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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85

정직한 마음 - 다자이 오사무 솔직하게 말하죠. 저는 앞으로 쓸 소설 혹은 과거에 쓴 소설의 의도, 바람, 괴로움을 별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제가 거짓되고 오만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쓴 글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도리도 없는 일이고 쓰려는 소설을 아무리 열정적으로 말해본들 지금의 저로서는 그렇게 우수한 대걸작을 쓸 수 없는 걸 알고 있으며 제 작가 역량도 대강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당초 저는 지금 좀 더 정직해져야 합니다. 대다수의 작가가 제 분수를 모르고 포부를 순수하게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저는 그 사람들이 부럽고 사는 게 괜히 더 힘들어집니다. 아시겠나요? 하지만 저는 그런 작가들을 결코 거부할 수 없습니다. 저도 약을 먹을 때는 일단 약에 부속된 효능을 정성스레 읽고 영어로 적힌 곳마저 부족한 어학을.. 2021. 12. 29.
아오모리 - 다자이 오사무 아오모리에는 4년 동안 있었습니다. 아오모리 중학교를 다녔기 때문입니다. 친척인 토요타 님의 집에 줄곧 신세를 졌습니다. 테라마치에서 옷가게를 하시는 토요타 님이십니다. 돌아가신 토요타의 "아부지"는 제게 꽤나 힘을 주시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저도 "아부지"께 많이 어리광을 부렸습니다. "아부지"는 좋은 분이셨습니다. 제가 바보 같은 짓만 하며 훌륭한 일을 해내지 못 할 사이에 돌아가셔서 아쉬운 일입니다. 5년, 10년만 더 사셔서 제가 조금이라도 좋은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 아부지께서 기뻐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만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부지"께는 고마운 생각 밖에 떠오르지 않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제가 중학교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성적을 받으면 아부지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기뻐해 주셨습니.. 2021. 12. 28.
만년과 여학생 - 다자이 오사무 "만년"도 품절된 모양이고 "여학생" 또한 마찬가지로 품절된 듯하다. "만년"은 초판이 오백 부 정도로 그 후에 다시 천 부 가량 찍었을 터이다. "여학생"은 초판이 이천이고 그 후로 약 2년가량 지나 겨우 다 팔려 올해 초여름에 다시 천 부를 증쇄하게 되었다. "만년"은 쇼와 11년 6월에 냈으니 그로부터 다섯 해 동안 천오백 부를 판 셈이다. 한 해에 삼백 부 가량 판 듯한데 그럼 하루에 한 권씩 팔린 꼴이다. 다섯 해 동안 천오백 부라면 한 달새에 십만 부 팔리는 평판 소설에 비해 참 빈약해 보이지만 하루에 한 권 팔렸다니 마냥 싫지는 않다. "만년"은 이번에 스나고야쇼보에서 마흔여섯 판으로 개판해 출시되는 모양인데 빨리 내줬으면 한다. 품절인 채로 두 해, 세 해 지나면 하루에 한 부 팔렸다는 내.. 2021. 12. 27.
마나고야 - 다자이 오사무 서점을 전개한지 벌써 5주년을 맞이하셨다니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서점 주인 야마자키 코헤이 씨는 저마저 몰래 혀를 내두를 정도로 굉장한 몽상가였습니다. 몽상가가 이 세상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 해도 좋지요. 하지만 야마자키 씨는 신기하게도 지금 성공하신 모양입니다. 야마자키 씨의 아버지의 덕徳이 분명 크게 공헌을 한 거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서점 이름인 마나고야는 그가 태어난 땅인 하리마슈 "마나고무라"에서 유래한 모양입니다. 출생지를 가게 이름으로 삼는 건 보통 야심이 아니란 증거입니다. 고향 이름을 제 손으로 일본 전국에 퍼트려 그 고향의 명성을 몸에 질 마음가짐이 없으면 자신이 태어난 장소의 이름을 가게 이름으로 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과거에 키노쿠.. 2021. 12. 22.
패자의 양식 - 다자이 오사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약한 사람이 많다. 나도 마음이 약해졌을 땐 영화관에 빨려 들어간다. 마음이 거셀 때는 영화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시간이 아깝다. 뭘 하더라도 불안할 때에는 영화관에 뛰어들면 조금 안심이 된다. 어두운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누구도 나를 보지 않는다. 영화관 구석에 앉아 있는 시간만큼은 세간과 벗어날 수 있다. 그만큼 좋은 곳은 또 없다. 나는 대부분의 영화를 보고 울게 된다. 반드시 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졸작이니 걸작이니 그런 평가를 할 여유를 가져 본 적이 없다. 관중과 함께 껄껄 웃고 관중과 함께 울었다. 5년 전, 치바켄 후나바시의 영화관에서 "신사도죠와"란 시대극을 보았는데 지독히 울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서 그 영화를 떠올렸더니 오열이 .. 2021. 12. 21.
일문일답 - 다자이 오사무 "최근 들어 느낀 감상을 이야기해주시죠." "곤란하네요." "곤란하네요라고만 하시면 제가 더 곤란해집니다. 뭐라도 말씀해주세요." "사람은 정직해야 한다. 최근 들어 똑똑히 느끼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감상인데 어제도 길을 걸으면서 분명히 느꼈지요. 속이려 드니까 생활이 어려워지고 성가셔지는 겁니다. 정직히 말하고 정직히 나아가면 생활은 정말로 간단해집니다. 실패랄 게 없지요. 실패라는 건 속이려다 미처 속이지 못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겁니다. 떠 욕심 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요. 욕심을 부리면 도리 없이 조금 속이고 싶어지니까요. 속이려 들면 이래저래 성가셔지고 이윽고 들통나서 곤란해집니다. 뻔한 감상이지만 이만한 사실을 깨닫는데 34년이 걸렸지요." "젊을 적의 작품을 다시 읽어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 2021.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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