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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백로와 원앙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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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3년 전의 여름이다. 나는 긴자를 걸으면서 두 여자를 발견했다. 그것도 평범한 여자는 아니었다. 놀랄 만큼 예쁜 뒷모습을 한 두 여자를 발견한 것이다.
 한 명은 백로처럼 가늘었다. 다른 한 명은――이 설명은 조금 성가시다. 본래 예쁜 모습이란 건 통통한 사람보다도 초췌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 듯하다. 하지만 한 명은 뚱뚱했다. 평범하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살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몸의 조화를 조금도 훼손하지 않았다. 특히 허리를 휘두르듯 유유히 걷는 모습은 원앙처럼 훌륭했다. 한 쌍을 이루는 줄무늬 기모노에 여름용 오비를 두르고, 당시에 유행했던 망을 걸친 한 쌍의 파라솔을 든 걸 보면 자매 관계일지 모르겠다. 나는 마치 이 두 사람을 무대 위에 세운 것처럼 갖은 면과 선을 감상했다. 본래 여름 여자란 입은 옷이 얇은 탓에――그런 말은 30년 전부터 몇 번이나 부인 잡지에 실려 있다.
 나는 혹시 몰라 두 사람을 지나쳐 힐끔 얼굴을 물색하려 했다. 확실히 두 사람은 자매였다. 그뿐 아니라 어느 쪽도 스페이드 형태로 머리를 묶은 이십 대 전후의 미인이었다. 단지 원앙은 백로보다 기량은 나쁠지 모른다. 나는 그 이후로 두 사람을 잊고 길거리를 어슬렁거렸다. 길은 앞에도 말한 것처럼 여름 볕을 받는 긴자였다. 내가 두 사람을 잊은 건 꼭 내 안에 내재하는 서정시적 소양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손수건으로 땀을 닦거나 여름 모자를 부채 대신 삼거나, 녹아내릴 듯한 더위와 분투하는 통에 정신력을 꽤나 써버린 탓이다.
 하지만 이래저래 10분 정도 지나, 긴자 4쵸메에서 전철을 타니 곧 그들 또한 같은 기차를 탄 건 기우가 따로 없었다. 전차는 혼잡하지 않았지만 공석은 겨우 하나 있었다. 심지어 그 공석이란 게 딱 내 오른 자리에 있었다. 백로가 언니인지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원앙은 물론 그 앞에서 손잡이를 붙들고 있다. 나는 들고 있던 책을 펼쳐 굳이 여름에 읽지 않아도 덥고 괴로운 마하트마 간디전을 정복하려 했다. 아니, 정복하려 한 게 아니다. 정복하려 했을 뿐이다. 나는 전차가 움직이는 박자에 원앙이 비틀거리는 걸 보고는 곧장 어떤 신사보다도 은근히 원앙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동시에 두 사람의 감사 인사를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뜨고 말았다. 이기주의자나 다름없는 자기희생은 우연이 아니었다. 원앙의 얼굴을 아래에서 보니 코털이 길게 뻗어 있었다. 백로 또한 머리를 잘 감지 않는지 냄새가 심상치 않았다. 그런 건 차라리 넘긴다 하더라도 두 사람이 열심히 이야기하는 건 멘스라티온 같은 임상의과적인 사실이었다.
 그 이후로 '여름 여자의 모습'은 불행히도 내게 참담한 환멸의 상징이 되어 있다. 햇살로 가득한 긴자의 미인은 아무리 곱고 정숙하여도 쉽사리 경의를 표할 게 되지 않는다. 적어도 경의를 표하기 전에 냄새는 맡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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