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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합리적, 동시에 다량의 인간미――상호인상, 키쿠치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키쿠치는 삶의 방식이 언제나 철저하다. 어중간한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옳다 생각하는 바를 척척 실행으로 옮긴다. 그 신념은 합리적인 동시에 반드시 다량의 인간미를 머금고 있다. 나는 그 점을 존경한다. 나 따위는 예술에 숨는 편이지만 키쿠치는 예술에 드러낸다――그렇게 말하면 이상하지만, 키쿠치의 경우엔 예술이 그의 생활 속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애당초 예술가 중에는 톨스토이처럼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보고 있는지 관심을 지닌 사람과 플로베르처럼 그 사람이 어떻게 예술을 보는가에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 나뉜다고 한다. 키쿠치는 물론 전자에 속하는 예술가로, 그런 의미에서는 인생을 위한 예술이란 주장과 인연이 가까운 듯하다. 키쿠치의 소설도 키쿠치의 생활 태도처럼 생각하는 바를 척척 .. 2021. 2. 22.
강연군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내가 강연 여행을 나선 건 이번에 사토미 군과 홋카이도로 간 게 처음이었다. 입장료를 내지 않은 청중은 자연스레 소란스러워지기 마련이니 그것만으로도 말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 마당이 몇 번이나 떠들고 다니니 적잖이 지쳐버렸다. 다만 공연 후의 회식 자리만은 사토미 군이 과감히 거절해준 덕에 많이 편할 수 있었다. 카이조샤의 야마모토 사네히코 군은 우리가 오타루에 있을 적에 전보를 쳤다. 우리가 그때 대답으로 "힘들어 힘들어 너덜너덜해"하고 보냈다. 그러자 시청 체신국에서 우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사토미 군의 라디오 드라마 일인가 싶어 바로 전화기를 넘겼다. 사토미 군은 "아, 그렇습니다. 네, 그렇습니다."니 뭐니 하면서 쿡쿡 웃었다. 그러고는 내게 "웃긴다, 많이 힘드냐, 그렇게 너덜너덜하냐.. 2021. 2. 22.
진로(塵勞)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봄날의 오후였다. 나는 지인 타자키를 만나기 위해 그가 근무하는 출판사의 좁은 응접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웬일이래." 얼마 지나지 않아 타자키가 바쁘다는 양 만년필을 귀에 꼽은 채 볼품 없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너한테 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야――실은 이삼일 정도 보양삼아 슈젠시나 유가하라에 소설을 쓰러 가고 싶은데……" 나는 바로 볼일을 꺼냈다. 요즘에는 내 소설집이 이 출판사에서 출시된다. 그 인세를 앞당겨 받을 수 있도록 좀 힘 좀 써줄래――그게 내 볼일의 요점이었다. "그야 못 할 건 없지만――그나저나 온천에 가다니 호화로운걸. 나는 머리 나고 자란 이후로 여행 다운 여행을 한 적이 없어서 말야." 타자키는 '아사히'에 불을 붙이고는 생활에 지친 얼굴에 순수한 부러움을 드러내다... 2021. 2. 22.
책을 모으는 일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본래 나는 어떤 일에나 집착하지 않는 성격이다. 특히 수집이란 건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 곤충 표본을 모은 거 말고는 아직도 열중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성냥 상표는 물론이요, 오일캔이든 간판이든 내지는 유명 작가의 그림이든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모으는 사람들에게는 경의에 가까운 걸 느끼곤 한다. 때로는 약간의 혐오가 뒤섞인 감탄 가까운 걸 느끼고 있다. 서적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나도 벌어먹는 게 있으니 조금의 서적을 지니고 있다. 허나 그마저도 모은 건 아니다. 되려 저절로 모였다 해야 한다. 만약 모은 서적이라면 무언가 전체를 통트는 맥락 따위가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나의 책장 안 서적은 모은 서적이 아니라는 증거라도 되듯이 굉장히 제각각이며 또 뒤섞여 있다. 맥락 따위는 약으로 쓰고 싶어도 없다... 2021. 2. 22.
타네코의 우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남편의 선배인 한 사업가의 딸이 결혼식을 가진다. 그런 소식을 들은 타네코는 마침 출근 준비 중이던 남편에게 이렇게 물었다. "제가 꼭 나가야 할까요?" "아무렴 나가야지." 남펴는 넥타이를 매면서 거울 속 타네코에게 대답했다. 물론 서랍장 위에 세워진 거울인 이상, 타네코보다는 그 눈썹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에 가까우리라. "그치만 제국 호텔에서 하는 거잖아요?" "제국 호텔――이야?" "어머, 모르셨어요?" "응……야, 조끼 떨어진다!" 타네코는 서둘러 조끼를 들어 올리고는 다시 한 번 결혼식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국 호텔은 양식일 거 아니에요?" "당연한 소리를 하네." "그러니까 곤란하죠." "왜?" "왜냐니……저는 양식 먹는 법을 한 번도 안 배웠는걸요." "그런 걸 누가 배워서 해!" 남편은.. 2021. 2. 22.
우치다 햣켄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우치다 햣켄 씨는 나츠메 선생님의 문하이자 내가 존경하는 선배이다. 문장이 탁월하고 그에 더해 시다류 거문고 실력이 뛰어나다. 저서 '명도'는 다른 사람이 허투루 대할 수 없는 특색을 지녔다. 하지만 불행히도 출판 직후에 지진이 일어나 널리 퍼지지는 못 했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치다 씨의 작품은 '명도' 후에도 가작이 적잖이 존재한다. 특히 '여성'에 기재되는 '료준카이죠' 등의 몇 편은 독창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이 몇 편을 읽을 수 있는 건(내가 아는 한) 무로우 사이세이, 하기와라 사쿠타로, 사사키 모사쿠, 키시다 쿠니오 정도 밖에 없다. 이 또한 유감스러운 일이다. 천하의 서점들이 다들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낼 동안 우치다 햣켄 씨를 돌아보지 않는 건 어째서일까. 나는 사토 하루오 씨와.. 2021.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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