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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고 있다 - 미야모토 유리코 가는 빗발로 비가 내리고 있다. 어두컴컴한 서재 책상 앞에 평소처럼 앉아 나는 눈앞에 있는 단풍나무의 말로 못 할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있다. 정말로 아름답다. 아주 선이 얇게 갈라진 어린잎의 모임. 잎 하나하나가 모두 옅은 콩색을 한 채로 둥글게 휘듯이 모인 표면에는 비에 젖은 둔은색과 짙은 자색이 풍기고 있다. 가는 잎 끝에 점점 모여가는 작은 물방울 빛. 잎에 중첩되어 만들어진 향기로운 그림자. 입에 전해지지 못할 정도의 부드러움과 약한 빛을 가진 꺼림칙할 정도의 둥근 윤곽은, 안개 낀 것처럼 비 내리는 하늘과, 주위의 검은 선과 구별되어 있다. 나는 가만히 지켜본다. 끊임없이 주륵주륵……주륵주륵……내리는 비는 저 나무 위에나 어떤 나무 위에나 똑같이 내리고 있건만, 단풍나무의 어떤 부분에도 보이지.. 2023. 3. 5.
후기('노부코' 제1부) - 미야모토 유리코 "노부코"는 1924년쯤부터 3년 정도 들여 썼다. 마침 제1차 유럽 대전이 끝날 즘부터 그 후의 몇 년에 걸친 시기에 일본의 한 여성이 사람 및 여자로서 하염없이 성장하고 싶단 열망에 이끌려 주어진 중류적 환경 속에서 소박하나마 힘을 담아 날갯짓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현실을 그렸다. 제1차 유럽 대전 후, 일본에도 민주적 사회란 자각이 싹트기 시작해 오래된 계급 사회서 해방되려는 움직임과 그 문학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부코'의 작가는 당시엔 아직 그런 새로운 역사의 전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노부코'의 고뇌와 바람이란 만들어진 사회의 상투에 승복하지 못하는 한 여자, 한 인간의 절규로서 그려진 것이었다. "노부코" 한 편을 통해 작가는 이제까지 자신을 살려 온 환경의 플러스.. 2023. 3. 4.
[리뷰] 일본 기성품 빵 종류들(무인양품 베이커리 外) 빵돌이 정말 뜬금 없는 고백이지만 엄마가 빵순이십니다. 빵을 정말... 저엉말 좋아하셔서 여러모로 걱정될 정도로. 그러다보니 저도 그 영향을 받은 건지 빵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저 또한 여러모로(특히 당뇨라던가...) 걱정될 정도로요. 아마 햄버거면 좋아 죽는 이유도 빵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빵하면 또 일본. 일본하면 또 빵. 한국의 빵돌이 빵순이들이 일본을 일본을 찾을 때면 빼먹지 않고 먹는다죠. [리뷰] 홍대 아오이토리 또 홍대 나들이 어쩌다 보니 또 홍대를 다녀오게 됐습니다. 요전 번에 간 566 라멘도 다시 찾아서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못 갔던 애니메이트도 가서 간만에 아이마스 굿즈도 사고 했지만... 그 noh0058.tistory.com 그런 연유로 국내에도 일본인 분들이 .. 2023. 3. 4.
후기('내일을 향한 정신') - 미야모토 유리코 오늘날 우리의 생활에 내일이란 세계의 역사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내용이리라. 오늘에서 내일로 옮겨 가는 게 단지 밤에서 아침으로 바뀌는 걸로 느끼는 사람은 이제 한 명도 남지 않았으리라. 내일을 잘 맞이하고 싶단 심정은 오늘날의 생활을 한 층 더 절실히 사랑하고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걸 한없이 흡수하고, 내일로 이어질 우리의 두 번 다시 없을 생명을 꽃피우고 싶단 바람을 얹는다. 우리 여자가 가진 그 바람과 뜨거운 동맥이 이 안에 모인 소설 속에서 울리고, 또 그 자연스러운 울림이 가슴 자락에 담긴 생기 넘치는 생활의 동맥을 깨우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거 같다. 쇼와 15년 9월 1940년 9월 2023. 3. 3.
[리뷰] 쿠우쿠우 상봉점(23년 2월 말 방문) 은근히 자주 가는 쿠우쿠우 저번에도 리뷰를 쓸까 말까 했었던 쿠우쿠우. 그때는 일기에만 적당히 적고 말았는데, 기왕 다녀온 거 이번에 한 번 써볼까 합니다. (이제보니 스위치판 니어 사서 거의 건들지도 않았네...) 생각해보면 애슐리보다 쿠우쿠우 쪽을 더 자주 가는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양식 위주인 애슐리는 부모님이라던가, 남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반면에 쿠우쿠우에는 초밥도 있고, 밥 메뉴도 있고, 양식도 있고 하니까요. 생각해보면 예전에 페어링식스라고 애슐리계를 통으로 모아놓은 게 있었는데... 없어진 게 좀 아쉽더라고요, 어지간한 예식장 뷔페급으로 다양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각설하고, 그런 연유로 종종 찾게 되는 쿠우쿠우. 이번에는 원래 가려했던 데가 하필 휴일이었던 머피의 법칙까지 무.. 2023. 3. 2.
후기('아침 바람') - 미야모토 유리코 이 단편집은 내 작품 중 조금 독특한 한 권이 되었다. 권두의 '아침 바람'은 쓴 지 얼마 안 된 작품이나 다음 '모란' 이하의 작품은 쇼와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코이와이 일가'에 이르는 사이에 수많은 세월이 담겨 있다. 이제까지 출판된 책 안에 들어가지 못한 작품을 모아두고 싶어졌다. 보기에 따라선 하나의 연륜이 여기 있다 할 수 있다. 한 그루 나무도 성장하는 과정에는 이겨낸 겨울의 추위나 눈 무게에 따라, 또 여름 바람의 강약에 따라 더더욱 연륜을 드러내는 듯하다. 내 연륜은, 이 안에 담긴 생활은 어떤 계절을 버텼을까. 이 한 권은 부부 독자가 부부로 살아온 인생의 계절에, 어떤 아침저녁의 마음에 어떻게 말을 걸까. 쇼와 15년 10월 [1940년 11월] 202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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