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불편한 편의점

베스트셀러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

 

　꽤 전부터 눈여겨 보던 책이긴 하다. 무엇보다 표지가 담백하면서도 화사한 게 마음에 들었다. 어떤 서점을 가도 반드시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고, 2권이나 1권 개정판이 나온 뒤에는 아예 한 섬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많이 봤다. 하지만 역시 사볼까 하다가 멈칫하게 된다. 베스트 셀러라서 그렇다.

　베스트 셀러가 왜? 너 뭐 '듣기 좋은 소리로 적당히 파는 책' 운운할 생각이야? 하고 묻는다면 그런 건 아니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찌 됐든 베스트 셀러에는 손이 잘 안 간다. 특히 픽션, 그러니까 소설 장르는. 그게 다 '어떤 책' 때문이다.

 

 

　아니, 정말로. 어지간하면 픽션류는 욕을 잘 안 하려 하는데, 이 책만은 도리가 없다. 공부는 됐다. 어떤 책이라도 결국 팔기 나름이구나, 하고서. 그런 공부만 됐다. 원래도 베스트 셀러를 잘 안 사기도 했지만 이 책에 호되게 데인 이후론 픽션류는 더 안 사게 됐다.

　...딴 책 이야기는 이쯤 해두자. 결론부터 말하면 "그래도" 샀다. 계속 눈에 밟혔던 데다 2권까지 나온 걸 보니 사도 되겠지 싶었다. 그런 주제에 달리 산 책도 많아서 어영부영 가방에만 꿍쳐 놓았다. 그러다 마침 '지금 아니면 못 읽겠는데' 싶은 일이 생겼고, 한 페이지라도 읽어두면 언젠가 읽겠지 싶은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다. 그렇게 단숨에 읽었다.

　흡입력이 꽤 좋다. 담백하고 평이한 문체이나 각 화자의 개성이 잘 반영되어 좋다. 캐릭터별로 사용하는 단어도 꽤나 절묘해서 정말로 각기 다른 사람들이 쓴 수기를 한데 모아놓은 책인 거 같았다. 픽션을, 특히 이 책처럼 장별로 딱딱 끊기는 책은 그때마다 쉬게 되어서 좀 느린 템포로 읽곤 하는데, 이번에는 금세금세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내용도 볼만하다. 한 공간에 모이는 손님들이 어떤 인물을 통해 고민을 해결한다는 왕도 플롯(작중에서 대놓고 '그거 심야식당 아니냐'하는 말이 나올 정도니 오죽하다.)이란 점은 좀 밋밋하긴 하나, 해결법이나 조언이 천편일률적인 여타 작품에 비하면 각장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좋다. 제목과 동일한 '불편한 편의점'편에서는 이래도 되는 건가? 하고 끅끅 웃어버릴 정도로.

　뚜렷한 '적대 시점'이 없다는 것도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리라. 대체로 이런 작품은(또 하필 장소가 편의점이란 특성상) 4050의 중년 세대가 마땅히 고쳐먹어야 할 '적'으로 나오기 쉽다. 중년 캐릭터가 화자로 등장했을 때엔 '역시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선 그들의 고통이나 괴로움도 외면하지 않는다. 확실히 그들은 좀 서툴고, 어렵고, 바뀌기 힘들지만 그들에게도 사연이 있다. 조금만 친절해지면 그들도 몰라주지 않은가. 애당초 우리가 왜 그들을 적대시할 필요가 있겠는가. 바뀌지 못한다고 한탄할 필요가 있겠는가. 어차피 우리도 언젠가는 거쳐갈 길인데. 따스해서 좋다.

　그나마 아쉬운 점을 찾아보면 후반부 정도일까. 화자들이 주인공 '독고' 덕에 변모하는 건 좋으나, 막상 주인공 '독고'의 모습은 마지막 2화 시점까지 흐릿하기만 하다. 무언가 있을 듯한 분위기만 내내 풍긴 채, 그게 무엇인지는 또렷히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러다 마지막화에서 독고 본인의 입으로 전부 털어놓으니 조금 허탈한 기미도 없지 않아 있다. 차라리 본문에 등장하는 가상 뮤지컬 '불편한 편의점'처럼 조금씩 교차하는 식으로 보여줬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정도는 가벼운 흠집에 지나지 않고, 그렇기에 외려 재독할 의향도 생겼으니 좋게 받아 들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간만에 즐겁게 읽은 픽션이다. 요즘 들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비중이 늘다보니 논픽션 독서의 비중이 높아진 참이지 않았나.(픽션 신간은 잘 들어오지 않는다.) 2편도 한 번 읽어보고 싶고, 미뤄둔 픽션 작품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마땅히 읽을 픽션이 없는 분께 권장하는 바이다. 베스트 셀러인 덕에 작은 동네 서점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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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들어주면 풀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