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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헛소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제 위장은 고래입니다. 콜럼버스가 보았다는 고래입니다. 이따금 물줄기도 내뿜고는 합니다. 우는 소리는 듣다 질렸습니다. 둘 제 혀나 구강은 이따금 열을 낼 때마다 양치류를 가득 낳습니다. 셋 설사할 때마다 커다란 소철을 떠올리는 건 저뿐일까요? 넷 저는 배울림을 듣고 있으면 저 스스로가 언젠가 상어 알을 낳을 것처럼 느껴졉니다. 다섯 저는 우울해지면 제 뇌수의 주름에 이가 꼬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2021. 2. 23.
이른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대학생 나카무라는 얄팍한 봄철 오버코트 아래로 자신의 체온을 느끼며 어두컴컴한 돌계단을 올라 박물관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 왼쪽으로 가면 파충류 표본실이 나왔다. 나카무라는 그 안에 들어가기 전에 금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손목시계 바늘은 다행이 아직 두 시를 가리키지 않았다. 의외로 늦지 않았다――나카무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안도하기 보다는 손해를 본 느낌이 들었다. 파충류 표본실은 고요했다. 간수마저 오늘은 걸어 다니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희미한 방충제향만이 풍겼다. 나카무라는 실내를 돌아본 후, 심호흡하듯이 기지개를 폈다. 그러고는 커다란 유리 선반 안에서 두터운 썩은 가지를 휘감고 있는 남쪽 나라의 뱀 앞에 섰다. 이 파충류 표본실은 대략 작년 여름부터 미에코와 만나는 장소로 이용하고 .. 2021. 2. 23.
봄의 심장(The Heart of the Spring)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역 한 노인이 명상에 잠긴 채로 바위가 많은 해안가에 앉아 있다. 얼굴은 꼭 새 다리라도 되는 것처럼 살이 없다. 위치는 질 호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암나무속에 둘러싸인 평평한 섬의 끝자락이었다. 그 옆에는 얼굴이 붉은 열일곱 소년이 파리를 쫓아 조용한 수면을 스치는 제비 무리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노인은 낡고 푸른 우단을, 소년은 푸른 모자에 라샤 웃옷을 입고 목에는 푸른 구슬 몇 개를 걸고 있다. 두 사람의 뒤에는 반쯤 나무 사이에 숨은 작은 수도원이 있었다. 여왕에 붙은 배교자들이 수도원을 불태운 건 먼 옛날의 일이다. 지금은 이 소년이 다시 골풀 지붕을 깔아, 노인의 여생을 편히 지낼 수 있게 만들었다. 수도원 주위에 자리한 정원에는 소년의 가래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일까. 노인이 심은 백합이나 .. 2021. 2. 23.
사토 하루오 씨에 대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사토 하루오는 시인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시인이며 혹은 누구보다 먼저 시인일지도 모른다. 둘. 허면 작품 특색 또한 그 시적인 점에 있다. 시를 추구하지 않고 사토의 작품을 읽는 것은 호박을 먹겠답시고 곤약을 사는 꼴이다. 도무지 만족할 수 없을 터이다. 만족을 얻지 못 해놓고 호박이 아니냐고 운운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또 인도 바깥에서 호박을 요구하는 것과 똑같다. 셋. 사토의 작품 중에 도덕과 철학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사상을 칠하는 건 언제나 일맥의 시정이다. 따라서 사토는 그 시정을 만족하는 한, 노기 대장을 숭배하는 걸 멈출 수 없는 동시에 오오이시 쿠라노스케를 박살하는 것도 돌아 볼 필요가 없다. 사토의 몸에는 시불과 시마가 공존한다 할 수 있다. 넷. 사토의 .. 2021. 2. 23.
방황하는 유대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기독교 국가라면 어딜 가도 '방황하는 유대인' 전설이 남아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 구전이 없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이 전설을 소재로 한 예술 작품은 예나 지금이나 잔뜩 있다.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은 물론이요, 유잔 수도 닥터 클로리도 이 전설을 소설로 썼다. 뭉크 루이즈의 명성 높은 소설에도 루시퍼나 '피를 흘리는 비구니'와 함께 '방황하는 유대인'이 나온 걸로 기억한다. 최근에는 피오나 맥 클레오 드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윌리엄 샤프도 이 이야기를 소재로 짧은 단편을 썼다. 그럼 '방황하는 유대인'이란 무엇이랴. 예수 그리스도의 저주를 받아 마지막 심판이 올 날을 기다리며 영원히 표류하는 유대인의 이야기이다. 이름은 기록에 따라 제각기 다.. 2021. 2. 23.
세상과 여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요즘 세상은 남자가 만든 제도나 습관이 지배하고 있으니 남자와 여자 사이에 굉장히 불공평한 점이 있다. 그 불공평함을 정정하기 위해서는 여자들이 세상 일에 관여해야만 한다. 하지만 불공평이란 게 꼭 남자만 이득을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내게는 여자 쪽이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스모가 그렇다. 우리는 여자의 나체를 쉽게 볼 수 없지만, 여자는 스모를 보러 가기만 하면 언제나 듬직한 남자의 자체를 볼 수 있다. 이게 여자가 이득을 보고 남자가 손해를 보는 경우지 싶다. 스모의 이야기로 떠오른 것인데, 언젠가 '인간'이라는 잡지 표지 두 장을 경시청 사람에게 보인 적이 있다. 하나는 여자의 나체화라 허가받지 못 했다. 또 하나는 남자의 나체화이니 허가해줄 수 있다고 한.. 2021.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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