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기시 가이시 씨의 '인간 그리스도기'를 좀 더 많은 사람이 읽어줬으면 한다. 그리고 독후의 감상을 많이, 많이 듣고 싶다. 이는 야마기시 씨를 위한 일이라기보단 오히려 나 스스로 눈을 뜨기 위함이다. 사양 않고 생각한 바를 잔뜩 가르쳐줬으면 한다. 나도 그렇지만 야마기시 씨가 표현에 들이는 노력은 지금 하는 이 고뇌를 순식간에 거리를 두고 떼어내 시간 흐름 옆에 핀셋으로 떼어내 그 단면도를 수없이 확대하고 선명하게 색을 입혀 벽에 붙여 정착시킨 것이다. 거울 두 개를 세워두면 거울 속 거울 속 거울처럼 무한히 이어져 그 최심부는 심연의 밑바닥처럼 퍼렇고 질척한 그림자를 흔들거리게 된다. 그 녀석을, 그 퍼런 녀석을 꽉 잡아 계산하고 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극명히 묘사하고 흑백을 뚜렷이 표현하고 그걸 상냥히 액자에 내놓고 싶다. 나는 야마기시 씨가 평생 해온 고뇌가 그런 데에 있단 걸 알고 있다. 말하자면 착란을 응시하는 일이며 이다텐을 계산하는 일이며 격노절규를 향해 손을 뻗는 것이기도 하며 현기증의 정착이기도 하다. 그는 침묵을 향한 말과 색채마저 백발백중 훌륭하게 지정하려 한다. 순수 리얼리즘 혹은 절대 휴머니즘. 그때 야마기시는 '인간 그리스도기'를 썼다. 읽어줬으면 한다. 그리고 감상, 충고를 수없이 듣고 싶다. 야마기시는 오만을 겉꾸미지 않는다. 솔직히 독자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일을, 그렇게나 절실히 읽어주고 생각해 주는데 얼마나 감사하는지 알 수 없다. 이 책이 이 야마기시가 하는 일이 과연 아름다운가. 그마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전적으로 평독 이전의 상태에 있다. 이를 결정하는 건 당신들 독자이다. 출판사 다이이치쇼보의 주인도 좀 더 이 책을 선전해야 한다. 이는 문제적인 책이다. 수많은 사람이 읽어줘야 한다. 내 바람은 그거 하나다.
세간 사람이 별로 읽지 않는 책이며 저자의 결벽증 탓에 출판했음에도 모른 척하며 조금도 자가선전하지 않고 또 서점에서도 별로 알리지 않는 밋밋한 책을 모종의 기회로 우연찮게 읽었다 마음에 든다면 독자로선 최고의 기쁨이리라. 야마기시 씨의 우수한 책도 이와 살짝 비슷하나 이는 훗날 독자들이 강하게 지지해 줄 요소를 지니고 있으니 결코 묻힐 책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또 하나, 작지만 자칫하면 묻히지 않을까 싶은 너무나도 겸손 떠는 좋은 책이 존재한다. 야마자키 고헤이 씨의 수필집 '수향기'이다. 이는 그야말로 명품이다. 나는 이를 다 읽을 때까지 몇 번이나 배를 부여잡고 웃었는지 모른다. 우스운 게 아니다. 즐겁다. 나는 고로극을 보면서도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다. 보는 사이에 진지해지기만 한다. 분노에 비슷한 감정마저 느끼곤 한다. 하지만 우자에몬의 그럴싸한 연기에 진심으로 폭소할 때가 있다. 속되고 볼품없는 폰치에에는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으나 오가와 우센의 산수에 뿜을 때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 읽어봐라. 일단 '등별'부터 반드시 '산음풍경'까지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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