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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85

촌뜨기 - 다자이 오사무 저는 아오모리현 키타츠가루군이란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콘칸 이치하고는 같은 고향 출신입니다. 그도 꽤나 촌뜨기인데 저는 그가 태어난 곳보다 열 리는 더 산속입니다. 말하자면 저는 좀 더 지독한 촌뜨기인 셈입니다. 2021. 12. 9.
봄 - 다자이 오사무 벌써 서른일곱이 되었습니다. 요전 번에 어떤 선배가 잘도 살아 있다고 뼈에 사무친 듯이 말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서른일곱까지 산 게 거짓말 같을 때가 있습니다. 전쟁 덕에 겨우 살아남을 힘을 얻은 듯합니다. 벌써 아이가 둘입니다. 위는 여자아이로 올해로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아래는 남자아이인데 작년 8월에 태어나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적기가 공격이라도 할 때면 아내가 아래 아이를 등에 메고 제가 위 아이를 안고서 방공호에 뛰어 듭니다. 저번에 적기가 강하하여 바로 근처에 폭탄을 터트리는 통에 방공호에 들어갈 새도 없이 가족이 둘로 갈라져 옷장으로 뛰어든 적이 있습니다. 그때 쨍그랑하고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 위에 애가 어머 유리가 깨졌어하고 공포도 무엇도 없는 감각으로 무심히 소란을.. 2021. 12. 7.
어떤 충고 - 다자이 오사무 "작가의 일상생활이 고스란히 작품에도 드러나는 거지요. 속이려 해도 쉽지 않아요. 생활 이상의 작품은 쓰지 못하는 거죠. 느슨히 생활하면서 좋은 작품을 쓰는 건 불가능하죠. '문인' 중 한 사람이 된 게 그렇게 기쁜가요. 감투를 뒤집어쓰고 '요즘 청년은 조사 사용이 엉망이란 말이죠'하고 떠들어대니 구역질이 나올 거 같군요. '선생' 소리 듣는 게 그렇게 기쁜가요. 길거리 점술사도 선생님 소리는 듣지요. 세상이 명사 대접을 해주며 영화 시사회니 스모 경기에 초대받는 게 그렇게 그렇게 기쁜가요. 소설을 쓰지 않아도 명사 소리 듣는 법이야 얼마든지 있을 테죠. 특히 돈은 또 어떻습니까. 벌 방법이 어디 한두 개인가요. 입신출세라도 한 모양입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할 적의 비장한 각오는 어디 갔나요. 참 쫌스럽.. 2021. 12. 6.
'만년'에 관해 - 다자이 오사무 "만년"은 제 첫 번째 소설집입니다. 이게 제 유일한 유작이 되리란 생각에 제목도 "만년"이라 지었습니다. 재밌는 소설도 두세 개 가량 있으니 한가하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제 소설을 읽어 본들 당신의 생활은 조금도 편해지지 않습니다. 조금도 대단해지지도 않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는 별로 권할 수 없습니다. "추억" 같은 건 읽으면 재밌지 않을까요. 분명 대폭소할 겁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로마네스크" 같은 것도 우스꽝스럽고 엉망진창이지만 이건 조금 난잡하여 별로 권할 수 없습니다. 다음엔 단지 이유도 없이 재밌는 장편 소설을 써보겠습니다. 요즘 소설은 모두 재미없잖아요? 상냥하고, 슬프고, 우습고, 숭고하고 달리 뭐가 필요할까요. 애당초 재미없는 소설이란 못 쓴 소설입니다. .. 2021. 12. 5.
자작을 말하다 - 다자이 오사무 나는 이제까지 내 작품을 이야기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내키지 않았다. 독자가 끝까지 읽었다면 그뿐이다. 작품집에 서문을 더하는 것마저 내키지 않는다. 자심의 작품을 설명하는 건 작가가 지는 거라 생각한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나는 A란 작품을 만든다. 독자가 읽는다. 독자는 A가 재미없다고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뿐이다. 아니, 재밌는데 당신이 모르는 거다. 그런 항변은 성립되지 않는다. 작가는 더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마음에 안 들면 별 수 없단 뜻이다.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 되도록 정성 들여 썼을 터이다. 그럼에도 모르겠다면 조용히 물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친구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나는 그 몇 안 되는 되는 친구에게도 내 작품을 해설한 적이 없다. 발표하더라도 구.. 2021. 12. 2.
같은 별 - 다자이 오사무 자신과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태어난 사람에게 무관심할 수 있을까. 나는 메이지 42년 6월 9일에 태어났는데 이 "마스"라는 잡지의 편집을 하는 미야자키 죠 씨 또한 메이지 42년 6월 9일에 태어났다고 한다. 7, 8년도 더 된 일인데 나는 미야자키 씨께 편지를 받았다. 그에는 대강 다음 가 같은 내용이 적혀 있음을 기억하고 있다. 문예연감을 통해 네가 메이지 42년 6월 9일생인 걸 알았다. 정말 기묘한 느낌이다. 실은 나도 메이지 42년 6월 9일에 태어났다. 이 신비한 합치를 이제까지 몰랐다니 아쉬운 일이다. 마시자. 네 형편 좋은 날을 가르쳐달라. 나는 시인이다. 그런 내용의 편지를 받은 나는 꿈이라도 꾸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단언해도 좋을 거 같은데 메이지 42년에 태어나 행복한 사람은.. 2021.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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