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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나가이 카후

모리 선생님 - 나가이 카후

by noh0058 2023.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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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여러 잡지나 신문을 통해 모리 선생님에 관한 집필을 요청받았으나 이번 경우엔 뭘 쓰면 되나 정리가 잘되지 않는다. 좀 더 시간을 두어야 뭐라도 쓸 수 있을 듯하다.

 모리 선생님이 예순 평생을 들여 연구한 학예는 거의 백과사전처럼 광범위하다.

 내가 아는 건 선생님이 쌓아 올린 문예의 한 국면에 지나지 않는다. 그마저 자세히 보면 굉장히 복잡하다. 문학자로서 모리 선생님을 보는 건 먼저 비평가, 번역가, 희곡가, 소설가, 한시가, 카진으로서의 선생님이 남긴 저술을 다시 읽고 나서 해야 할 일이지 여기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선생님은 일본 문학을 새로 부흥시키신 분이다. 하지만 일본 문단에 대해선 어디까지나 딜레당트의 태도를 취하셨다. 이는 일본의 국가적 정서와 문단의 기풍을 알아보려 할 때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지 싶다.

 문학잡지 신쵸는 늘 추잡한 말로 모리 선생님의 소설을 매도했다. 특히 선생님이 '오오시로 헤이치로' 한 편을 츄오코론에 기고했을 때 신쵸 기자가 한 폭언은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에도 시대 문학은 방탕아의 유희였다. 켄유샤의 문학은 재능인의 한때에 지나지 않았다. 현대 다이쇼의 문학은 견해의 폭이 편협하고 천박한, 말하자면 서생 내지는 서생인 체 하는 사람의 문학이다. 신사의 문학 내지 사대부의 문학이라 할 수 있는 건 과거 왕조면 또 모를까 근대 일본에는 오랫동안 존재하지 않았을 터이다.

 역대 중국 시인은 옛날부터 모두 관직에 앉은 사람들이었다. 오늘날 외국에서 옛 중국처럼 관직에 신분을 둔 채 능히 시문을 쓰는 사람 중엔 프랑스 대사 클로델 등이 있다. 퍼렐도 로치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해군 사관이다. 현대 일본에서 이백과 두보를 연상시키게 하는 건 모리 선생님 한 분뿐이셨다.

 나는 현대 다이쇼 문학을 매도하며 편협하고 천박하다 말했다. 서생의 문학이라 말했다. 모리 선생님이 성욕에서 소재를 따온 '비타 섹슈얼리스' 또는 기녀의 정사를 묘사한 '동반자살' 같은 단편 소설을 읽고 이를 당대 작가 작품과 비교해 보라. 내 말이 마냥 매도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으리라.

 의사명전은 나니와부시서도 논해진다. 기타유서도 논해진다. 코단서도 논해진다. 델로린 사에몬 또한 이를 논한다. 그 사실은 매한가지나 기품서 상하의 차이가 있다.

 기품이란 예술의 정수이다. 현대 일본 문학은 모리 선생님의 문학을 통해 그 기품을 뒷받침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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