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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85

요코즈나 - 다자이 오사무 2, 3년 전의 미야코신분 정월호에 요코즈나 미나노가와에 대해 쓴 적이 있는데 올해는 요코즈나 후타바야마를 조금 다뤄 볼까 한다. 나는 스모를 전혀 모른다만 그래도 요코즈나에겐 무관심하지 않다. 어느 정직한 사람에게 들은 말인데 후타바야마란 남자는 필요 없는 일에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잘 지내시나요. 춥네요. 바쁘시죠. 전부 불필요한 말이다. 후타바야마는 대답하지 않는다고 한다. 뭐라고 대답해라. 그렇게 일어서 완력으로 어떻게 해보고 싶어도 상대는 후타바야마다. 도무지 이길 수 없다. 어느 오뎅집 토코노마에 '인忍'이라는 글자가 족자에 크게 적혀 있었다. 별로 잘 쓴 글자는 아니었다. 어떤 이상한 명사가 쓴 글일까 하는 생각에 경멸하며 서명을 보니 후타바야마였다. 나는 술잔을 손에 들고 길고 큰.. 2022. 2. 2.
새로운 형태의 개인주의 - 다자이 오사무 소위 사회주의 세상이 되는 건 당연한 일로 여겨야 한다. 민주주의라 한들 그건 사회민주주의를 말하는 거지 과거의 사상과 달라져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윤리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개인주의가 대두되는 현실을 직시하여 긍정함에 우리의 삶의 방식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2022. 2. 1.
괴로움 일기 - 다자이 오사무 월 일 우편함에 누군가가 살아 있는 뱀을 넣었다. 화가 났다. 하루에 스무 번 가량 집 우편함을 들여다보는 팔리지 않는 작가를 비웃는 사람이 하는 일이 분명하다. 꺼림칙해서 종일 누워만 있었다. 월 일 고뇌를 팔지 마라. 지인이 그런 서란을 보냈다. 월 일 몸 상태가 안 좋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왔다. 고향에 이야기해도 믿어 주지 않을 듯하다. 정원 구석에 복숭아꽃이 피었다. 월 일 백오십만의 유산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얼마나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 한다. 8년 전, 호적에서 파였다. 친형의 정으로 어제까지 살아왔다. 앞으로 어쩌면 좋을까. 스스로 생활비를 번다는 건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대로는 죽는 것 이외엔 도리가 없다. 오늘까지 더러운 일을 한 탓이다. 꼴좋다지, 문장이라고는 볼품.. 2022. 1. 31.
순진 - 다자이 오사무 어쩌면 미국 생활 중에 '순진'이란 개념의 견본을 본 걸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아무개 학원의 아무개 여사 같은 사람이 '아이의 순진함은 위대하다' 같은 굉장히 애매모호한 말을 울적한 얼굴로 탄식하고, 그걸 여사의 제자 부인이 그대로 신봉하여 자신의 남편에게 호소한다. 남편은 먹을 만큼 먹고도 콧수염을 기르며 "음, 아이의 순진함은 중요하지"하고 소란을 떤다. 팔불출이란 것과 아주 닮아 있다. 좋은 그림은 아니다. 일본에는 '성의'란 윤리는 있었어도 '순진'이란 개념은 없었다. 사람이 '순진'이라 말하는 모습을 보면 대개는 연기다. 연기가 아니면 바보다. 우리 딸은 네 살인데 올해 8월에 태어난 갓난 아이의 머리를 콩하고 때리곤 한다. 이런 '순진함'의 어디가 위대한가. 감각만 남은 사람은 악귀와 닮아 .. 2022. 1. 30.
'도쿄 팔경' 후기 - 다자이 오사무 수록――"도쿄팔경", "HUMAN LOST" , "귀뚜라미" "단편집―一등・실패원・리즈", "맹인독소", "로마네스크", "거지학생" 작가가 작품에 설명을 붙인다고 독자가 그 설명문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된다. 작품 이외의 설명문을 열심히 읽는 경향이 있으니 안 된다. 언제부터 그런 경향이 나타났는지는 몰라도 나쁜 버릇이다. 작가도 자신의 작품을 정확히 설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에는 주로 작년 후반기의 작품을 모았다. HUMAN LOST와 로마네스크는 낡았다. 전자는 쇼와 십일 년, 후자는 쇼와 구 년에 섰다. HUMAN LOST는 지독히 난잡하다. 착각한 채로 쓴 구석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버릴 수 없어 그대로 두었다. 다른 작품은 이제 와 설명할 게 없다. 쇼와 16년 3월 2022. 1. 29.
오가타 씨를 죽인 자 - 다자이 오사무 오가타 씨의 임종은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를 갈며 가셨다 들었다. 나와 오가타 씨는 고작 두세 번 만난 게 전부인 사이지만 좋은 소설가를, 노력가를, 어지간히 불행한 장소에 둔 채로 죽게 둔 사실에 꽤나 고통을 느끼고 있다. 추도문이란 게 참 어렵다. 관에 한 다발의 꽃을 넣어두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열하는 모습은 숭고할 테지. 하지만 그건 젊은 여성의 모습이며 먹을 대로 먹은 남자는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흉내 낼 수도 없다. 괜히 과장스럽게 진지해질 뿐이다. 누가 오가타 씨를 죽였는가. 난폭한 말이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불쾌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의문서 벗어날 수 없었다. 도무지 이길 수가 없어서 정면으로 마주하고 말았다. 사람 하나가 어두운 상.. 2022.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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