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강에서 갈대를 잘라와 여자를 위한 산실을 깔았다. 그러고는 걸음을 돌려 다시 강기슭으로 갔다. 잘라낸 갈대 안에 무릎을 꿇고 아마테라스 오오카미니 어머니와 아이의 행복을 기도했다.
해가 지자 여자는 산실을 나와 갈대 안에 자리한 남자를 찾았다.
그러고는 "이레째에 와주세요. 그때 아이를 보여드리죠."하고 말했다.
남자는 하루라도 빨리 태어난 아이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의 부탁은 남자답게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런 가운데 해가 졌다. 남자는 갈대밭 안에 연결해둔 통나무배를 타고 아랫마을로 쓸쓸히 돌아갔다.
하지만 마을로 돌아온 남자는 이레를 기다리는 게 굉장히 힘들어졌다.
하여 목에 찬 일곱 곡옥을 매일 하나씩 떼어갔다. 그렇게 숫자가 늘어나는 걸 최소한의 위안으로 삼기 위해.
해는 매일 같이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졌다. 남자가 목에 건 곡옥은 매일 하나씩 줄어갔다. 하지만 엿새째 되니 남자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갈대 안에 통나무배를 연결한 남자는 몰래 산실로 다가갔다.
산실 안은 마치 인기척이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단지 지붕에 깐 볏짚만이 따스한 가을 햇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남자는 가만히 문을 열었다.
갈댓잎을 깐 마루 위에 희미하게 움직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아이일 터이다.
남자는 한 층 더 조용히 산실 안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살금살금 몸을 숙였다.
그때였다. 강물은 무서운 비명 소리에 놀라 갈대 뿌리를 뒤흔들었다.
남자가 비명을 지르는 건 무리도 아니었다. 여자가 낳은 아이란 게 일곱 마리의 작은 뱀이었으니까.
이 시절의 나는, 이 신화 속 남자와 같은 심정으로 내 작품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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