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
1년에 두 번의 해외여행.
17년까지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그 후로도 5년 동안 꿈도 못 꿨으니까요.
그런 녀석이 비록 바로 옆 일본이라지만 1년에 두 번이나 나가다니.
참 별일이 다 있구나 싶었습니다.
아마 (도중에 부자라도 되지 않는 한) 두 번은 어렵겠죠.
사실 별다른 이유나 계획에 있던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동생이 항공사 이벤트로 50퍼 할인 쿠폰을 푼단 걸 알려줘서요.
선착순 이벤트지만 평일인 만큼 프리랜서에겐 강점이 있는 상황.
그래도 될 리나 있겠어, 안 되면 말고~ 하는 생각으로 대충 던졌는데…
어라, 됐네?
왜 됐는지는 몰라도 덜컥 되어버린 상황.
심지어 결제가 된 걸로 모자라 취소하면 위약금마저 있네요.
정작 말이 50퍼지 세금이랑 운임 빼고 딱 티켓값에서만 빠져도 -5만원.
뭐… 비싸다면 충분히 비싼 돈(저렴한 호텔이면 하루치기도 하고)이긴 하지만…
어찌 됐든 그렇게 어영부영 가게 됐습니다.
2월 일본 여행 리뷰 때도 적었지만 마침 혼자 가보고 싶기도 했거든요.
덕질도 하고, 어디서 기회 되면 일본인이랑 한 번 말도 섞어보고…
돼버린 거 룰루랄라 다녀오자~ 하고 미리 부모님한테 보고부터 했습니다.
“나 일본 가.”
“??????? 언제?”
“다음 달.”
“?????????????”
같은 전개.
뭐, 보통 한 두어달 텀 정돈 두니 놀랄만도 하겠죠.
선물 사올게 선물 ㅋㅋㅋ 정도로 어물쩡 넘기려 했는데…
갑자기 엄마 왈.
“그럼 엄마도 같이 가.”
왜 “그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본인 왈, 말하기 며칠 전에 일본에 혼자 놀러갔다 실종된 사람이 방송 됐는데 걱정돼서 혼자 못 보낸다나요.
핑계 같기는 한데… 마침 실업급여 받고 있던 상황이니까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갈까 싶어서 같이 예매했습니다.
무조건 못가는 동생은 빼고 아빠한테도 물었는데 안 가신다고.(나중에 딴 소리 하셨지만)
할인 이벤트는 진작 끝났으니 정가로 예매.
그래도 평일 + 키타큐슈 + 아침 비행기라 저렴하긴 했습니다.
문제는 혼자 가는 여행이 졸지에 효도(?) 여행이 된 격.
호텔도 원래는 최대한 저렴하게 내지 캡슐 호텔로 갈 거였으니까요.
먹을 거도 이번에는 햄버거나 눈에 띄는 거 위주로 가볍게 먹을 생각이었고.
놀거리에 이르러서는 아예, 전혀, 조금도 생각해놓지 않은 상황.
그나마 다행인 건 엄마도 같은 P라는 거 정도.
에잉 몰라 큰 줄기만 정하고 대충 다니지 해버렸습니다.
단지 그럼에도 생기는 문제 하나.
비행기가 아침 일곱 시라는 거.
이건 사실 저 혼자 갈 거 생각해도 오산이긴 했네요.
저는 아침 일곱 시 비행기가 있으면 한 두 시 쯤에도 공항 버스가 있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찾아보니 첫 차가 다섯 시.
도착하면 일곱 시 반…?
비행기가 7시 15분인데…?
뭐 저 혼자서라면 어떻게어떻게 공항에서 걍 노숙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엄마랑 그건 좀 아니니까요.
결국 전날 공항 내부의 캡슐 호텔을 예약.
생각도 못한 0일차 일정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0일차 인천 공항
2월에는 공항 버스를 탔지만 이번에는 전철로 가서 바로 안으로 도착.
홍대 입구역까지 갔다가 거기서 다시 제2터미널까지 가려니 이것만으로 은근 피곤하네요.
집에서 5시 정각에 나와 8시 쯤에 도착했으니 이것만으로 세 시간짜리 여정이 되어버렸습니다.
뭐 먹을까… 하고 주변을 보는데 이렇다 와닿는 게 없습니다.
2월에 1터미널 냉면에 호되게 데이기도 했으니까요.
일본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자 싶어 무난히 롯데리아 선택.
공항점이니 이벤트 제외인 건 이해 하는데 신메뉴는 왜 같이 패싱인 걸까.
그런 생각으로 더블 사각 새우 주문.
배채우는 데엔 이만한 게 없습니다.
맛도 있고 식감도 좋고 배부르고, 정말로.
인청공항 제2터미널 캡슐 호텔 다락휴
노숙을 피하기 위해 예약한 캡슐 호텔입니다.
터미널 1층 안에 있어서 접근성 하나는 발군.
문제는 가격이…… 더블 기준으로 7만 8천원.
하물며 단독 샤워실까지 끼려면 8만 4천원.
보통 이 가격이면 현지서 1박 호텔비는 되니까요.
가성비 내지 가심비가 될지는 뭐… 각자 상황 바이 상황 아닐까 합니다.
제 경우는… 노 코멘트!
카운터에 예약 사실을 고지하고 방으로 직행.
로비에는 노트북, 프린터, 커피머신 한 대와 앉는 자리 약간의 살풍경한 광경.
뭐, 기껏해야 종이 티켓 출력용 로비인 거겠죠.
요즘은 그나마도 모바일 티켓 천지라 잘 안 쓰겠지만.
참고로 일단은 더블이고 예약 인수도 둘인데 카드키는 한 장만 줍니다.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화장실 갈 때 은근 겁나 불편합니다;;
안은 침대와 협탁 하나.
그 위로 올려진 수건과 물병 두 개가 전부입니다.
뭐 캡슐 호텔이니까요.
그나마도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보단 나은 편이지 싶습니다.
딱히 누워서 할 것도 없기에 해야 할 일부터 마치러 갑니다.
일단 비행기 시간부터 확인합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 되어감에 따라 다음 날 거까지 표시되네요.
솔직히 이때는 좀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제가 그... 좀 나사를 풀고 다니는 편이라서요.
물건도 곧잘 깜빡깜빡 잊고 다니고...
영화 같은 건 "A 영화관 예매해놓고 B 영화관 가기."
"2시 영화 예매 해놓고 3시에 가기."
"12월 12일 영화 예매 해놓고 11일에 가기."
"13일 개봉 영화 예매하고 12일날 왜 안 뽑혀? 하기."
"예매 해놓고 표 확인 수단 언인스톨 하기."
등등등. 온갖 사고를 다치고 다니거든요.
물론 영화 이외에 예매란 예매에선 죄다.
그나마 영화나 여타 예매는 (피눈물 흘리면서라도) 포기하거나 재구매하면 그만.
단지 비행기나 호텔은 그럴 수 없으니까요.
덕분에 처음 예매한 그날부터 내내, 정말 내내~
"제대로 예매를 했을까", "잘못 예매한 거 아닐까".
"일본 못 가는 거 아닐까." 이러고 끙끙 앓았습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어떻게든 확인을 하러 다녔죠.
아직 오후 10시 비행기까지 남아 있지만 공항 안은 한산 했습니다.
이 시간대 비행기는 여행이든 뭐든 어떤 느낌일지 좀 궁금하긴 하네요.
아마 체험해볼 일은 없지 싶은데...
이번에 타게 된 진에어는 7월부터 2공항서 운영한다 합니다.
이것도 은근 스트레스 요소 중 하나였죠.
다락휴가 예약이 1공항 2공항 별도다 보니...
"사실 2공항이 아니면 어쩌지?" 이래버려서요.
이쯤되면 하늘 꺼지는 건 왜 걱정 안 했나 싶을 수준.
...걱정했던가? 아무튼.
대충 수하물 맡기는 곳 위치도 파악했겠다 설렁설렁 구경 모드에 들어갑니다.
기념품점에 대체 왜 전식이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인형 같은 것도 묘하게 외국 캐릭터가 많은 느낌.
가끔 궁금해지곤 합니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서 나갈 때 기념품 뭐 사갈까? 하고요.
소위 도쿄 바나나나 시로이 코이비토 같은 포지션의 뭐가 있을까요?
편의점도 두리번두리번.
도시락을 아예 쌓아두고 파는 신기한 광경입니다.
동네 세븐 일레븐서 못 본 녀석도 많고요.
혼자 왔으면 롯데리아 안 가고 이걸로 해결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남는 시간에 리뷰라도 하나 뚝딱 쓸겸.
그래도 공항이란 특성상 쉴곳 앉을 곳은 많았습니다.
비슷하게 저녁이나 아침 비행기인지 시간 떼우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생각해보면 국내선이든 국제선이든 늘 북적북적한 거만 보다보니 좀 특이한 감각이긴 했네요.
경험해보고 볼 일입니다.
호텔로 돌아와 그나마 만족스러웠던 스피커로 노래나 들으면서 뒹굴뒹굴.
한 10시쯤엔가 자서 5시에 일어나면 되는 일정이니 잠이 부족하거나 하진 않은데...
왜인지 별로 쾌적하게 잠을 잔 듯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아마 '내일 비행기 탈 수 있을까'하면서 끙끙 앓은 탓이겠죠.
다락휴 안 샤워실은 카운터에서 키를 받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자그마한 샤워룸과 파우더룸 정도.
뭐 비행기 타기 전에 잠깐 머리 감고 샤워나 하는 정도입니다.
커피 머신으로 홀짝이면서(여의도 갔을 때엔 못 썼지만 이번엔 썼다!!)
카드키 반납을 위해 잠시 기다립니다. 직원도 한 분뿐이라 슥 놓고 돌아가기가 애매했네요.
그나저나 커피 머신인데 커피가 아니라 음료수뿐인 건 좀 아쉬웠습니다.
커피였으면 몬스터값 아꼈을 텐데...
다시 한 번 시간 확인.
비행기 시간이 가까워지니 더욱 안절부절해집니다.
평소에 동생과 친구에게 다 떠넘겼던 부작용이 이런 데서...
몬스터 사는 김에 다시 한 번 편의점 두리번두리번.
산리오나 핫식스나 롯데 계열이라 원래 많긴 했지만 큰 데로 오니까 진짜 확고하게 많네요.
산리오는 일본인들이 보면 무슨 생각이 들려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ㅋㅋ
수하물까지 맡기고 나니 간신히 걱정이 좀 덜할 수 있었네요.
그래 짐까지 맡겼는데 비행기는 타겠지, 하는 정도로.
근데... 수하물 맡기고 나니 이번에는 또 엄마 쪽에서 덜렁이 기질 ON.
잘 걷다가 갑자기 "우리 짐 어디 갔지?!" 이러고 있네요 ㅋㅋ
10분 전에 맡기고 나왔잖슈...
이러니 동생이 이 둘끼리만 보내도 될까 하는 거겠죠.
대충 출국장 방향 보고 가니 2번은 닫혀 있었습니다.
이쪽이 탑승구에 더 가까운 걸로 아는데...
뭐 안 된다면 별 수 없죠.
시간이 남아서 어슬렁어슬렁.
전망 카페 같은 데도 있었네요, 가보고 싶은데 아쉽습니다.
절묘하게 공항 도착하는 시간하고 출발하는 시간에 걸쳐 있어 가지고 ㅋㅋㅋ
다음에는 한 시간 정도 일찍 와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네요.
또 언제 오냐가 문제지.
조금 높은 데서 내려다 보고 사람도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니 이제야 좀 공항 온 느낌이 나네요.
특히 제2터미널 쪽은 처음 오는 거라서 벌써부터 살짝 여행 기분 나는 건 조금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찌 됐든 1 출입구를 지나서...
출국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때가 아직 6시도 안 된 시간.
하다못해 7시라도 됐으면 뭐라도 열였을 텐데 말이죠.
열기는 고사하고 오픈 준비하는 직원도 거의 안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전부가 닫혀 있는 건 아니고 열려 있는 데도 있긴 하네요.
엄마가 아빠 담배 사다주네 마네 하는데 말렸습니다.
몸에 좋지도 않은 걸 왜 선물이랍시고 사다주는지 잘 모르겠어요.
뭐 이렇게 따지면 엄마한테도 과자 사주면 안 되긴 하는데...
지나가니 있는 모금함.
다양한 국가의 돈을 볼 수 있어서 꽤 신기했습니다.
수중에 원화가 없어 가지고 넣지는 못했지만...
엔화 넣을까도 생각해봤는데 동전이 없고 지폐는 만원부터 시작이라...ㅠ
아침 6시라 진짜 사람이 거의 없네요.
어딜 가나 자유롭게 사진 찍기 좋아서 그건 좋았습니다.
공항 전세낸 기분이라 라운지 부럽지 않군요.
...아니 이건 좀 부러운가? 들어가 보고 싶은데 제휴 카드 같은 것도 없어서 ㅠ
어찌 됐든 탑승구부터 미리 확인.
와~ 넓어 가지고 이거 걷는 것도 은근히 일이었습니다.
이제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진짜 키타큐슈 공항과의 갭이 엄청나네요.
저는 이쪽이 더 둘러볼 게 많아서 좋은데, 엄마는 한적한 키타큐슈 공항 쪽이 좋았다 하십니다.
그치만 거기... 내부 면세점도 코딱지 만한 거 하나 있는걸...
또또또 편의점이나 둘러봅니다.
이제보니 세븐일레븐이 유독 많은 거 같네요, 2터미널.
안마 의자도 있네요.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 내려다 보는 독특한 뷰는 좀 신기할 거 같긴 합니다 ㅋㅋㅋ
뭔가 미묘한 퀄리티의 마스코트들.
옆에 커다란 뽀로로 친구들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거 같기도 했습니다.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난다 했더니 안에 분식집이 있네요.
줄도 꽤 긴 데다 탈 때까지 시간도 남아서 솔직히 참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그치만 먹어도 일본 가서 먹어야지 하는 심정으로 꾹꾹 눌러 담았네요.
어찌 됐든 용캐용캐용캐 정말 용캐 비행기까지 탑승!
엄마가 옆에서 "으이구 그렇게 예매 제대로 했나 하늘 무너질 것처럼 굴더니 결국 타네"하고 한 마디 던지십니다.
그치만... 리뷰글 쓰고 있는 지금 와서도 정말 용캐 다녀왔다 싶네요.
사실 저 혼자 가는 거면 그렇게 사고를 쳐도 별 부담이 없는데 아무래도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요.
어찌 됐든 그렇게 마무리(?)된 0일차(?) 여행(?)
키타큐슈에서 보낸 남은 3박 4일도 천천히 적어갈 예정이니 어울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얼마나 걸릴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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