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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세상과 여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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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세상은 남자가 만든 제도나 습관이 지배하고 있으니 남자와 여자 사이에 굉장히 불공평한 점이 있다. 그 불공평함을 정정하기 위해서는 여자들이 세상 일에 관여해야만 한다. 하지만 불공평이란 게 꼭 남자만 이득을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내게는 여자 쪽이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스모가 그렇다. 우리는 여자의 나체를 쉽게 볼 수 없지만, 여자는 스모를 보러 가기만 하면 언제나 듬직한 남자의 자체를 볼 수 있다. 이게 여자가 이득을 보고 남자가 손해를 보는 경우지 싶다.
 스모의 이야기로 떠오른 것인데, 언젠가 '인간'이라는 잡지 표지 두 장을 경시청 사람에게 보인 적이 있다. 하나는 여자의 나체화라 허가받지 못 했다. 또 하나는 남자의 나체화이니 허가해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그림은 둘 다 여자였고, 한 쪽을 남자의 나체화라 생각한 건 축복할만한 실수였다
 또 그런 현상 이외에 남녀 관계 또한 그렇다. 남자는 언제나 유혹하는 쪽, 여자는 항상 유혹을 받는 쪽이란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자가 유혹하는 경우도……말로 유혹하지 않더라도 행동으로 유혹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런 점에선 남자가 하는 일을 여자도 하게 되면 남자의 누명을 풀 수 있을지 모른다. 나는 이런 의미에서 여자가 세상 일에 관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여자는 여자 스스로가 남자와 생리적이고 심리적으로 다른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만 세상일에 참여할 자격이 생긴다고 믿는다.
 만약 그렇지 않고 남자도 여자도 차이가 없다는 점만을 강조해서야 그저 남자가 하는 일의 일부가 남자 같은 여자 손에 이뤄지는 정도에 지나지 않아, 결국 세상이 진보하지 않을 듯하다.
 또한 세상 일에 관여하게 되면 여성스러움을 잃게 되리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확실히 지금까지의 여성스러움은 박살 날지 모른다. 하지만 여성스러움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터이다.
 이런 사레를 들면 여성에게 실례일지 모르나 늑대는 인간 손에 자라면 개가 됨이 분명하다. 하지만 고양이가 되지 않는 건 분명하다. 여성이 이제까지 지녔던 형태는 사라질지 몰라도, 여성스러움이 사라지지 않는 건 역시나 개가 도둑을 보면 물어뜯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싶다.
 하지만 이건 대의명분 위에 세운 의논이다. 내 개인적인 취향을 말하자면 역시 개보다는 늑대가 좋다. 아이를 키우거나 재봉을 하는 아름다운 암컷 흰색 늑대가 좋다.

 

(19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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