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분류 전체보기1356 역점과 손금 - 키쿠치 칸 내가 역점이나 손금에 관해 쓰는 걸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평생에 딱 한 번 본 손금은 실로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건 시시지보사의 기자로 있던 시절 일이다. 쿠메가 27살 먹기 전이니 10년 가까이 된 일이다. 쿠메, 아쿠타가와, 나 이렇게 셋이서 함께 저녁 먹은 뒤였는데 유시마 텐진 경내를 지날 때에 그곳에 나온 한 점쟁이한테 반신반의로 점을 받은 것이다. 물론 제군이 상상하는 것처럼 아쿠타가와만은 보지 않았다. 내 손금 판단은 아주 좋았다. 내가 서른 살 넘어 한 경지에 이르러 한 무리 사람 위에 서며 돈 또한 부족함이 없을 거란다. 그런 데다 앞으로 일어날 두세 사실을 들었다. 내가 높은 곳에 이른다느니 돈을 많이 번다느니 하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십 년 뒤 오.. 2022. 12. 29. [독서노트]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빨리감기 그렇게 보면 무슨 재미야? 언제인가 한 번 동생에게 그렇게 물은 적이 있다. 당시 동생은 넷플릭스 예능을 1.5 배속으로 보고 있었다. 동생이 무어라 대답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무어라 이유를 이야기한 거 같기도 하고, "내맴"하고 짧고 퉁명스럽게 넘기기도 했던 거 같다. 어느 쪽이든 크게 인상적인 기억은 아니었다. 너무 일상적이기도 했으니까. TV 넷플릭스에는 빨리 감기가 없단 사실을 알았을 때나 새삼 떠올린 정도이다. 나는 영상을 배속으로 보지 않는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유튜브 영상도 배속으로 보지 않는다.(애당초 유튜브 영상을 잘 보지 않는 건 차차하고) 뉴스는 활자로 보거나 귀로 듣는 게 대부분이라 역시 필요하지 않다. 그나마 대학 비대면 강의 정도일까. 하지만 이건 변.. 2022. 12. 29. 새로운 연극 - 키시다 쿠니오 문학좌는 소위 '신극' 아닌 새로운 극의 수립을 표방해 세워졌다. 5년 동안의 걸음은 올바른 방향을 향했는가. 나는 지금 이를 판정할 지위에 있지 않으나 아마 이것만은 말할 수 있을 듯하다――만약 현재의 문학좌에 부족한 게 있다면 그건 시대가 조금 극속도로 진전한 탓이기도 하다. 문확자는 올바르게 걸어야 하는 길을 한 걸음 또 한 걸음 걸었으며 심지어 이는 10년을 필요로 한 길이었다. 뜀박질로는 어떻게 못할 길을 한사코 걷기 시작한 자의 숙명을 몸으로 실감하면서도 그와 별개로 긍지는 잃지 않은 채 하나하나 방법을 궁리하며 시국하의 연극인으로서의 정신적 비약을 이루는 게 전좌 일동의 바람이지 싶다. 이는 방침의 변화가 아닌 헌신일 뿐이다. 새로운 연기의 길이 문확자에게만 열리리라 믿는 건 나 하나뿐이 아.. 2022. 12. 28. 야마기시 가이시 씨의 '인간 그리스도기' - 다자이 오사무 야마기시 가이시 씨의 '인간 그리스도기'를 좀 더 많은 사람이 읽어줬으면 한다. 그리고 독후의 감상을 많이, 많이 듣고 싶다. 이는 야마기시 씨를 위한 일이라기보단 오히려 나 스스로 눈을 뜨기 위함이다. 사양 않고 생각한 바를 잔뜩 가르쳐줬으면 한다. 나도 그렇지만 야마기시 씨가 표현에 들이는 노력은 지금 하는 이 고뇌를 순식간에 거리를 두고 떼어내 시간 흐름 옆에 핀셋으로 떼어내 그 단면도를 수없이 확대하고 선명하게 색을 입혀 벽에 붙여 정착시킨 것이다. 거울 두 개를 세워두면 거울 속 거울 속 거울처럼 무한히 이어져 그 최심부는 심연의 밑바닥처럼 퍼렇고 질척한 그림자를 흔들거리게 된다. 그 녀석을, 그 퍼런 녀석을 꽉 잡아 계산하고 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극명히 묘사하고 흑백을 뚜렷이 표현하고 그걸.. 2022. 12. 27. 회의적 선언 - 키시다 쿠니오 요 2, 3년 동안 내가 읽은 것중에 쥘 르나르의 일기만큼 내 마음을 움직인 건 없다. 나는 결코 그를 소위 '위대한 작가'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나 '인간의 작음'을 겸비한 남자인 줄은 몰랐다. 나는 이 일기를 편집하면서 미간에 주름을 잡고 겨드랑이에 땀을 흘렸다. 이 비좁은 어깨, 오만함, 깊은 질투, 명성을 향한 비속한 집착, 병적인 에고이즘……그는 정말로 불쌍해 웃어주기에 마땅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함'을 폭로하면서 그 '추함' 뒤에서 맹렬히 빛나는 걸 보여주고 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안도했다. 그는 남이 자신을 향해 해야 할 말을 자기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 심지어 그 태도에는 고해와 같은 시끄러움도 없으며 악을 드러내어 뽐내는 모습도 없다. 그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가진 '.. 2022. 12. 26. [리뷰] GS25 편스토랑 설홍면 사리곰탕 최애 인스턴트 라면을 꼽자면 아마 그렇게 대답할 듯합니다. 타성으로 먹는 라면이야 여럿 있지만, 사리곰탕은 일부러 자주 먹지는 않습니다. 맛있으니까 되려 매일 먹으면 질리게 되는 그 지점이 오는 게 싫어지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그 대체로 하얀 국물 라면을 여럿 찾습니다. 물론 꼬꼬면 같은 건 닭육수 베이스니 조금 느낌이 다르죠. 사리곰탕처럼 설렁탕 느낌 나는 그런 라면들을 좋아합니다. 편스토랑 설홍면 그런 의미에서 편의점에서 보이는 새로운 설렁탕 라면을 집어왔습니다. 편스토랑... 꽤 롱런하는 모양이네요. 보지는 않지만 박수홍 씨가 요즘 이런저런 일도 있고 했으니까요. 잘 됐으면 좋을 거 같네요. 겉면 디자인은 꽤 잘된 편 같네요. 붉은색과 흰색을 동시에 써서 이름 효과도 내고 다대기 넣는 설렁탕.. 2022. 12. 26. 이전 1 ··· 69 70 71 72 73 74 75 ··· 226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