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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85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 다자이 오사무 당신은 분게이순슈 9월호에 나를 향한 험담을 적었다. "전략――확실히 광대의 꽃 쪽이 작가의 생활이나 문학관을 한 층 풍부하게 드러내고 있으나 내가 보기에 작가의 눈앞 생활엔 불쾌한 구름이 껴 재능을 순수히 발휘하지 못할 듯할 우려가 있다." 서로 괜한 거짓말은 하지 않도록 하자. 나는 당신의 문장을 서점 앞에서 읽고 굉장히 불쾌해졌다. 이래서야 마치 당신 혼자서 아쿠타가와상을 정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당신의 문장이 아닐 테지. 분명 다른 누군가에게 쓰게 한 문장임에 분명하다. 심지어 당신은 그걸 드러내 보이는 노력마저 하고 있다. "광대의 꽃"은 삼년 전, 내가 스물네 살일 적의 여름에 쓴 글이다. "바다"란 제목이었다. 친구인 콘 칸이치, 이마 우헤이에게 읽게 한 글인데 지금 것에 비해 굉장히 소.. 2022. 2. 18.
기다리다 - 다자이 오사무 간선 전철의 자그마한 역에서 저는 매일 같이 사람을 맞이하러 갑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맞이하러. 시장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반드시 역에 들러 역의 차가운 벤치에 앉아 장바구니를 무릎에 얹고 멍하니 개찰구를 바라봅니다. 상행하행 전철이 홈에 도착할 때마다 수많은 사람이 전철 입구서 뱉어지고 북적북적 개찰구에 모여 하나같이 화난 얼굴로 정기권을 보이거나 티켓을 건네고는 곁눈질 한 번 하지 않은 채 제가 앉은 벤치 앞을 지나 역 앞 광장에 나와 제각기 흩어집니다. 저는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누군가 제게 웃으며 말을 겁니다. 아아, 무서워라. 아아, 곤란해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생각만으로도 등에 냉수를 뿌린 것처럼 오싹해져 숨이 막힙니다. 하지만 저는 역시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 2022. 2. 14.
'여신' 서장 - 다자이 오사무 수록――"미소녀", "봄의 도적", "아무도 모른다", "젠조를 생각하다", "맹인독소", "복장에 관해", "아가씨 아유", "여신" 오랜만에 절판이 된 창작집 안에서 비교적 가벼운 소설을 모아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최근작인 "여신" 한 편을 더했다. 구작 다섯 편도 곰팡이 슬진 않았다 믿는다. 2022. 2. 12.
후지산에 관해 - 다자이 오사무 코슈의 미사카토게의 정상에 탄케차야라는 자그마한 찻집이 하나 있다. 나는 구 월 십삼 일부터 이 찻집의 이 층을 빌려 조금씩 별 볼 일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찻집 사람들은 친절하다. 나도 당분간은 여기서 일에 집중할 셈이다. 텐카차야. 정확히는 텐카잇차야라 한다. 가장 가까운 터널 입구에도 '천하제일'이란 큰 글자가 새겨져 있고 안다치 켄조란 서명이 있다. 이 주변 광경은 천하제일이란 뜻일 테지. 여기에 가게가 세워졌을 때도 꽤나 행렬이 생겼다고 한다. 도쿄의 관강객도 반드시 여기서 한 번 쉬고 간다. 버스서 내리고 먼저 언덕 위에서 소변을 본 후 아아, 좋은 경치인 걸 하고 감탄한다. 관강객들의 그런 탄성을 들으면 나는 2층서 일이 괴로워 드러누운 채로 그 천하제일의 광경을 옆에서 본다. 후지산이.. 2022. 2. 10.
'후지산 백경' 서장 - 다자이 오사무 수록――"후지산 백경", "여학생", "만원", "직소", "여자의 결투", "달려라 메로스", "그는 과거의 그가 아니니", "로마네스크" 메이지 42년 초여름에 혼슈 북단에서 태어난 연약한 남자아이가 그럼에도 남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거들먹 거리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서, 그래도 살아 있는 한 하나의 긍지를 지니려 바보 같이 노력한 걸 하나하나 적어 남긴 게 제가 하는 모든 일의 테마입니다. 어젯밤에도 늦게까지 전장에서 돌아 온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두 사람 모두 동시에 인간은 어디서 뭘 하든 단 하나 "올바름"이란 것만 새겨두면 된다는 말을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 문학이 엉망이네 과장이네 바보 같은 해석은 하지 않고 제가 항상 괴롭게 살고 있다는 독자는 몇이나 될까요. 하지만 작가란 자.. 2022. 2. 9.
세 교장 - 다자이 오사무 내가 히로사키의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입학식서 훈화를 한 교장은 아마 쿠로가네란 이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금테 안경을 쓰고 몸이 말랐으며 살짝 태도가 건방진 사람이었다. 타카타 사나에를 닮았다. 나무 심는 걸 좋아하여 학교 주위에 다양한 나무를 우아하게 배치하고 이따금 홀로 뒷짐을 친 채 그 나무 사이를 천천히 걷고는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교장으로 스즈키 신타로 씨가 왔다. 이 사람의 이름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 이 사람은 교장일을 그르친 사람이다.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정치가 기질이 있는 사람이며 조금은 정당과도 관련이 있었던 듯하다. 취임하자마자 일 주를 오 일로 하여 토요일을 쉬는 날로 삼으며 평일에도 오전 수업만 하고 싶다, 그 때문에 학생들이 나태해질 거 같지 않다. 자신.. 2022.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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