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노트

[독서노트] 동물과 기계에서 벗어나 ~AI가 바꾸는 인간의 미래~

by noh0058 2023. 1. 17.
728x90
반응형
SMALL

 생각도 못했던 발견

 

 이 작가 책은 전에도 읽은 적이 있다. '앞으로의 교양', '물욕 없는 세계'가 그렇다. 앞으로의 교양은 아직 독서 노트를 쓰기 전에 읽은 책이다. 변화하는 시대상을 각 분야에 따라 잘게 조명한 책으로 기억한다. 어찌 됐든 꽤 재밌게 읽어서 물욕 없는 세계를 집어 들었다.

 사실 물욕 없는 세계를 읽은 후에는 기억 구석에 잠깐 담아 둔 정도였다. 설령 재밌는 작가를 발견한다 하더라도 각종 서점 사이트의 알림 등을 신청하는 성격은 아니니, 신권이 나와도 알 겨를이 없는 것이다. 어쩌면 두 권 이후로 새로운 책은 안 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와중에 요즘 관심사인 AI에 관한 책을 찾다 다시 이 이름을 접했다. 사실 좀 놀랍긴 했다. 앞으로의 교양이나 물욕 없는 세계나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 취재하긴 했지만, 대개는 인문과 교양 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AI라니. 무언가 연결 고리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작가도 그런 의아함을 모르진 않았는지 뒤에 짧은 설명이 나온다. 물욕 없는 세계를 취재하면서 자동화에 따른 실업과 기본 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취재할 마음을 먹었단 것이다. 그렇게 보니 오호라, 확실히 여러모로 연결되어 있다 싶었다.

 단지 책 내용 자체는 좀 난잡하단 느낌이 든다. AI 그 자체, 그에 따른 노동 대체, 그 이후의 사회, 특이점, 특이점 추종자, 희의론자, 중립인 사람 등등. 여러 이야기를 한 번에 다루다 보니 조금 쫓아가기 힘들다. 하기사, 소위 특이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그런 식이긴 하다.

 AI란 게 결국 어디에나 쓸 수 있는 걸(AGI라던가) 목표로 하기 때문에 결국 어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어쨌든 전반적인 이야기 자체는 'AI는 인간을 어디까지 대체하는가. 노동인가, 창의력인가, 사회인가. 그 이후에 인간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얼마나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하는 이야기인 거 같다.

 개인적인 감상이라면 '거리를 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책이기도 싶다. 결국 저자는 전문가들의 말을 대신 적고 자신의 생각을 살짝 얹을 뿐이다. 그러니 특이점 추종자도, 회의론자도, 중용론자 중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현실을 단지 현실로만 바라볼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이 분야로 갑론을박이 심하지 않은가. 여러 관점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권해볼만 하다. 물론 종이 매체기에 어쩔 수 없는 단점은 하나 있다. 책(정확히는 책의 바탕이 된 본문)이 18년~19년 기준이다 보니 23년 현재 와서는 조금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정말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다른 책을 찾는 게 좋을 듯하다.

 하물며 이 책 또한 꽤 어려운 이야기가 많고 서로 촘촘히 얽혀 있어 특정 한 부분만 발췌하는 게 쉽지 않다. 관심이 생겼다면 발췌만 말고 직접 책을 구해 통독하기를 권한다.

 

동물과 기계에서 벗어나 ~AI가 바꾸는 인간의 미래~

(전략) 또 대학교 1학년인 그녀의 동생은 앞으로 AI가 보급되면 인문 교양이나 윤리가 중요해질 거 같아서 의식적으로 이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들어가며, 9p

고찰점: 이는 나도 전부터 한 생각이다. 노동이나 계산 등이 AI로 대체된다면 (뜻이 있는 극 소수를 제외하곤) 인문학이 다시 빛을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찌 보면 '신선놀음'이고 또 어떤 면에서는 'AI가 학습하기 좋은 질 좋은 텍스트 생성'이란 의미도 있겠다. 언젠가 분야를 불문한 창작자들이 자신이 쓴 글, 그림, 사설 등을 AI 회사에 판매하는 날도 올까. 그리 머지 않았단 생각도 든다. 혹은 돈을 주면 양반일 거란 생각마저도.

"자유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는 자기 충실감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우리에게는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 가서 무얼 할지, 누구와 연애를 할지, 스스로 선택한다는 의식이 있죠. 하지만 싫든 좋든 그렇게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점점 줄고 있어요. 이제 무엇을 먹을지는 식당 정보 사이트가 추천해주고, 어떤 지하철을 탈지도 구글맵이 알려줍니다. 즉 자유의지 없는 의사결정이 늘고 있는 거죠.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느끼던 행복감에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생활에 침투한 AI에 삶의 보람을 빼앗기고 행복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요."
(중략)
"미래에 할 일이 없어지는 걸 한탄할 게 아니라 자기 결정감이 행복의 근원이라는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AI의 도움을 받으며, 인간의 새로운 만족을 찾는 쪽으로 적응해가는 수밖에 없겠죠."
1. AI를 생각하는 건 인간을 생각하는 일, 29p.

고찰점: 자유의지, 선택, AI 같은 키워드는 이전에 한 번 짧은 소설로 쓴 적이 있다. 하지만 나도 결국은 이 범주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길을 가면서 옆길로 새는 일이 부쩍 줄고 있다. 어쩌다 우연찮은 만남은 줄어들고, 늘 선택에 앞서 많은 정보를 찾고 만다. 그런 점에서는 이미 나는 선택의 행복을 어느 정도 거세한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단지, 나는 내 소설에서 이를 비판하기 위해 적어도. 그렇게 남의 선택만을 따르다 인생을 통째로 빼앗긴 남자를 글로 다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어쩌면 이전의 사고 방식을 바꿔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선택의 주체는 내가 아닐지 몰라도, 여전히 행복의 주체는 나일 수도 있단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금 사회는 여태껏 본 적이 없는 것, 찾지 못한 정보와 우연히 맞닥뜨리는 일이 줄어들고 있어요. 의견이 다른 사람끼리 교류하지 않게 되는 필터 버블 현상이 생기는 등 민주주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공영방송이나 공원, 도로 같은 공공시설이 우연한 만남과 발견의 장이 되었는데, 앞으로는 AI 네트워크 사회의 공공권을 만드는 일이 중요해질 겁니다."
5. 인간은 사회의 복잡함을 따르지 못하고 AI는 따른다, 115p

고찰점: 필터 버블에 관한 이야기는 이전 독서 노트서도 다룬 책에서도 나왔다. 그 책에서는 AI에 관한 깊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타자 관점'이란 말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미 AI의 문제점은 세계에 편린을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며칠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차단했지마는. 그런 의미에선 이렇게 다채로운 시선을 다루는 책이 더욱 중요한 걸지 모르겠다.

"저는 AI 시대에는 기본소득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주장합니다. 강 인공지능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평범하게 일하던 사람이 어느 날 직업을 잃는 일이 점점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9. 일의 대체는 새롭고도 낡은 문제다, 219

고찰점: 사실 기본소득 이야기는 말하기 조심스럽다. 여러모로 정치적으로 쓰인 소재기도 하고, 으레 "일하기 싫어서 날로 먹으려는 인간말종" 소리 듣기도 쉽상이긴 하다.(뭐 사실, 나로선 부정할 수 없는 말이기는 해도.)

 하지만 금전은 늘 현실이다. 하다못해 100년 뒤까지 이름을 날린 유명한 작가들도 돈 문제론 늘 골머리를 썩어왔다. 그런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활 보장이라도 되었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도 뜬다. 물론 반대로 '돈 주는데 필사적으로 글 쓸 이유도 없긴 하지' 싶기도 하지마는. 결국 현실이 되기 전까지는, 혹은 현실이 된 뒤로도 정답은 없을 듯하다.

 슬슬 본격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사회상이 워낙 뒤숭숭한 마당이니 말 꺼내기도 어렵다.

 

그럼 이제부터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AI라는 거울 같은 존재를 응시하면서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동물도 기계도 아닌 '나'를 생각하는 시간과 장소를 확보해야 하며, 그런 시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리라. 이것이 AI라는 시대 속 인간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12. 미래의 행복, 미래의 시민, 292p

고찰점: 사실 AI와 기술 발전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특이점이 오든, 오지 않든 삶은 삶이다. 흔히 창작물 속에서 '불로불사는 괴로운 것'으로 취급하며 죽음의 아름다움을 칭송한다. 그런 생각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불로불사로 살아서 힘든 일이 있다면 즐거운 일도 분명 있을 터이다. 그렇지 않은가, 원래 사람이 그런 것을.

 인간이란 결국 고생을, 특히 마음 고생을 사서 하는 존재다. '어떤 선택을 해도 결국은 후회한다' 같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이 말은 행동을 축복하는 말이긴 해도). 또 영화 '에브리 에브레위어 올 앳 원스'처럼 어떤 평행 세계에나 나름의 행복과 나름의 불행이 있다. 결국 인간이, 사회가 어떻게 변모해도 삶은 삶일 뿐이다.

 과한 기대도, 과한 걱정도 필요하진 않으리라. 인간이 변모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으레 뽑는 미덕과 가치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터이다. 그렇다면 지금 품고 있는 걸 유지한 채, 마치 체리피킹처럼 최소한의 기대와 최소한의 걱정만 하면 된다. 그게 더 유익한 일이라 믿는다.

 그렇다면 내가 품고 있는 가치와 미덕은 무엇이랴. 위에서 말한 그대로다. 과한 기대도, 걱정도 하지 않은 채 눈앞에 놓인 일에 하나씩 맞서 가는 일. 똑똑하지도 않고, 철학적이지도 않고, 생각도 깊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시점에서 이미 마음 한 구석에는 큰 기대와 큰 걱정을 동시에 품고 있단 뜻이겠지마는.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