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245 희곡시대 가다 - 키시다 쿠니오 내가 과거에 '희곡 시대'란 말을 정의 내린 것에 따르면 '잡지 창작란이 어제까지는 소설로 채워져 있었던 반면, 읽을거리로서의 희곡이 꽤나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게 된 오늘날의 상황'인 듯한데 그런 상황도 작년 중반쯤부터 또 움직이기 시작한 듯하다. 찾아보지 않아 확실히는 말하지 못하나 어찌 됐든 2월 호 잡지에는 구색 맞추기 같은 희곡은 한 편도 실려 있지 않다. 이는 물론 우연이나 이런 경향은 확실히 주목할만하다. 본래 희곡 작가는 그 제작 동기면에서 소설가와 경향이 살짝 달라서 어떻게 무대에 올릴까 하는 생각 없이 써진 소설이라도 이 창작적 노력은 상연이 아니고선 보답받지 못하는 성질을 지닌다. 그와 동시에 소설가가 끝없이 사상과 생활에서 직접 그 소재와 영감을 받고 그걸 통해 제작 동기를 유발 받는.. 2022. 8. 7. 극도구제 - 키시다 쿠니오 현재 우리 극단에서 연극의 독립성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건 겨우 가부키극뿐이다. 비할 바 없는 전통의 아름다움은 어떤 침략도 용납하지 않고 또 어떤 힘도 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시대와 함께 추이하는 연극――희곡 중심의 연극――소위 신파 이후의 연극은 어떠한가. 이는 아직 연극으로서의 독립성을 얻지 못했다. 어쩌다 두세 명의 사람 손에 시도된 '신극 운동'은 그 독립성을 목표로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실패로 끝나 버렸다. 그동안에는 물론 약간의 기록적 상연도 있었으나 대다수는 우연의 축복을 받은 일시적인 승리일 뿐이었다. 이렇게 신시대의 연극은 연극 자체의 매력만으론 관중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연극으로서의 독립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뜻이다. 신파의 쇠퇴, 신극의 미진 모두 이.. 2022. 8. 6. '세월' 들어가기 전에 - 키시다 쿠니오 한동안 희곡 창작과 거리를 두고 있었더니 요즘 들어 또 희곡을 쓰고 싶어졌다. 왜 희곡을 쓰지 않는가. 사람들이 곧잘 묻곤 했는데 딱히 깊은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조금 쉬는 게 좋겠다 싶었을 뿐이다. 쉬는 사이에 이제까지 쓴 게 왜 그리 만족스레 무대화되지 않았는가 하는 원인이 스스로도 확고해져 어떤 각오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어느 정도 느낌이 다른 걸 쓰게 되리라. 현재 일본이 처인 문화적 여러 조건을 받아 들이면서 일개 연극인의 숙명에 충실히 임할 생각이다. 따라서 과거의 작품은 내가 밟아 온 발자취라는 의미 이외엔 다시 세간을 향해 내던지는 야심을 잃었으나 한 작가의 역사란 이미 누구도 닦을 수 없는 공적인 성질을 지니는 법이다. 때문에 소겐샤의 요청을 받아 들여 선집을 내기로 .. 2022. 8. 5. 영화 아마추어 담의 - 키시다 쿠니오 최근 우연한 기회로 어떤 영화 운동에 관여하였다. 단지 나로선 현재 그 방면에 이렇다 할 포부를 지니고 있지 않다. 카이죠샤의 요청으로 발표를 주저했던 시나리오풍 이야기를 활자로 삼을 결심을 하였는데 이는 실패한 듯하다. 문예작품으로선 형식상으로나 표현상으로나 완성하곤 거리가 먼 것만 같다. 그렇더라도 그런 건 영화가 되지 않는다는 일부 전문가의 비평을 간접적으로 들어 조금 의아하게 느낀 건 사실이다. 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내가 되리라 생각하는 '이유'와 그들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란 게 어쩌면 똑같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굳이 강짜를 부리자면 마사무네 하쿠쵸 씨의 흉내를 내는 건 아니라도 영화가 되지 않는다면 딱히 영화란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옛날.. 2022. 8. 4. '아사마산' 후기 - 키시다 쿠니오 나는 과거에 잡지에 발표한 작품을 단행본으로 엮을 때 대개 한 번은 주저하게 된다. 이는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며 대다수의 작가가 그럴 테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 보면 자신이 쓴 것만큼 지루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으로 만들어두고 싶단 욕망도 없지는 않으니 일단 손을 보고 목차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나는 이걸로 몇 번째 희곡집을 내고 있는 셈인데 아마 이번만큼 내용 취사에 망설인 적이 없다. 왜냐면 나는 요즘 들어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으며 그것이 '시도'로선 상당히 역할을 다 해내고 있으나 완성도면에서는 순수함이 많이 결여 되어 있다. 특히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 일종의 '어색함'이 눈에 띄어서 정말로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걸 넣지 않자니 내가 근래 해온 일이라는.. 2022. 8. 4. 말할 것도 없는 일 - 키시다 쿠니오 연극이란 걸 구태여 '많은 사람'에게 보이는 거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연극"이란 게 있어도 된다. "다른 사람에겐 재미없는 연극"이 있어도 도리가 없다. 먼저 '이건 연극이다'하고 말할 수 있을 법한 연극을 쓰고 싶다. '이것도 연극이다'하는 연극도 쓰고 싶다. '이게 연극이다'하는 연극은 평생 중 쓸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다. '어떤 걸' 말하기 위해 연극을 쓰는 게 아니다. 연극을 쓰기 위해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다. 화내서는 안 된다. 당신이 비평을 쓰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어라, 다른 모양이다. '극적'이란 말은 '아름답다'는 말 정도로 통속적으로 변했다. 누구나 '극적'이라 부르는 '어떤 종류의 감동'이 꼭 '예술적 감동'이란 건 아니다. 그런 감동을 생명으로 삼는 연극도 '우리.. 2022. 8. 2.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41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