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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84

일문일답 - 다자이 오사무 "최근 들어 느낀 감상을 이야기해주시죠." "곤란하네요." "곤란하네요라고만 하시면 제가 더 곤란해집니다. 뭐라도 말씀해주세요." "사람은 정직해야 한다. 최근 들어 똑똑히 느끼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감상인데 어제도 길을 걸으면서 분명히 느꼈지요. 속이려 드니까 생활이 어려워지고 성가셔지는 겁니다. 정직히 말하고 정직히 나아가면 생활은 정말로 간단해집니다. 실패랄 게 없지요. 실패라는 건 속이려다 미처 속이지 못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겁니다. 떠 욕심 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요. 욕심을 부리면 도리 없이 조금 속이고 싶어지니까요. 속이려 들면 이래저래 성가셔지고 이윽고 들통나서 곤란해집니다. 뻔한 감상이지만 이만한 사실을 깨닫는데 34년이 걸렸지요." "젊을 적의 작품을 다시 읽어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 2021. 12. 20.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인가 - 사토 하루오 다자이 오사무는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이란 말을 남기며 죽었다 들었다. 이는 꽤나 중요한 유언이라 생각하니 나는 이를 해설하여 이부세 마스지가 다자이 오사무에게 나쁜 사람이었던 걸 뒷받침해주고 싶다. 다자이 오사무는 역설적 표현을 즐겨 쓰던 남자였으니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이라 써져 있어도 나는 크게 기이하다 느끼지 않는다. 되려 "이부세 씨께는 오랫동안 신세를 졌습니다. 감사합니다"하고 적혀 있다면 되려 이상하게 여겼을 정도이리라. 또 다자이가 이부세를 정말 나쁜 사람이라 느꼈다면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이라는 단순하고 멋없는 표현으로 만족했을까. 여시아문의 필법으로, 그런 표현도 조금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부세 마스지는 다자이 오사무에게 그만한 독설을 할 가치도 없던 나쁜 사람.. 2021. 12. 19.
도당 - 다자이 오사무 도당은 정치이다. 그리고 정치는 힘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당도 힘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발명된 기계인 걸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 힘이 의지하는 건 역시 '다수'란 점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정치의 경우엔 이백 표보다도 삼백 표가 절대적인, 그야말로 신의 심판이라도 받은 듯한 승리가 될지라도 문학의 경우엔 조금 다른 듯하다. 고고孤高. 그건 과거부터 아첨의 말로 사용되었다. 그런 아첨을 받는 사람을 보면 단순히 불쾌한 사람으로 누구도 어울리고 싶지 않아 하는 기질의 사람이 많은 듯하다. 그리고 소위 '고고'한 사람은 괜히 말을 꼬아서 '무리'를 매도한다. 왜 무리 짓는지 이해하지 못 한다. 단지 '무리'를 매도하여 자신의 소위 '고고'함을 자랑하는 게 외국서도 일본서도 과거의 위대한 사람들이 '고고'했다는.. 2021. 12. 18.
오다 군의 죽음 - 다자이 오사무 오다 군은 죽을 생각이었다. 나는 오다 군의 단편 소설을 두 개 읽은 게 전부고 만난 것도 겨우 두 번뿐이다. 심지어 그마저도 불과 한 달 전에 처음 만난 것이니 깊은 관계를 지녔다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어지간한 사람들보다도 오다 군의 슬픔을 깊게 느끼고 있다고 믿는다. 그와 처음 긴자에서 만났을 때엔 '참 딱한 남자로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힘들어 견딜 수 없었다. 그가 가는 곳에는 죽음의 벽 이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게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죽을 생각이다. 하지만 내게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선배 다운 충고도 꺼림칙한 위선이다. 단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죽을 생각으로 무언가를 쓰는 남자. 나는 요즘 같은 시대엔 훨씬 많아도 당연하다 느껴지는데 의외로 쉽게 찾아 볼 .. 2021. 12. 15.
바다 - 다자이 오사무 도쿄 미카타 집에 살던 적에는 매일 같이 근처에 포탄이 떨어졌다. 나야 죽어도 상관없지만 이 아이의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지면 이 아이는 끝내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는 건가 생각하니 안타까워졌다. 나는 츠가루헤이야의 한가운데서 태어나 열 살이나 되어서야 겨우 바다를 보았다. 그때 느낀 대흥분은 지금도 귀중한 추억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 아이에게도 한 번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는 여자아이로 다섯 살이다. 이윽고 미카타 집은 폭탄으로 박살이 났지만 누가 다치는 법은 없었다. 우리는 아내의 고향인 코후시로 옮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코후시도 적기의 공격을 받아 사는 집을 불태웠다. 그럼에도 싸움은 계속되었다. 끝내 우리 고향에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가 마지막으.. 2021. 12. 14.
하루오와 여행하지 못한 이야기 - 다자이 오사무 일반 사회인으로서 여기에 문장을 써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고 있다. 사토 하루오 씨와 함께 늦가을의 고향을 찾는단 약속은 진실이다. 실현되지 못해 거짓말이 되어 고향의 한두 명에게 비웃음의 표적이 된 모양이다. 이 세상에선 거짓도 진실도 역량의 문제라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바보란 말을 들어 그 두 배, 세 배 되는 목소리로 바보라 외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돈 또한 그러하다. 패전한 장군은 말하지 않는다. 그런 말이 있다. 포기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듯하다. 해야 할 말이 너무 많고 그걸 냉정히 정리하기 위해 숙이는 것이다. 증거품의 냉혹한 취사이다. 삼 년 이내에 훌륭히 꽃이 필 걸 확신하고 있다. 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는 누구도 용서하지 않는다. 우리 안 늑대는 들에.. 2021.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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