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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245

가장 뛰어난 체계를 갖춘 근대극 총서 - 키시다 쿠니오 문예작품의 가치를 공리적 관점에서 논하는 건 내 취미에 맞지 않는다. 띠라서 근대극을 읽는 게 얼마나 이로운 일인지는 정말로 문학을 사랑하는 자만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내가 신뢰하는 하세가와 미노키치 군의 손에 '근대극 전집'이 간행되는 지금,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싶다. 하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 새로운 희곡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물론이요 비교적 희곡과 가깝지 않은 사람도 부디 이 전집을 읽어 "이게 희곡의 재미구나"하는 "재미"를 발견하여 문학 감상의 눈을 넓혔으면 한다. 하나, 오늘까지 일본에 소개된 해외 희곡은 주로 번역가 개인의 취미를 기준으로 선택되었다. 그 결과 당연히 소개되어야 함에도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가 및 작품이 다수 전재했다. 때문에 이번엔 각국 문.. 2022. 8. 13.
'만주 문학 선집' 선자의 말 - 키시다 쿠니오 만주에 문학이 생기려 하고 있다. 대다수는 만주에 문학을 만드려는 사람들의 손을 통해서. 나는 작년 만주 곳곳을 걸으며 그곳에 새로운 나라가 새워지고 몇몇 민족의 전혀 다른 전통과 생활 속에 만인에 공통되는 역사가 호흡하는 걸 느꼈다. 이것이 이윽고 민족의 특수성을 넘어 허투루 볼 수 없는 국민적 의식의 형태를 갖춘다면 전례 없는 정신의 한 형태를 보여주리라는 기대도 품곤 했다. 몇 개의 언어로 적힌 이러한 작품도 어쩌면 아직 일본 문학이며 중국 문학이자 러시아 문학일지 모른다. 하지만 문학을 기르는 환경과 시대의 영향은 작가가 의식 여부에 무관하게 그 사고와 감성 위에 또렷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만주 문학이 젊으면 젊을 수록 큰 희망을 품고 있다. 왜냐면 진짜 전통이란 건 항상 늙지 않는다 믿기.. 2022. 8. 12.
쉬아레스의 '세 사람'(미야자키 미네오역) - 키시다 쿠니오 나는 과거에 쉬아레스를 알기 위해 또 동시에 '프랑스 사람이 본 입센'을 확인하기 위해 이 'Trois Hommes'를 읽었다. 근대극의 시조란 이름으로 또 깊이 있는 사상극 작가란 이름으로 이 북유럽의 천재를 보던 내 눈앞엔 곧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민족의 꿈과 고질병을 짊어지고 심지어는 이에 맞서는 거친 고독의 혼이었다. 우리가 단순히 '입센적이다'하고 생각하는 것 중엔 실제론 되려 '노르웨이적'이라 해야 마땅할 기후가 감돌고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이 거대한 정신을 새로 이해하기 위한 열쇠를 받은 것처럼만 느껴졌다. 이 발견은 더욱이 파스칼 및 도스토옙스키의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나는 이 '세 사람' 덕에 다양한 감동과 즐거움을 맛보았는데 무엇보다 큰 이익이었던 건 입센이 노르웨이 사람.. 2022. 8. 12.
'월, 수, 금' 후기 - 키시다 쿠니오 졸업 작품의 채점을 명받을 때 가장 곤란한 건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이다. 또 내가 준 점수의 숫자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제삼자가 이해할 수 있느냐라는 점도 있다. 단지 학교 성적이란 대개 그런 모양이지 않은가. 딱히 어렵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본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만 없다면 내 뜻대로 해도 되겠지 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 작품집을 만들면서 우리반에서 오오키, 하치야 두 명의 작품을 고른 것도 두 학생의 명성(?)보다도 되려 다른 학생들을 고려한 결과라고 단언할 수 있다. 요컨대 오오키, 하치야 두 사람은 앞으로 이 이상의 걸 써낼 수 있으나 다른 학생들은 지금 세간에 발표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냐는 뜻이다. 애당초 누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작가나 평론가를 육성하는 기관이란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2022. 8. 10.
후일담 - 키시다 쿠니오 내가 분게이슌쥬샤 특파원으로서 북지에 간 건 작년 시월이었다. 왕복 이동을 포함해 고작해야 삼 주라는 짧은 여행이었으나 다시 경한선 방면은 창덕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이라서 낭자관이 아직 함락되지 않았고 보정, 정현 부근에는 패잔병이 빈번히 출몰해 방심할 수 없을 때였다. 석가장에서 옛 친구인 비행부대장을 찾은 건 "북지물정"에도 적었으나 그 후 대령에게 편지가 왔는데 안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부하가 보여줘서 분게이슌쥬를 읽었어. 자잘한 부분까지 기억하는 게 대단하더군. 그때 지팡이를 두고 가지 않았나? 아마 자네일 거란 생각에 본부에 보관하고 있는데 보내는 것도 성가시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듣고 보니 출발할 적에 등산용으로 끝이 뾰족한 회색 지팡이를 사서 군도 대신에 차고 다녔던.. 2022. 8. 9.
연습곡 - 키시다 쿠니오 ――나는 이렇게 구름을 보고 있지. 너는 그렇게 신문을 보고 있고. 그 애가 오면 누구에게 먼저 말을 걸까? ――스물다섯, 여고 졸업, 애교 풍부, 불행히 준비는 되어 있지 않고, 직업은 바라지 않으며 온정을 풀어 줄 사람을 찾고 있다. ――저 신발 소리는 꽤 침착한걸. 너 커피 마실 거야? ――마실래. 신용 및 상품 지참, 재산과 증인 불필요, 할부도 가능. ――야, 왔어……。 ――오래 기다리셨나요……? ――XX코 씨, 저는 지금 저 하늘서 당신의 그림자가 비치지 않을까 하고…… ――좀……이상하네요. 보지도 않고…… 뭐 재미난 거라도 실려 있나요? 202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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