 굉장히 오래된 국문의 번역입니다. 그리고 살짝 쉬운 이야기 중에선 겐지모노가타리의 번역본을 가장 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번역본이란 마냥 현대어로 옮기는 걸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저는 어리광쟁이 아이와 같아서 원하는 걸 받더라도 그 품질에 따라 쉽사리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저도 이 책에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겐지모노가타리를 번역하기 적합한 사람을 저와 같은 시대 사람 사이서 찾는다면 요사노 아키코 씨만한 사람이 없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겐지모노가타리가 올바른 사람에게 번역된 셈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제 개인적인 입장에선 현대어로 된 겐지모노가타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요구가 이 책으로 충분히 이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왜 이야기 중에서 특히 겐지모노가타리를 번역해 주길 바랐나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저는 겐지모노가타리를 읽을 때마다 항상 어떤 저항에 이기지 않고선 진정한 뜻에 이르지 못한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현대어가 아니라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어느 날 고인 마츠나미 스케유키 씨께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마츠나미 씨는 겐지모노가타리는 글이 좋지 않다 말했지요. 꽤나 배배 꼬인 영감님이니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 겐지모노가타리의 문장을 폄해할 건 못 되겠지요. 하지만 겐지모노가타리의 문장은 말의 오래됨과 별개로 읽기 쉬운 문장이 아니란 건 사실이지 싶습니다.

 그렇게 보면 특히 겐지모노가타리의 번역본을 원한 저나 아키코 씨의 이 책을 얻어 기뻐하는 저와 같은 생각인 사람도 적지 않을 테지요.

메이지 45년 1월

모리 린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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