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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부장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명사와 집 나츠메 선생님의 집이 팔린다고 들었다. 그런 커다란 집은 보존하는 게 쉽지 않다. 서재는 그리 크지 않으니 집에서 떼어내 보존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어찌 되었든 상당한 사람인 만큼 작은 집이나 혹은 외각에서 사는 편이 나중에 보존할 때에 형편이 좋다. 모자를 뒤쫓는다 길을 걷고 있으면 불쑥 바람이 불어 모자가 날아간다. 내 주위 모든 걸 의식하며 모자를 쫓는다. 그러니 좀처럼 모자는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른 한 사람은 모자가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모자만 생각하며 그 뒤를 쫓는다. 자전거에 부딪힌다. 자동차에 치인다. 짐마차의 수레꾼한테 한 소리를 듣는다――그러는 동안 모자는 바람 방향을 따라 갈려간다. 그런 사람은 의외로 보자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인생은 결국 뜻대.. 2021. 4. 14.
나의 하이쿠 공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초등학교 시절――4학년 때 처음으로 열일곱 자를 늘어놓았다. "낙옆 불태워 나무의 신 바라본 밤이로구나". 이즈미 쿄카의 소설을 읽다 보면 그 낭만주의를 배우기 마련이다. 중학교 시절――"닷사이쇼오쿠하이와"나 "시키 수필" 따위를 읽었다. 시는 거의 짓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동급생 중에 쿠메 마사오가 있었다. 삼정이란 호를 가진 슈자야파의 시인이었다. 삼정 및 그 동료의 일은 시를 대하는 키타하라 하쿠슈 씨 같아서, 인상주의 수법을 사용한 하이카이라면 재밌게 읽었다. 이 시대에도 직접 짓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학 시절――이전 시대와 거의 동일하다. 교사 시절――해군 기관 학교의 교관이 되었다. 타카하마 선생님과 같은 가마쿠라에 살다 보니 문득 시를 짓고 싶어졌다. 열 구 가량을 첨삭을 부탁하니, .. 2021. 4. 13.
후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백 년 후의 지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다. 대중의 평판은 엇나가기 쉽기 마련이다. 현재의 대중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역사는 이미 펠리클레스 시대의 아테나 시민이나 문예부흥기(르네상스) 시기의 플로렌스 시민마저 이상의 대중과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과거나 오늘의 대중마저 그렇다면 미래 대중의 평판도 알 법 하지 않을까. 그들이 백 년 후에 모래와 금을 구분할 수 있으랴. 아쉽게도 나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 이상적인 대중을 얻는다 한들 과연 절대미란 게 예술 세계에 존재할까. 오늘의 내가 가진 눈은 단지 오늘의 내가 가진 눈이지, 결코 내일의 내가 가진 눈이 될 수 없다. 또 동시에 내 눈은 결국 일본인의 눈이며 서양인의 눈이 아님 또한 확실하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장소와 시간.. 2021. 4. 12.
추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눈이 그친 어느 오전이었다. 야스키치는 물리 교관실의 의자에 앉아 스토브의 불을 바라보았다. 스토브의 불은 숨이라도 쉬듯이 노란색으로 불타며 검은 잿먼지를 가라앉게 했다. 실내에 감도는 추위와 싸우고 있다는 증거였다. 야스키치는 문득 지구 밖의 우주적 한냉을 상상하면서, 붉게 탄 석탄에 무언가 동정에 가까운 걸 느꼈다. "호리카와." 야스키치는 스토브 앞에 선 미야모토란 이학사理学士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근시용 안경을 걸친 미야모토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콧수염이 옅은 입가에 사람 좋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호리카와, 자네는 여자도 물체라는 걸 알고 있나?" "동물이라는 건 알고 있는데." "동물이 아니야, 물체지――이건 나도 고심의 끝에 얼마 전에 발견한 진리야." "호리카와 씨, 미야모.. 2021. 4. 7.
학교 친구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건 학교 친구들에 관한 말이면서, 학교 친구들의 전부는 아니다. 단지 겨울밤이나 전등 아래에서 원고지를 볼 적에 문득 마음에 떠오른 학교 친구들에 대한 생각일 뿐이다. 코우타키 타카시 내 초등학교 친구이다. 아내 이름은 아키나. 하타 토요키치는 이 부부를 남화적 부부라 말했다. 도쿄 의과 대학을 나와 지금은 샤먼 아미어 아무개 병원에 있다. 인생관상의 리얼리스트지만 실생활에 임할 때에는 그리 리얼리스트라 할 수 없다. 서양 소설 속에 나오는 의사와 닮아 있다. 아이의 이름은 미노토라 한다. 코우타키의 아버지가 작명한 걸 생각하면 독특한 이름을 좋아하는 건 유전적 취미 중 하나로 봐야 하리라. 글은 제법 교묘하다. 노래도 시도 아마추어급으로 만든다. "신나이에서 내려다 바라보면 등롱이려나."란 시를 썼다.. 2021. 4. 6.
아부부부부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야스키치는 꽤나 오랫동안 이 가게의 주인을 알고 지냈다. 꽤나 오랫동안――혹은 그 해군 학교에 부임한 당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성냥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이 가게를 찾았다. 가게에는 작은 장식용 창이 있었고, 창 안에는 대장기를 건 군함 미카사의 모형과, 큐라소 병, 코코아병, 말린 포도캔 따위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가게 앞에 "담배"라 적은 붉은 간판이 나와 있으니 성냥을 팔지 않을 리도 없다. 그는 가게를 들여다보며 "성냥 하나 주게나."하고 말했다. 가게 초입에 자리한 높은 계산대 뒤에는 사시를 가진 젊은 남자 하나가 지루하다는 양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본 남자는 주판을 손에 든 채로 웃어 보이는 법도 없이 대답했다. "이거 가져가시죠. 아쉽게도 성냥이 다 떨어져서요." 가져가라는 ..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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