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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84

자작을 말하다 - 다자이 오사무 나는 이제까지 내 작품을 이야기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내키지 않았다. 독자가 끝까지 읽었다면 그뿐이다. 작품집에 서문을 더하는 것마저 내키지 않는다. 자심의 작품을 설명하는 건 작가가 지는 거라 생각한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나는 A란 작품을 만든다. 독자가 읽는다. 독자는 A가 재미없다고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뿐이다. 아니, 재밌는데 당신이 모르는 거다. 그런 항변은 성립되지 않는다. 작가는 더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마음에 안 들면 별 수 없단 뜻이다.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 되도록 정성 들여 썼을 터이다. 그럼에도 모르겠다면 조용히 물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친구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나는 그 몇 안 되는 되는 친구에게도 내 작품을 해설한 적이 없다. 발표하더라도 구.. 2021. 12. 2.
같은 별 - 다자이 오사무 자신과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태어난 사람에게 무관심할 수 있을까. 나는 메이지 42년 6월 9일에 태어났는데 이 "마스"라는 잡지의 편집을 하는 미야자키 죠 씨 또한 메이지 42년 6월 9일에 태어났다고 한다. 7, 8년도 더 된 일인데 나는 미야자키 씨께 편지를 받았다. 그에는 대강 다음 가 같은 내용이 적혀 있음을 기억하고 있다. 문예연감을 통해 네가 메이지 42년 6월 9일생인 걸 알았다. 정말 기묘한 느낌이다. 실은 나도 메이지 42년 6월 9일에 태어났다. 이 신비한 합치를 이제까지 몰랐다니 아쉬운 일이다. 마시자. 네 형편 좋은 날을 가르쳐달라. 나는 시인이다. 그런 내용의 편지를 받은 나는 꿈이라도 꾸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단언해도 좋을 거 같은데 메이지 42년에 태어나 행복한 사람은.. 2021. 11. 30.
향수 - 다자이 오사무 나는 야만적인 촌뜨기라서 시인의 베레모나 비로드 바지를 보면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 또 그 작품을 보아도 산문을 괜히 행을 바꿔 써 읽기 어렵게 만들고는 의미심장하게 꾸미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애당초 시인이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곱게 보일 리도 없다. 검은 안경을 쓴 스파이는 스파이로 써먹을 수 없는 것처럼 소위 '시인답다'라는 허영의 히스테리즘은 문학의 불결함이라 생각했다. '시인답다'란 말에는 오싹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츠무라 노부오의 동료 시인들에게선 그런 불편함이 없었다. 대체로 평범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촌뜨기인 나에겐 그게 무엇보다도 듬직했다. 특히 츠무라 노부오는 나와 동년배기도 하고 다른 이유도 있어서 굉장히 가깝게 느껴졌다. 츠무라 노부오와 알게 되어 십 년이 되었는데.. 2021. 11. 27.
존중해줘야 할 곤란한 사람――다자이 오사무 - 사토 하루오 '푸른 꽃'에 드러난 얼핏 동화풍이면서 내부에는 근대인의 자기분열과 정신박약의 자기반성을 동반한 현실감을 바람처럼 자연스레 묻어나게 하며 골격에 잘 담은 걸 발견한 건 일 년도 더 된 일이다. 이제 제목은 떠오르지 않아도 작가가 다자이 오사무인 것만큼은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같은 작가의 이름을 분게이서 보고 곧장 읽어 보니 이전 번엔 털실을 푸는 듯한 문체였던 반면 금속적 느낌이 드는 지독히 교묘한 엽편소설 세 개를 모아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스며 드는 듯한 현실감은 이전과 일맥상통하여 외견은 달라졌어도 같은 작가의 것이라 연결 지을 수 있었다. 다시 분게이순슈에 서평을 쓰던 나는 이 작가와 이 작품에 한 마디를 남기고 싶었으나 작품이 아직 낟알이 작고 작가의 풍채가 내 취향에 들어맞는 게 아닐.. 2021. 11. 25.
보기 드문 문학적 천재 - 사토 하루오 아쿠타가와상의 계절이 되면 항상 다자이 오사무를 떠올린다. 그가 깊은 집념으로 상을 받으려 한 걸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을 한 번 쓴 적도 있다. 당시에 그걸 폭로 소설인지 뭔지로 읽은 사람도 있었던 모양이라 한동안 버려둔 채 작품집에도 넣지 않았으나 요번 '분게이'에 재록된 걸 오랜만에 다시 읽고 일언반구의 악의도 없단 걸 스스로 확인했기에 다시 한 번 안심하고 작품집에도 추가했다. 그 작품에는 어떠한 악의도 없고 되려 깊은 우정에서 나온 충고가 담겨 있다. 이는 지금 냉정히 읽어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그 작품은 조심스레 돌려 말하는 바 없이 사실을 고스란히 적어두었다. 나는 사실이라면 누구에게도 거리낌 없이 말해도 된다 믿고 있다. 세속인이 아니라 적어도 문학에.. 2021. 11. 8.
문학의 본래 길을 가다 사카구치 안고 선집 - 사토 하루오 사카구치 안고의 문학은 조금 기괴하고 반속적인 부분은 있어도 문학으로선 조금도 병적이지 않고 뛰어난 정신을 품어 우수하지 싶다. 그런 점에서 한없이 퇴폐적이고 그을려진 센티멘털한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보다도 사카구치의 문학 쪽이 더 문학 본래의 길이지 싶다. 사카구치는 어떤 세속적 선입관에도 휘둘리는 법 없이 또렷이 인간을 보았다. 때문에 그는 인간의 심리를 꽤나 깊게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문학은 창작뿐만 아니라 잡감수필마저 사로잡히지 않은 견해나 활발한 사람들이 자주 나와 재미있다. 다자이의 문학이 현대 청년이라면 사카구치의 문학은 장래 어른의 문학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나는 솔직히 인지의 진보와 발달을 믿고 문학의 상식도 매년 건전한 발달을 이루고 있다 보고 있다. 그러니 일반 독자가 다자이의 .. 2021.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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