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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강연군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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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강연 여행을 나선 건 이번에 사토미 군과 홋카이도로 간 게 처음이었다. 입장료를 내지 않은 청중은 자연스레 소란스러워지기 마련이니 그것만으로도 말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 마당이 몇 번이나 떠들고 다니니 적잖이 지쳐버렸다. 다만 공연 후의 회식 자리만은 사토미 군이 과감히 거절해준 덕에 많이 편할 수 있었다.
 카이조샤의 야마모토 사네히코 군은 우리가 오타루에 있을 적에 전보를 쳤다. 우리가 그때 대답으로 "힘들어 힘들어 너덜너덜해"하고 보냈다. 그러자 시청 체신국에서 우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사토미 군의 라디오 드라마 일인가 싶어 바로 전화기를 넘겼다. 사토미 군은 "아, 그렇습니다. 네, 그렇습니다."니 뭐니 하면서 쿡쿡 웃었다. 그러고는 내게 "웃긴다, 많이 힘드냐, 그렇게 너덜너덜하냐 하고 묻잖아." 하고 말했다. 그런 전보는 오타루 이후론 보내지 않았던 거 같다.
 강연에는 질려버렸다. 당분간은 의욕이 나지 않는다. 홋카이도의 풍경은 이상하리만치 감상적이고 아름다웠다. 밥은 어딜 가도 조개만 나오는지라 포기했다. 사토미 군이 하사히카와에서 오믈렛을 먹으며 "오믈렛이란 게 이렇게 맛있었구나"하고 절절하게 감탄한 것만 봐도 대부분은 상상할 수 있으리라.

  눈 녹은 곳에 버드나무 한 그루 우뚝 솟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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