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블로그
내 블로그 이름에는 '잡다한'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또 실제로 잡다하게 이것저것 손을 뻗고 있다고 (내 나름대로는) 생각하고 있다. 단지 이것도 이름 지은지 꽤 세월이 지난지라 구체적으로 어떤 동기에서 이렇게 지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름은 운명이라 하던가. 이래저래 잡다하게 살고 있다, 잡다하게 살아갈 거 같다.
그런 잡다한 것 중에는 일단 '만드는' 것또한 포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뿐만 아니라, 번역뿐만 아니라 따지고 보면 이 독서노트나 리뷰들도 그렇다. 무언가를 섭취해 소화한 뒤 무언가로 내놓는다. 그런 의미에서는 확실히 만드는 일이다.
'콘텐츠 만드는 마음'은 작가가 '보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으로 변하기 전, 변해가는 과정, 변한 후를 쫓는다. 개인적으로는 '변해 가는 과정'에 있다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그 마음을 배우고 싶단 생각에 도서관에서 손에 든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제법 만족스러운 책이다. 단지 만드는 '마음'보다는 만드는 '현실'에 가깝지 않나는 생각도 들었다.(단지 이는 '마음'이란 단어의 해석 차이일 수도 있겠다.) 현실적이고 도움도 되었지만 역시 제목과 따로 논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매번 제목 타령 지겹지 않냐는 생각도 들지 모르겠지만 제목을 통해 생긴 기대감과 실제 내용이 엇나갈 때면 묘하게 가슴이 답답해지고 마니 도리가 없다. 특히 요즘 같이 책 고르기 힘든 시대에는 더더욱. 물론 그 점만 인식해두면 충분히 권하기 좋은 책이다. 사실 내용보다 더 문제인 건 보기 힘든 목차 아닐까 싶을 정도로.
콘텐츠 만드는 마음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뉴스레터를 보내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
프롤로그, 8p
고찰점: 앞으로 적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이 말을 빌리고 싶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그런 걸 종합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마음이 편하고 자연스러우면 그것이 적성에 맞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으레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내지는 해야 하는 일)'의 담론도 따라 붙는다는 걸 안다. 알지만, 근본부터 물러 터진 나로서는 맞지 않는 옷을 낑겨 입으며 느끼는 그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떻게든 나 스스로 자연스러운 구석을 지키려 애쓰는 이유기도 하다.
유명 인사의 인터뷰에는 "당신의 인생작은 무엇인가요?"하는 질문이 빠짐 없이 나온다.
(중략)
하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대답해본 적이 없다. 대답하는 순간 그 작품을 기점으로 나와 내 인생이 고정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 탓하기, 21p
고찰점: 아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아이돌 마스터'라고 답할 것이다. 그야 비웃음은 살지 몰라도 도리가 없다. 내게 '꿈'을 쫓는다는 게 어떤 건지 가르쳐준 게 아이돌 마스터였으니까. 생각해 보면 이 블로그마저도 아이돌 마스터의 팬 블로그로 시작했다. 이제는 첫 형태하고는 꽤 동떨어진 듯하지마는.
그런 대답은 내 인생을 고정시킬까.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딴에 꿈만 쫓는다고 스쳐 지나 보낸 게 한둘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꿈'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또 하나만 품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내게는 여러 꿈이 있고 여러 방면으로 쫓고 있다. 그런 점에는 감사할 수 있다.
(전략) 장점에 초점을 맞춰 말하는 연습이 필요했다. 단점을 말하는 것도 나름의 쓸모는 있다. 하지만 한 번 멈춰보는 것도 좋다.
콘텐츠의 장점을 말하고 싶을 때의 체크리스트, 74p
고찰점: 노력은 하고 있다 생각하는데 쉽지가 않다. 한 번은 별 생각 없이 아쉽다고 쓴 독서노트에 작가님이 오셔서 댓글을 단 적도 있다. 정말 뜨악해서 글을 지워야 할지, 뭐라고 답글을 달아야 할지 고민했다. 고민만 했다. 어영부영 넘어가버렸으니까.
세상에 장점뿐인 무언가가 없듯이, 단점뿐인 무언가도 없는 법이다. 사람도, 작품도, 사회 현상도 등등등. 어떻게든 양쪽 모두를 두루 보려 노력해야지 싶은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말이라도 입에 달고 살아야겠지. 노력이라도 해본다는 증거니까.
그즈음부터 나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기 자신과 자기 하는 일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릴 필요와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프리랜서가 되겠다는 마음가짐, 170
고찰점: 내 하는 일에 무언가 이름을 붙인다면 '옮기는 사람' 내지는 '넘나드는 사람' 정도로 정의해두고 싶다. 글을 A 언어에서 B 언어로 옮기는(=번역하는) 사람인 건 당연한 이야기고, 이를 넘어 두 언어를, 여러 컨텐츠를,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사람이고 싶다.
인간이 창의적으로 남과 나를 비교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까무러칠 정도다.
2년차 프리랜서의 다섯 가지 실수
고찰점: 비교적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편인데 곰곰히 짚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특히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갔을 때가 그렇다. 미리 길을 터놓은 사람들을 보며 그 사람들의 입문 시기/활동 이력/노력 등을 지금의 나와 비교해버리고 만다. 이제 레벨 1인 나를 만렙과 비교하려는 셈이다. 그리고 그렇게 주눅이 들면 레벨 2가 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중요한 건 천천히라도 당장 눈앞의 레벨을 올리는 것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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