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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의 오후였다. 나는 지인 타자키를 만나기 위해 그가 근무하는 출판사의 좁은 응접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웬일이래."
얼마 지나지 않아 타자키가 바쁘다는 양 만년필을 귀에 꼽은 채 볼품 없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너한테 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야――실은 이삼일 정도 보양삼아 슈젠시나 유가하라에 소설을 쓰러 가고 싶은데……"
나는 바로 볼일을 꺼냈다. 요즘에는 내 소설집이 이 출판사에서 출시된다. 그 인세를 앞당겨 받을 수 있도록 좀 힘 좀 써줄래――그게 내 볼일의 요점이었다.
"그야 못 할 건 없지만――그나저나 온천에 가다니 호화로운걸. 나는 머리 나고 자란 이후로 여행 다운 여행을 한 적이 없어서 말야."
타자키는 '아사히'에 불을 붙이고는 생활에 지친 얼굴에 순수한 부러움을 드러내다.
"어디든 떠나보지 그래. 딸린 식구도 없으면서."
"주머니 사정이 좋아야지."
나는 이 옛친구를 앞에 두고 내 차림이 부끄러워졌다.
"꽤나 오랫동안 일했잖아. 지금은 무슨 일 하는데?"
"나 말야?"
타자키는 '아사히'의 재를 떨구며 처음으로 의기양양히 대답했다.
"나는 지금 여행 안내서를 편집하고 있어.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여행 안내서를 만들어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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