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분류 전체보기1358 바다의 유혹 - 키시다 쿠니오 인기척 없는 저녁 모래 사장을 홀로 걷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건 제 감상벽과 별 관계는 없는 듯합니다. 물과 하늘을 감싸는 신비한 빛에 가슴이 뛰는 것 이외에 이렇다할 추억에 잠기는 일도 없었으니까요. 하물며 달이 파도 위에 떠오르는 걸 기다려 로맨스의 한 절을 읊을 정도로 감미로운 서정미도 지니지 못한 저니까요. 하지만 이는 제 공상벽과 밀접한 교차점이 있는 듯합니다. 왜냐면 저 각진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의 모습으로 늘 하나의 연상을 떠올리고 망망대해의 수평선 너머서 자칫하면 기괴한 환상을 떠올리는 일도 흔했으니까요. 애수를 노래한 세계 최초의 시인 샤토 오 브리옹의 묘에서 '에메랄드 해변'이라 불리는 브루타뉴의 북쪽 해안가, 그곳에는 패랭이꽃이 흩날리는 라 기메로의 곳이었습니다. 호텔이란 이름뿐인 숙.. 2022. 12. 12. [독서노트] 콘텐츠 만드는 마음 잡다한 블로그 내 블로그 이름에는 '잡다한'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또 실제로 잡다하게 이것저것 손을 뻗고 있다고 (내 나름대로는) 생각하고 있다. 단지 이것도 이름 지은지 꽤 세월이 지난지라 구체적으로 어떤 동기에서 이렇게 지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름은 운명이라 하던가. 이래저래 잡다하게 살고 있다, 잡다하게 살아갈 거 같다. 그런 잡다한 것 중에는 일단 '만드는' 것또한 포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뿐만 아니라, 번역뿐만 아니라 따지고 보면 이 독서노트나 리뷰들도 그렇다. 무언가를 섭취해 소화한 뒤 무언가로 내놓는다. 그런 의미에서는 확실히 만드는 일이다. '콘텐츠 만드는 마음'은 작가가 '보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으로 변하기 전, 변해가는 과정, 변한 후를 쫓는다. 개인적으로는.. 2022. 12. 11. 달콤한 이야기 - 키시다 쿠니오 나는 어릴 적에 어떤 과자를 좋아했던가. 지금 떠올리려 하면 도무지 쉽지 않다. 하지만 열 살 쯔음에 요츠야시오쵸 근처서 마츠카제토라는 과자집이 있었던 걸 기억하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그 시절 찍은 사진 중에 마키센베를 꽉 쥔 사진이 하나 있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몰튼이란 서양풍 과자를 사서 돌아왔다. 그후 근처 친구들도 같은 몰튼을 먹고 있는 걸 발견했는데 그들은 그걸 드롭이라 불렀다. 왜 나만 몰튼이라 불렀는지는 영원히 알 겨를이 없었다. 열일곱 쯤에 내 용돈으로 과자를 사게 되었고 나는 내내 마쉬멜로를 샀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그 가루 뿌린 오색 피부야말로 옅은 향기와 매끈한 탄력을 품은 채 청춘의 첫 걸음이 품은 향수를 느끼게 했던 게 분명하다. 프랑스서 먹은 과자 중에 내가 가장 먹고 싶다 .. 2022. 12. 11. 어떤 풍조에 관해 - 키시다 쿠니오 일본인이 일본인을 향해 일본을 칭찬하는 풍조가 요즘 들어 눈에 띄고 있다. 이게 현재 일본에 필요한 일이지 싶긴 하나 그 안에는 조금 미묘한 호흡이 존재하여 그리 이상하지 않은 것과 묘하게 간질거리며 그만 해줬으면 하는 게 있다. 일본인이면서 진심으로 일본을 깔보는 사람에게 한 마디 경고해주는 건 물론 찬성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일본인은, 특히 일본 지식층은 요즘 들어 일본인이란 사실에 자신을 잃고 있는 게 사실이며 그런 점에선 좀 더 낙관적이어도 좋을 이유를 강조하는 것도 좋을 터이다. 특히 지금의 일본은 중대한 국가적 난관에 봉착해 있으며 이를 이겨내기 위해 국민의 각오와 노력이 필요한 참이다. 그러하니 서로 정신 차려라, 너는 일본인이다, 여기서 네 진짜 힘을 발휘햐아 한다고 필사적으로 격려하는 영.. 2022. 12. 10. [리뷰] AGF 2022 행사하고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 행사, 축제, 이벤트. 하나 같이 저하고는 거리가 멀었던 이벤트입니다. 학창시절 운동회나 대학 시절 축제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오타쿠면서 오타쿠 행사에 참여한 기억도 손에 꼽네요. 아이마스 온리전, 팝업 스토어 행사 정도? 최근 거 제외하면 딱 그 정도 밖에 안 떠오르네요. 생각해보면 하나둘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뭐 근 스무 해 가까이 덕질하면서 이 정도면 정말 가만히 있었던 편이긴 하죠. 유명한 서울 코믹월드 이런 것도 한 번도 안 가봤으니까요. 그런 제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요즘 들어 부쩍 놀러 다니는 느낌. 플레이 엑스포도 그렇고 여타 관람회도 그렇고. AGF도 말만 들어봤다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 한 번 가기로 결정. 대체 어떤 심정의.. 2022. 12. 10. 위대한 근대극인 - 키시다 쿠니오 오사나이 카오루 씨의 업적을 가장 이해하고 있으며 동시에 가장 상세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달리도 많이 있겠지요. 그야말로 오늘날의 연극, 특히 신극 방면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모종의 의미로 오사나이 씨와 친근한 관계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불행히도 같은 극단에 소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사나이 씨와 가장 먼 곳에 있던 관계상, 그 높은 명성을 통해 눈부신 일류로서의 활동을 조금 엿본 정도로 여기서 이야기할만한 소재를 많이 지니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남몰래 알고 있는 건 오사나이 씨가 일본에서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근대 극장인으로서의 존재의의를 보여주었고, 이에 따라 소위 신극 조직의 어떤 기초를 가장 곤난한 지반 위에 세울 수 있게 한 제일의 공헌자란 점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오.. 2022. 12. 9. 이전 1 ··· 73 74 75 76 77 78 79 ··· 227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