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245 카토 미치오의 죽음 - 키시다 쿠니오 또 작가 하나가 자살했다. 그런 감각으로 뉴스를 받은 사람이 꽤 되겠지 싶다. 나는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으로서 그가 죽음을 택한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싶었다. 하지만 여러 사정을 종합해 생각해도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이유를 꼽는 건 불가능하단 결론에 이르렀다. 그가 소속된 문학좌에 보내진 유서에 '예술상의 막다른길'이란 이유가 또렷이 고백되어 있으나 그가 주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게 우리에겐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객관적으로 수많은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있고 다양한 플랜을 지니고 있었고 차근차근 그걸 실행으로 옮겼던 사람이니까. 그는 때때로 굉장히 펜이 느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그의 야심이 그의 상상력을 압도하고 있었던 때이지 싶다. 그 처녀작 '나요타케'는 서구적 교양의 등불을 들고서.. 2022. 8. 30. 상복을 입은 인형 - 키시다 쿠니오 신극 협회의 어느 연습날, 이자와 란쟈는 나를 방구석으로 불러 보자기 하나를 풀었다. 뭘 꺼내나 싶었더니 여느 때처럼 소녀처럼 웃으며――"이거 잘 만든 건 아닌데……" 같은 소리를 하면서 내 손에 인형 같은 걸 건넸다. 그건 서양풍 상복을 입은 여자 인형이었다. 그녀의 설명을 들을 것도 없이 '티롤의 가을' 속 스텔라임에 분명했다. 정확히는 스텔라를 연기하는 그녀 본인임에 분명했다. 내 손에 인형을 건네면서 다른 사람에겐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를 풍겼으나 그건 아무래도 좋았으리라. 그런 점에서도 '일본 소녀' 이자와 란쟈의 전통적인 교태가 담겨 있었다. 또 나도 아름다운 여배우에게 그런 선물을 받아 기쁘지 않을 리도 없다. 돌아갈 때엔 그 인형을 소중히 안고서 '티롤의 가을' 첫 상연 당일을 떠올렸.. 2022. 8. 29. 코야마 유시 군의 '세토 내해의 아이들' - 키시다 쿠니오 희곡가 코야마 군의 성장은 어느 단계부터 지극히 확연해져 '나부끼는 리본'부터 '12월', 그리고 이 '세토 내해의 아이들'에 이르는 최근의 세 작을 통해 훌륭히 비약하여 오늘날의 코야마 군이 완벽이라 해야 마땅한 표현에 도달해낸 건 예술 수업의 길에 있는 자로선 지극히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어떠한 좋은 조건에 축복받았다 해도 회사에 근무하면서 이 대작에 착실히 임한 코야마 군의 의지는 오늘날 우리 희곡단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으리라. 또 동시에 그가 어떠한 이론의 풍조에도 고집하지 않고 그 '몸에 새겨진 문학'을 서서히 쌓아 올려 희곡에서 '시'와 '산문'이 교차하는 일점을 확실히 얻어낸 결과이리라. 코야마 군이 이따금 스스로 심취해 있는 듯한 음악적 환상은 서서히 현실의 육체로 바뀌어 가고 있으.. 2022. 8. 28. 츠키지좌의 '마마 선생' - 키시다 쿠니오 토모다 쿄스케 군과 그 아내가 나의 '마마 선생과 그 남편'을 하고 싶단 말을 꺼냈다. 배역은 열 명 중 아홉 명을 고른다는 갑갑한 방법이나 나는 그 자리서 이를 승낙했다. 토모다 쿄스케 군은 신극 배우로서 확실한 기량을 지니고 있으며 츠키지좌를 이끄는 방침도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본래 이 각본은 내 종전 작품과 조금 결이 달라서 연출 또한 여느 때처럼 안 된다는 걸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였다. 때문에 배역도 꽤나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니 의외로 재미난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 싶었다. 무엇보다 내 머리에서 '마마 선생'은 모든 것에 무게감을 잡는 농후한 여자이나 타무라 아키코 부인은 반대로 가련하며 산뜻한 여성으로 여기는 듯했다. 남편 사쿠로를 연기하는 토모다 군은 내가 그리는 인물.. 2022. 8. 27. 문학 올림픽 - 개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 키시다 쿠니오 이번에 올림픽이 도쿄에서 열리면서 그 일부인 문학 올림픽을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단 이야기를 들었다. 이 문학 올림픽이란 게 기존 대회에선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 일본 신문은 도통 보도하는 법이 없고 세간도 그 사정을 모르나 나는 작년 우연히 베를린 대회를 앞에 두고 화가 H군에게 예술 올림픽에 일본 미술가와 음악가가 참가한단 이야기를 듣고 독일에서 나온 홍보물을 보아 그 예술 올림픽 안에 문학 부문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또 일본 당국이 왜 이를 세간에 공표하지 않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때문에 나는 곧장 그 규약을 당시 편집 담당을 맡고 있던 잡지 '문예간화회'에 실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나는 본래 도쿄 올림픽 유치 운동이 내키지 않았던 한 사람이나 기왕 한다면 무.. 2022. 8. 15. '말하는 기술' 서장을 대신하여 - 키시다 쿠니오 실체가 또렷함에도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되지 않고 따라서 그걸 가리킬 공통의 말이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는 수도 없이 셀 수 있다. 서유럽 문명의 도입은 우리에게 그 사실을 또렷이 일깨워주었다. 예술의 영역에서도 우리는 이따금 신조어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 대다수는 서유럽 말의 번역이며 때문에 항상 남의 사상을 빌려왔다는 게 드러난다. 내가 과거에 프랑스로 가 현지에서 프랑스 연극이란 걸 배웠을 때 가장 곤란했던 건 전문어의 뜻을 개념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가리키는 실체를 정확히 포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더욱이 감개무량했던 건 이렇게 겨우 파악한 실체가 딱히 말만큼 특이한 게 아니라서, 단지 그게 하나의 엄격함을 가진 현실의 모습을 갖추고 있음만을 주목하.. 2022. 8. 14.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41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