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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부부부부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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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스키치는 꽤나 오랫동안 이 가게의 주인을 알고 지냈다.
 꽤나 오랫동안――혹은 그 해군 학교에 부임한 당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성냥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이 가게를 찾았다. 가게에는 작은 장식용 창이 있었고, 창 안에는 대장기를 건 군함 미카사의 모형과, 큐라소 병, 코코아병, 말린 포도캔 따위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가게 앞에 "담배"라 적은 붉은 간판이 나와 있으니 성냥을 팔지 않을 리도 없다. 그는 가게를 들여다보며 "성냥 하나 주게나."하고 말했다. 가게 초입에 자리한 높은 계산대 뒤에는 사시를 가진 젊은 남자 하나가 지루하다는 양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본 남자는 주판을 손에 든 채로 웃어 보이는 법도 없이 대답했다.
"이거 가져가시죠. 아쉽게도 성냥이 다 떨어져서요."
 가져가라는 건 담배에 붙어 있는 가장 작은 성냥이었다.
"그냥 받는 건 내키지 않는데. 그럼 아사히[각주:1]하나 주겠소?"
"신경 쓰지 마십쇼. 받아 가세요."

"아니, 아사히 하나 달라니까."

"가져 가시죠. 이걸로 충분하시면――괜한 걸 살 필요는 없을 테죠."
 사시눈을 한 남자의 말은 친절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나 얼굴색은 매정하기 작이 없었다. 마냥 기뻐하기에는 꺼림칙했다. 그렇다고 가게를 뛰쳐나가자니 상대한테 미안해진다. 야스키치는 도리 없이 계산대 위에 1전의 동화 한 장을 내놓았다.
"그럼 그 성냥 두 개 주게."
"두 개든 세 개든 가져가시죠. 돈은 됐습니다."
 그때 마침 현관에 걸어둔 킨센 사이다 포스터 뒤쪽에서 작은 아이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몽롱한 표정을 지은, 여드름투성이 꼬맹이였다.
"나리, 성냥이라면 여기 있는데요."
 야스키치는 내심 개선가를 부르며 대형 성냥 한 상자를 샀다. 값은 물론 1전이었다. 그는 이때처럼 성냥의 아름다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특히 삼각 파도 위에 돛단배를 띄운 상표는 액자에 걸어도 될 정도였다. 그는 바지 주머니 밑바닥에 성냥을 꽂은 후, 의기양양히 가게를 뒤로했다…………
 야스키치는 그 이후로 반 년 가량 학교에 오고 가면서 이 가게를 들렸다. 이제는 눈을 감고서도 이 가게를 또렷히 떠올릴 수 있었다. 천장 기둥에 걸린 건 가마쿠라의 햄이 분명하리라. 문 위의 유리 창문은 회반죽을 칠한 벽에 녹빛의 볕을 비추고 있다. 판자가 깔린 마루에 흩뿌려진 건 가당 우유의 광고이리라. 정면 기둥에는 시계 아래에 커다란 일력이 걸려 있다. 그 외에는 장식용 창 안에 군함 미카사도, 킨센 사이다 포스터도, 의자도, 전화도, 자전거도, 스코틀랜드산 위스키도, 미국의 건포도도, 마닐라산 시가도, 이집트산 궐련도, 훈제 청어도, 소고기 조림 통조림도 전부 눈에 익었다. 특히 높은 계산대 위에서 무뚝뚝한 표정을 지은 주인은 질릴 정도로 익숙해져 있다. 익숙하기만 할까. 어떻게 기침하는가, 어떻게 꼬맹이에게 명령하는가, 코코아 하나를 살 때마저 " Fry 말고 이쪽으로 하시죠. 이쪽은 네덜란드의 Droste입니다."하고 어떻게 손님을 고민에 빠트리는가――주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습득하고 있다. 습득하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루한 건 사실이다. 야스키치는 이따금 이 가게에 와서는 묘하게 교사 노릇도 꽤 오래 해먹었다는 걸 느꼈다.(그런 주제에 앞서 말한 것처럼 그의 교사 생활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만법을 지배하는 변화란 역이 이 가게에도 일어나기 마련. 야스키치는 어느 초여름 아침, 이 가게에 담배를 사러 갔다. 가게 안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물을 뿌린 마루 위에 가당 우유의 광고가 뿌려져 있는 것도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 사시눈 주인을 대신해 계산대 뒤에 앉은 건 서양식으로 머리를 묶은 여자였다. 나이는 대략 열아홉 쯤 먹었을까. En face[각주:2]에서 본 얼굴은 고양이와 닮아 있다. 다른 색의 털이 섞이지 않은 하얀 고양이만 같다. 야스키치는 어라하고 생각하며 계산대 앞으로 향했다.
"아사히 두 개 주게나."
"네."
 여자는 부끄럽다는 양 대답했다. 그뿐 아니라 내민 것도 아사히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곽 뒤편에 욱일기가 그려진 미카사이다. 야스키치는 저도 모르게 담배에서 눈을 떼고는 여자를 보았다. 동시에 여자의 인중 아래에 긴 고양이 수염을 상상했다.
"아사히를――이건 아사히가 아니잖나."
"어머, 정말이네――죄송해서 어쩌죠."
 고양이――아니, 여자는 얼굴을 붉혔다. 이 순간의 감정 변화는 정말로 소녀다웠다. 하물며 요즘 아가씨조차 아니다. 5, 6년 전부터 명맥이 끊긴 켄유샤풍의 소녀였다. 야스키치는 잔돈을 찾으면서 "키재기", 초바쿠로다치의 보자기, 제비붓꽃, 료고쿠, 카부라키 키요카타――그 외에도 많은 걸 떠올렸다. 여자는 물론 그동안에도 계산대 아래를 들여다보며 열심히 아사히를 찾았다.
 그러자 안쪽에서 사시눈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은 미카사를 보고는 대강 상황을 파악한 듯했다. 오늘도 여전히 매정한 얼굴로 계산대 아래에 손을 넣자마자 아사히 두 개를 꺼내 야스키치에게 건넸다. 하지만 그 눈은 작게나마 웃고 있는 듯했다.
"성냥은?"
 여자의 눈 또한 고양이라면, 목소리 울림처럼 아양을 떨고 있었다. 주인은 대답하는 대신에 단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곧장(!) 계산대 위에 소형 성냥 하나를 두었다. 그리고는――다시 한 번 부끄럽다는 양 웃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한 게 꼭 아사히가 아니라 미카사를 꺼낸 게 전부는 아닌 듯했다. 야스키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스스로도 작게 웃고 있었다.
 여자는 그 후로 언제 와도 계산대 뒤에 앉아 있었다. 물론 이제는 처음처럼 서양식 머리를 하고 있지 않았다. 제대로 붉은 댕기로 묶어 커다란 마루마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손님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묘하게 부끄러움이 남아 있다. 대응은 할 수 있다. 물품은 실수한다. 더군다나 이따금 얼굴을 붉힌다――부인 같은 면모는 찾아 볼 수 없다. 야스키치는 서서히 이 여자에게 어떤 호의를 느끼게 되었다. 물론 사랑에 빠진 건 아니다. 단지 참으로 사람에 익숙하지 않은 기색에 가벼운 그리움을 느낀 것이다.
 여름의 뒷더위가 심했던 어느 오후. 야스키치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게에 코코아를 사러 들어갔다. 여자는 오늘도 계산대 뒤에서 강담구락부 같은 걸 읽고 있었다. 야스키치는 여드름이 많은 아이에게 Van Houten은 없는가 물었다.
"지금 있는 건 이거뿐이네요."
 아이가 건넨 건 Fry였다. 야스키치는 가게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과일 통조림 사이에 서양의 비구니 상표가 붙은 Droste도 한 캔 뒤섞여 있었다.
"저기 있는 거 Droste 아닌가?"
 아이는 그쪽을 보자마자 역시 멍한 얼굴을 하고 있다.
"네, 저것도 코코아지요."
"그럼 이게 전부가 아닌 거잖나?"
"네, 그래도 이거뿐입니다――부인, 코코아는 이거뿐이죠?"
 야스키치는 여자를 보았다. 부드럽게 웃고 있는 여자는 아름다운 녹색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문 위의 색유리로 투과된 오후의 햇살이 만드는 작용이다. 여자는 잡지를 무릎 위에 올려 놓고는 여느 때처럼 머뭇머뭇 대답했다.
"하아, 그거뿐인 거 같은데요."
"사실 이 Fry 코코아 안에는 이따금 벌레가 있어가지고――"
 야스키치는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벌레가 담긴 코코아를 만난 건 아니다. 단지 이렇게 말해야 Van Houten의 유무를 확실히 하는 효능이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꽤나 큰 게 있어가지고, 딱 이 손가락 정도로……"
 여자는 적잖이 놀랐는지 계산대 위로 반신을 뻗었다.
"거기에도 없나요? 아, 그 뒤쪽의 선반에도."
"붉은 거뿐이네요. 여기에 있는 건."
"그럼 이쪽은?"
 여자는 게다를 신고는 걱정스레 가게를 살폈다. 멍하니 있던 아이도 도리 없이 캔 진열대 사이를 들여보고 있다. 야스키치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그들에게 박차를 가하듯이 골똘히 생각해 말했다.
"벌레가 든 걸 마시면 아이의 배가 상하니 말이야.(그는 어떤 피서지의 셋방에서 홀로 살고 있다.) 아니, 아이뿐이겠나. 아내도 한 번 지독한 꼴을 봤지.(물론 아내를 들인 적도 없었다.) 주의해서 나쁠 건 없지 않나……"
 야스키치는 불쑥 입을 다물었다. 여자는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당혹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도무지 찾을 수가 없네요."
 여자의 눈이 흔들리고도 있다. 입가도 억지로 웃고 있다. 코마저 땀을 뚝뚝 흘리고 있기에 더욱 우습게 보였다. 야스치키는 여자와 눈을 마주한 찰나에 불쑥 마수에 휩싸이는 걸 느꼈다. 이 여자는 말하자면 미모사와 같다. 일정한 자극만 주면 반드시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반응할 게 분명하다. 더군다나 그 자각이란 게 참 간단하다. 가만히 얼굴을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혹은 손가락끝이라도 좋다. 여자는 분명 그 자극에 야스키치의 암시를 받으리라. 받은 암시를 어떻게 할지는 물론 미지의 문제이다. 하지만 다행히 반발하지 않으면――아니, 고양이를 길러도 된다. 고양이와 닮은 여자를 위해 혼을 악마에게 파는 건 조금 생각해 볼 일이다. 야스키치는 피우던 담배와 함께 옮겨붙으려던 악마를 쫓아냈다. 예상치 못 한 반응에 악마는 돌아가는 박자에 아이의 콧구멍으로 옮겨갔으리라. 아이는 악마에게 목을 조이자마자 큰 재채기를 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Droste나 한 개 주게나."
 야스키치는 쓴웃음을 지은 채로 주머니에서 잔돈을 꺼냈다.
 그 후로도 야스키치는 이 여자와 비슷한 교섭을 거듭했다. 하지만 마수에 붙잡힌 기억은 다행히 달리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한 번은 불쑥 천사가 온 걸 느낀 적도 있다.
 가을도 깊어진 어떤 오후. 야스키치는 담배를 사는 김에 이 가게의 전화를 빌렸다. 주인은 그날 가게 앞에서 공기 펌프를 써서 자전거를 수리해주고 있었다. 아이는 심부름을 나간 듯했다. 여자는 여전히 계산대 앞에서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다. 그런 광경은 언제 봐도 나쁠 게 없었다. 어딘가 네덜란드의 풍속화 같은, 조용한 행복으로 가득했다. 야스키치는 여자의 곧장 뒤에서 수화기를 귀에 댄 채로 그가 애장하는 사진판 De Hooghe한 장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교환수마저 어떻게 된 건지 한두 번 "몇 번에 걸까요?"하고 반복한 후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야스키치는 몇 번이나 벨을 울렸다. 하지만 수화기는 그의 귀에 거슬리는 소리만 전달했다. 이런 마당이니 De Hooghe 따위를 떠올릴 때가 아니다. 야스키치는 주머니에서  Spargo의 "금방 알 수 있는 사회주의"를 꺼냈다. 다행히 전화에는 선반처럼 뚜껑이 이어져 있던 상자도 놓여 있다. 야스키치는 그 상자 위에 책을 얹고는 눈은 활자를 쫓으며 손은 되도록 천천히, 또 완고히 벨을 울리게 했다. 이건 제멋대로인 교환수를 대하는 그의 전법 중 하나이다. 한 번은 긴자 오하리쵸의 자동 전화에 들어갔을 때에는 벨을 울리다 울리다 못 해 기어코 "사하시 진고로"를 한 편을 고스란히 읽어버렸다. 오늘도 교환수가 받지 않는 동안 끊임 없이 벨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한참을 교환수와 싸운 끝에 겨우 전화를 내려 놓은 건 20분 후의 일이었다. 야스키치는 인사를 하기 위해 뒤에 위치한 계산대를 보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자는 어느 틈엔가 가게 현관에서 주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은 아직 가을볕에 아래에서 자전거 수리를 계속하고 있는 듯했다. 야스키치는 그곳으로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발을 멈추었다. 여자는 등을 돌린 채로 주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여보, 아까 말이에요. 고비(젠마이) 커피를 찾는 손님이 있더라고요. 그런 커피도 있어요?"

"태엽 커피?"
 주인은 아내에게도 손님을 대하는 것처럼 무뚝뚝했다.
"현미(겐마이) 커피를 잘못 들은 거겠지."

"현미 커피? 아, 현미로 만든 커피――어쩐지 이상하다 했지. 고비면 채소가게에 있는 그거죠?"

 야스키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또 동시에 천사가 오는 걸 느꼈다. 천사는 햄이 걸린 천장 근처를 날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두 사람의 위에서 축복을 해주고 있을 게 분명하다. 물론 훈제 청어 냄새에 얼굴만은 조금 찌푸리고 있다――야스키치는 불숙 훈제 청어 구매를 까먹었음을 깨달았다. 청어는 그의 코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봐, 이 청어 하나 주게나."
 여자는 바로 돌아보았다. 돌아 본 건 마침 고비가 채소 가게에서 판다는 걸 깨달았을 대이다. 여자는 물론 내가 그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한 게 분명하다. 고양이와 닮은 얼굴을 드는가 싶더니 점점 부끄럽다는 양 붉히기 시작했다. 야스키치는 이전에도 말한 것처럼 여자가 얼굴을 붉히는 광경을 수없이 바왔다. 하지만 이때만큼 새빨간 건 보지 못 했다.
"처, 청어요?"
 여자는 작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네, 청어요."
 야스키치도 이 순간만큼은 굉장히 정중히 대답을 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두 달 쯤 지났을까. 분명 다음 해 정월이었을 터이다. 여자는 어디로 간 건지 모습을 뚝 감추고 말았다. 3, 5일 정도가 아니다. 언제 물건을 사러 가도 낡은 스토브가 돌아가는 가게 안에는 사시눈 주인만이 지루하다는 양 앉아 있을 따름이었다. 야스키치는 조금 부족함을 느꼈다. 또 여자가 보이지 않는 이유를 이래저래 상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러 무뚝뚝한 주인에게 "부인분은?"하고 물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애당초 주인은 물론이요 그 부끄럼 많은 여자에게도 "뭘 주게나"하는 말 이외에는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는 동안 겨울거리 위에도 이따금 하루나 이틀가량 따스한 햇살이 들게 되었다. 하지만 여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게는 역시 주인 부근에 거칠고 차가운 공기만을 두르고 있엇다. 야스키치는 어느 틈엔가 조금식 여자가 없는 걸 잊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2월 말의 밤. 학교의 영어 강연회를 마친 야스키치는 미적지근한 남풍을 받으며 딱히 살 것도 없는 주제에 문득 이 가게 앞을 지났다. 전등불이 들어온 가게 안에는 서양주캔이나 통조림 따위가 휘황찬란히 진열되어 있다. 이건 물론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가게 앞에 여자 하나가 품 안에 아이를 안은 채 별 볼 일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야스치키는 가게에서 길로 뻗은 폭이 넓은 전등빛 덕에 그 젊은 어머니가 누구인지를 발견했다.
"아부부부부부부부, 바!"
 여자는 가게 앞을 걸으며 재밌다는 양 아이를 달래고 있다. 그러다 아이를 들어 올리는 박자에 우연찮게 야스키치와 눈이 맞았다. 야스키치는 곧장 여자가 눈을 돌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또 밤임에도 불구하고 잘 보이는 붉어진 얼굴을 상상했다. 하지만 여자는 아무렇지 않았다. 눈도 조용히 웃고 있으며, 얼굴도 부끄러움 따위는 두르고 있지 않았다.
"아부부부부부부부, 바!"
 야스키치는 여자를 뒤로하며 저도 모르게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여자는 더 이상 '그 여자'가 아니었다. 배짱 좋은 어머니 중 한 명이다. 그저 아이 하나만을 바라보며 끝내는 어떤 나쁜 짓도 범하는 무서운 '어머니' 중 한 명이다. 이 변화는 물론 여자를 위해서는 갖은 축복을 해주어도 좋다. 하지만 소녀 같은 아내를 대신하여 대범함 어머니를 발견한 건……야스키치는 걸으면서 멍하니 거리 위의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에는 남풍이 부는 가운데 둥근 봄달 하나가 하얗게,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1. 당시 담배 브랜드 이름 [본문으로]
  2. 정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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