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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시다 쿠니오108

꿈과 실현의 능력 - 키시다 쿠니오 저는 초등학교 이후로 제가 졸업한 학교 이외의 졸업식에 참관한 경험이 없습니다. 자신의 졸업식에 감동하는 건 그야 당연하지만 오늘 이 졸업식에서 얻은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테지요. 저도 문학자이니 조금은 상상력을 지닌 편이라 생각하는데 제가 상상하는 한 제게 친형제나 자식의 것이 아닌 졸업식에 참석하여 오늘과 같은 감명을 받을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졸업식에 담긴 정신, 분위기는 자유학원 특유의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제가 이전부터 그린 이상향의 학교에 가깝지 싶습니다. 졸업생 제군 몇몇의 감상을 들어 가장 감동한 건 개개인의 결의가 훌륭하단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진 건 하나의 커다랗고 아름다운 꿈을 여러분 모두가 지녔다는 점입니다. 현재 일본은 커다란 꿈을 향해 나아.. 2022. 5. 1.
우치무라 나오야의 희곡 - 키시다 쿠니오 우치무라 나오야의 극작가로서의 출발은 '추수령'이라 해도 좋다. 구조선의 일본인 식민지를 배경으로 한 '추수령'은 현대 일본의 '청춘'의 한 배경이 솔직한 눈으로 포착되어 건전한 감각으로 무대서 펼쳐지는 주목해 마땅할 역작이었다. 나는 고 토모다 쿄스케에게 권유받아 이를 츠키지자의 상연 목록에 더하기로 했다. '추수령'과 '잡목림' 사이에는 제법 세월의 거리가 있다. 극작가를 성숙하게 만드는 외부적 조건에 풍족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우치무라 나오야는 다른 수많은 극작가와 마찬가지로 내부적 조건으로 극복해야만 했다. 그는 아마 연극에 애정을 주면서 생활인으로서의 자기 훈련에, 그 사회적 지위를 이용했다고 믿는 이유가 있다. 스가와라덴키의 상무이사역은 일개 기업가적 존재인 이상 시대를 사는 인간군과.. 2022. 4. 30.
희망 - 키시다 쿠니오 나는 공부가 부족하여 행동주의가 무엇인지를 오늘까지 별로 주시하지 않은 채 희미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단지 행동주의란 말로 제멋대로 개념을 만들어두었을 뿐으로, 굉장히 잘못된 생각을 했던 걸지 모른다. 그러하니 그 말만으로 생각해 보면 내게도 제법 매력이 있는 말이었다. 오랫동안 글로 먹고 입고 하다 보니 오늘날 자신의 생활에 채워지지 않은 게 많다는 걸 느끼고 있다. 오늘까지 문학이 전부였다. 문학이 생명이다. 그런 생각에 빠져 살은 게 굉장한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마당이니 그 행동주의란 게 적어도 내게는 조금 거창한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기조 속에서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게 믿었다. 후네바시 군하고는 여러 관계로 친근하게 지내는데 만날 때마다 여러 이야기를 들어 큰 도움이 되고.. 2022. 4. 29.
편집 담당으로서 - 키시다 쿠니오 조금 귀찮은 일, 별 볼 일 없는 일이더라도 모두가 순서대로 하는 거라면 나는 도무지 싫다고 할 수 없다. 순서대로 무언가 역할이 돌아 온다는 건 누구나 꽤 마음 편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 생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며 질서의 관념을 이상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는 그런 즐거움을 어릴 적부터 즐기는 경향이 있었다. 즐겁지 않다면 거짓이라는 생각도 있었을지 모른다. 나만을 특별히 다루는 건 날 적부터 좋아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자신이 생각한 대로 잡지를 편집한다더라도 이미 동인이 무언가를 쓰기 마련이며 부탁해도 써주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그리 멋대로 굴 수는 없다. 하지만 두세 개 특별한 주제를 골라 당번의 책임을 다 하기로 했다. 나는 이를 문학 전문지 혹은 문학.. 2022. 4. 27.
문학계 후기 - 키시다 쿠니오 ○ 문학계 정신이란 게 점점 또렷해지는 건 기쁘다. ○ 당대 문학자가 제각기의 입장 위에서 서로 공통된 목표를 자각하기 시작한 증거이다. ○ 문학이 문화 운동의 흐름을 따르며 심지어 이를 지도하는 역할을 지녔다는 뜻이 확대된 이유를 좀 더 확실히 해야만 한다. ○ 그걸 위해 창조의 몇 부분이 계몽되어도 개의치 않다는 각오가 대다수 동인에게 저절로 퍼진 건 비장하다 해도 좋다. ○ 하지만 실제론 비장할 것도 없다. 그게 오늘날 자신들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인 것이니까! ○ 18세기적 취미臭味는 두려워할 게 아니다. 현대 일본에서 20세기란 말은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는 걸 아는 사람은 알고 있다. ○ 아카데미즘의 수립이 진보적이라는 모순을 비웃고 싶어도 비웃을 수 없다. ○ 이케타니상의 전형이 끝났다. 각.. 2022. 4. 25.
잠시 아무 말 말라 - 키시다 쿠니오 지금은 연극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뿌리부터 갈라진 나무가 있다. 가지를 뻗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우수한 희곡이 이따금 눈에 들어온다. 즐겁지만 쓸쓸하다. 시대는 흐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와야 할 게 올 때까지 나는 버티지 못한다. 사람이 무언가를 시작하려 하면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냐 말하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모두를 불안하지 않게 만들 뿐이다. 나는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고 싶다 생각하는 걸 하지 않을 순 없다. 나는 예술상의 앵데팡당을 존중하나 존중하기에 일본 연극의 현대 아카데미즘의 설립을 희망한다. 이 문화의 과도적 모순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신극 운동은 영원히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리라. 권력과 재력의 미소를 .. 202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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