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85 창작여담 - 다자이 오사무 창작여담 같은 거라도 적어주세요. 편집자의 편지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다소 부끄러운 듯한 말투였다. 하지만 부끄러운 건 작가 쪽이다. 이 작가는 아직까지 무명으로 창작 여담은 고사하고 창작 자체를 잃어버릴 뻔하고, 뒤쫓고, 생각하고, 등을 돌리고, 혹은 일어서고, 독서, 이따금 화를 내고, 거리를 방황하고, 걸으며 시 한 편 쓰고. 그런 식으로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물러 터진 문학서생 상태이기에 창작여담이란 부탁에 네 그렇습니까 하고 여타 선생들답게 고심담을 그럴싸하게 써내는 그럴싸한 행동은 할 수 없다. 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나는 일부러 못 한다고 말한다. 억지로라도 그렇게 말한다. 문단 상식을 깨야 한다고 완고히 믿기 때문이다. 상식은 좋은 것이다. 상식에는 따라야만 한다. 하지만 상식은 십 .. 2022. 1. 12. 나의 믿음 - 다자이 오사무 작은어머니. 긴 편지 잘 받았습니다. 제 건강이나 장래를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들어 장래 생활을 조금도 계획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허무는 아닙니다. 체념도 아닙니다. 괜히 앞을 들여다보며 우로 갈지 좌로 갈지 천칭에 얹어 신중히 살펴서는 되려 비참한 좌절을 하겠지요. 내일을 생각하지 마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오늘 하루를 충분히 살아가는 일. 저는 요즘 그것만을 마음에 새겨두고 있습니다.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허영이나 타산이 없는 공부가 조금씩 되고 있습니다. 내일에 의지해 눈앞의 상황을 속이는 일도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하루하루만이 굉장히 소중해졌습니다. 결코 허무가 아닙니다. 지금의 제게는 하루하루의 노력이 평생의 노력입니다. 전장의 .. 2022. 1. 10. '로망 등롱' 서장 - 다자이 오사무 수록――"나태의 카루타", "고전풍", "로망 등롱", "지폐", "수필―바다・츠가루 지방과 첸호프・대답" 이 작품집에는 달달하고 로맨틱하다 해도 좋을 분위기의 작품을 골라 보았다. 2022. 1. 9. '굿 바이' 작가의 말 - 다자이 오사무 당시선의 오언절구 중에 인생족별리란 한 구가 있다. 어떤 선배는 이를 '작별'만이 인생이다라 해석했다. 정말로 만났을 때의 기쁨은 잠깐 사이에 사라지나 헤어지면서 생긴 상처는 깊어서 우리는 항상 안타까운 이별의 정 속에서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굿 바이"는 현대 신사 숙녀의 이별백태라 하면 좀 거창할지 몰라도 다양한 이별의 모습을 그려내려 했다. 잘 그려내졌다면 다행이겠다. 2022. 1. 8. 큰 은혜는 말하지 말라 - 다자이 오사무 얼마 전, 후진코론의 N 씨가 오셔서 "정말 보잘 것 없는 부탁이라 죄송합니다만"하고 운을 떼고는 은혜와 원수를 주제로 몇 장인가 적어 줄 수 없겠냐고 말씀하셨다. "은혜와 원수인가요." 나는 손가락 끝으로 책상 위에 은혜란 말과 원수란 말을 쓰며 N 씨께 물었다. N 씨는 솔직하며 맑게 갠 날과 같은 분이셨다. "그렇습니다. 제게는 굉장히 좋은 주제로 보이거든요. 편지로 부탁하면 거절하실 거 같아서 제가 직접 부탁하러 온 겁니다. 은혜는 어찌 되었든 원수는 별로 기분 좋은 게 못 되니 주제에 너무 집착하지 마시고 어릴 적에 누구한테 맞아 분했다느니 그런 이야기라도 써주시면 됩니다." 나도 N 씨의 친절을 모르는 건 알지만 도무지 해낼 수가 없었다. 어찌 됐든 거절할 수밖에 없겠지 싶었다. "저는 못 씁.. 2022. 1. 7. 봄낮 - 다자이 오사무 4월 11일. 코후 구석에 일단 둥지를 틀고 어서 도쿄로 돌아가고 싶다 바라보지만 마음 같지 않았다. 벌써 반 년 가량이 지나버렸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아내와 동생을 데리고 타케타 신사에 벚꽃을 보러 갔다. 어머니께도 권했지만 어머니께서는 속이 좋지 않아 집에 머무르셨다. 타케다 신사는 타케다 신겐을 모시는 곳으로 매년 4월 12일에 대제가 열리며 그쯤에는 경내의 벚꽃이 만개한다. 4월 12일이 신겐이 태어난 날인지 죽은 날인지 아내도 동생도 자세히 설명해주었지만 내게는 의아하게 느껴졌다. 벚꽃 만개일과 태어난 날이 이렇게나 딱 맞는 게 어쩐지 수상했다. 너무 그럴싸한 이야기다. 신주 씨가 짜맞춘 게 아닐까 의심스러워질 정도다. 벚꽃은 흘러넘칠 정도로 꽃피워 있었다. "피었구나, 피었어." "아니, 피.. 2022. 1. 6.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5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