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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극 없는 일본 - 키시다 쿠니오 일본 극장이 이제까지 '현대극'을 하지 않았다 말하면 여기저기서 이론이 나올 테지요.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일본은 현대극이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이제까지 '신극'이라 불린 가부키도 신파도 아닌 연극――그건 대개 서양극의 번역과 약간의 창작극을 포함하고 있는데――은 각본적으로 봤을 때면 또 모를까 무대에서 보면 '연극'으로서의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어 그 매력은 '일부러 전철까지 타고 이동해 돈까지 내며' 보기 위해선 너무 빈약하곤 했습니다. 연극이란 건 '연극 연구가'만이 보는 게 아니니 그런 '신극'은 일반 애호가 입장에선 썩 달갑지 않습니다. 본래는 그런 '신극'이 점점 성장해 '연극'으로서 완벽한 매력을 발휘해야 합니다만 슬프게도 일본에선 그런 과정을 밟지 않고 .. 2022. 12. 21.
의식주 잡감 - 키시다 쿠니오 어떤 옷을 입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적은 물론 없으나 언제까지 이런 걸 입어야 하나 하는 생각은 번번이 든다. 밖에 나갈 땐 양복, 집안에선 일본옷이 최고다. 누구나 그렇게 말하니 비 내린 직후에 높은 게다를 신고 걷는 정취도 또 재미가 있다. 이는 비꼬는 게 아니다. 가만히 있을 때 바지 가랑이만큼 거슬리는 것도 없을 테지. 하지만 일본옷을 입고 의자에 앉으면 어쩐지 조마조마 해진다. 소매로 바람이 들어오는 것만 같다――바람이 전부라면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새로 만든 양복을 입고 북적이는 거리를 산책하는 기분. 이는 상상만이라면 좋다. 하지만 쇼윈도에 비치는 모습을 보면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 이상한 줄무늬의 셔츠가 소매 사이로 빠져 나온 게 전부라면 또 몰라도…… 따듯해져 처음으로 외투를 입.. 2022. 12. 20.
[리뷰] 동대문 초이라멘 라멘 돈코츠 라멘을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한참 안 먹으면 아... 먹고 싶다 하고 계속 머리에 돌더라고요. 물론 생각만 하지는 않습니다. 노력도 해야죠. 몇 번인가 먹으러 가기도 했는데... 이게 참 어찌된 영문인지 매번 상황이 틀어집니다. 요즘 많아진 브레이크 타임에 걸리길 두 번. 가게는 작은데 손님이 많아서 그냥 나오길 한 번. 다 맞았는데 어째서인지 돈 든 카드를 안 가져와서 한 번. 이래저래 못 먹다 못 먹다 또 라멘 먹을 생각을 합니다. 친구 만나는 김에 검색으로 가볍게 탐색. 친구도 마침 괜찮다니 훌쩍 다녀와 봤습니다. 이번에는 먹을 수 있길 기원하면서요. 동대문 초이라멘 그렇게 해서 온 동대문. 딱히 대단한 이유는 없고 동묘 완구 거리나 볼겸... 해서 왔습니다. 날은 굉장히 추웠는데 이.. 2022. 12. 18.
아름다운 이야기 - 키시다 쿠니오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 느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정말 아름다운 것"과 "겉보기에만 아름다운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꽤 많다. 또 "아름답다"는 걸 착각하는 사람, 요컨대 "추한" 부류에 들어가는 걸 어느 틈엔가 좋아져 그걸 "아름답다" 착각하는 사람이 또 적지 않다. "정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으로서 굉장히 불행할 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 탓에 점점 살기 힘들어지고 더욱이 그런 사람들이 많은 나라는 전쟁에 이기더라도 외국의 매도를 받으며 정신적으론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없다. "아름다움"이란 건 여러 종류가 있어서 눈에 보이는 것만 아니라 귀로 듣는 소리에도 존재한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이라 말하면 문제가 없지만 "인간의 아름다움"이.. 2022. 12. 18.
라디오 드라마 선자의 후기 - 키시다 쿠니오 라디오 문학이란 새로운 형식에 나는 늘 관심을 가지고 무언가 원리적인 걸 발견하려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위해 방송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거나 특수한 편의를 받고 있는 건 아니니 좀처럼 마음같이 연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늘까지 라디오 드라마라 칭해지는 일종의 형식도 내 머릿속에선 여러 공상이 연결되어 있으나 실제로 그걸 시도해 볼 기회마저 간단히 얻지 못하고 있다. 나는 라디오 소설 내지 라디오 이야기란 걸 생각하고 있다. 라디오 풍경이란 게 어디서 만들어진 말인지는 모르나 요컨대 그런 명칭은 문학의 양식적 분류라 한다면 지극히 근거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단순히 '스케치'풍이라면 창작으로서 개별적인 취급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소설이나 드라마 부류에 넣어도 지장은 없지 싶다. 소설이나 드라마란 .. 2022. 12. 17.
앙리에트의 지방 요양 일기 - 키시다 쿠니오 2월 3일(수요일) 흐림 드디어 파리를 떠나게 되었다. 아침 여덟 시, 택시로 케도르세 정차장에 간다. 춥다. 병 때문에 요양 가는데 거창한 준비도 필요 없다는 게 아빠의 의견이었다. 그럼에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 잘 챙겨야 한다는 게 엄마의 의견. 루이즈 이모도 엄마 편을 들어주었다. 기차 안에서 정오의 체온을 잰다. 37.4도. 속은 편하지만 얼굴이 뜨겁다. 엄마가 계속 '괜찮아?', '괜찮아?'하고 묻는 통에 다른 사람들도 힐끔힐끔 쳐다봐 곤란하다. 엄마 무릎에 누워 자는 척을 한다. 보르도에 도착하니 날이 저물어 있었다. 환승할 때에 앞에 있던 미국인이 짐을 내려줬다. 2월 4일(목요일) 맑음 아침, 침대차 창문 너머로 안개에 휩싸인 피레네 산맥이 보인다. 일곱 시, 포에 도착한다. 처음으로 동백..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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