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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의 하이쿠 공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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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시절――4학년 때 처음으로 열일곱 자를 늘어놓았다. "낙옆 불태워 나무의 신 바라본 밤이로구나". 이즈미 쿄카의 소설을 읽다 보면 그 낭만주의를 배우기 마련이다. 

 중학교 시절――"닷사이쇼오쿠하이와"[각주:1]나 "시키 수필" 따위를 읽었다. 시는 거의 짓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동급생 중에 쿠메 마사오가 있었다. 삼정이란 호를 가진 슈자야파의 시인이었다. 삼정 및 그 동료의 일은 시를 대하는 키타하라 하쿠슈 씨 같아서, 인상주의 수법을 사용한 하이카이라면 재밌게 읽었다. 이 시대에도 직접 짓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학 시절――이전 시대와 거의 동일하다.

 교사 시절――해군 기관 학교의 교관이 되었다. 타카하마 선생님과 같은 가마쿠라에 살다 보니 문득 시를 짓고 싶어졌다. 열 구 가량을 첨삭을 부탁하니, "호토토기스"에 두 구 가량이 채용된다. 그 후로도 두세 구씩 "호토토기스"에 기재하게 되었다. 단지 그 시절엔 이미 어느 정도 이름이 팔렸는데다가, 열 구 중 두세 구씩 잡지에 실은 것은 선생님의 중개 덕이다 싶어 조금 겸연쩍기도 하다.

 작가 시절――도쿄로 돌아온 후에는 오와자 헤키도 씨의 가르침을 받지만 쉽지 않았다. 그 외에도 일유정[각주:2], 절시[각주:3], 고원초 등에게도 은혜를 받아 덕분에 꽤나 깨우침을 얻게 되었다. 물론 신경향의 구는 두세 구 밖에 만들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하이쿠 공부는 "호토토기스"에 폐를 끼치는가 하면, "홍해"의 신세를 지기도 하는 등 흡사 설익은 오곡밥만 같다. 거기에 카츠미네 신푸 씨를 알게 되고 시치부시후 따위를 들여다보면 기어코 누에[각주:4]나 다를 바 없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이제는 단지 일유정, 어면동 등과 한가할 때 하이쿠를 사랑할 따름이다. 시인 사회의 일은 잘 알지 못 한다. 단지 마냥 모른다고는 못 한다. 이따금 탄사쿠[각주:5] 따위를 보내서는 구를 쓰라는 사람이 지만, 태연히 탄사쿠만 빼놓고 이제껏 써본 적이 없다. 이런 문외한적 면모만은 앞으로도 영원히 달라지지 않으리라. 겸사겸사 앞에 적은 시인들 이외에도 벽오동, 귀성, 사홀, 천랑, 백봉 같은 시인의 구에도 은혜를 받은 걸 적어두겠다. 백봉은 "호토토기스"에 역시나 두세 구 가량을 기재하는 사람이다.

 

  1. 마사오카 시키의 하이쿠論. [본문으로]
  2. 오아나 류이치의 호 [본문으로]
  3. 타키 코사쿠의 호 [본문으로]
  4. 『헤이케모노가타리』 등에 등장하는 얼굴은 원숭이, 몸통은 너구리, 손발은 호랑이이며 꼬리는 뱀인 요괴 [본문으로]
  5. 하이쿠를 적는 용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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