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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대중문예는 소설과 다를 바가 없다. 서양인이 소설로 통칭하는 것 중에는 대중문예적인 물건이 잔뜩 있는 모양이다. 단지 나는 대중문예가가 스스로 대중문예가에만 머무르는 건 생각해 볼 일이지 싶다. 그 탓에 대중문예가가 흥미본위――라면 차라리 낫다. 흥미 이외의 것을 추구하지 않는 건 생각해 볼 일이다. 대중문예가도 좀 더 거만한 얼굴로 소설가의 영역에 파고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되려 소설가가(소설의 권위를 버리지 못 하고) 대중문예가의 영역에 파고들지 모른다. 도도이츠는 서정시적 대중문예다. 키타하라 하쿠슈 씨 등의 속요는 서정시적 소중문예다. 도도이츠 시인에 머물러서는 결코 키타하라 씨를 따라잡을 수 없다. 덧붙여 말한다. 지금의 소설이 재미가 없어 대중문예가 번성한다는 건 거짓이다. 고금동서 소설.. 2021. 2. 23.
봄의 심장(The Heart of the Spring)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역 한 노인이 명상에 잠긴 채로 바위가 많은 해안가에 앉아 있다. 얼굴은 꼭 새 다리라도 되는 것처럼 살이 없다. 위치는 질 호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암나무속에 둘러싸인 평평한 섬의 끝자락이었다. 그 옆에는 얼굴이 붉은 열일곱 소년이 파리를 쫓아 조용한 수면을 스치는 제비 무리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노인은 낡고 푸른 우단을, 소년은 푸른 모자에 라샤 웃옷을 입고 목에는 푸른 구슬 몇 개를 걸고 있다. 두 사람의 뒤에는 반쯤 나무 사이에 숨은 작은 수도원이 있었다. 여왕에 붙은 배교자들이 수도원을 불태운 건 먼 옛날의 일이다. 지금은 이 소년이 다시 골풀 지붕을 깔아, 노인의 여생을 편히 지낼 수 있게 만들었다. 수도원 주위에 자리한 정원에는 소년의 가래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일까. 노인이 심은 백합이나 .. 2021. 2. 23.
사토 하루오 씨에 대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사토 하루오는 시인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시인이며 혹은 누구보다 먼저 시인일지도 모른다. 둘. 허면 작품 특색 또한 그 시적인 점에 있다. 시를 추구하지 않고 사토의 작품을 읽는 것은 호박을 먹겠답시고 곤약을 사는 꼴이다. 도무지 만족할 수 없을 터이다. 만족을 얻지 못 해놓고 호박이 아니냐고 운운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또 인도 바깥에서 호박을 요구하는 것과 똑같다. 셋. 사토의 작품 중에 도덕과 철학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사상을 칠하는 건 언제나 일맥의 시정이다. 따라서 사토는 그 시정을 만족하는 한, 노기 대장을 숭배하는 걸 멈출 수 없는 동시에 오오이시 쿠라노스케를 박살하는 것도 돌아 볼 필요가 없다. 사토의 몸에는 시불과 시마가 공존한다 할 수 있다. 넷. 사토의 .. 2021. 2. 23.
방황하는 유대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기독교 국가라면 어딜 가도 '방황하는 유대인' 전설이 남아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 구전이 없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이 전설을 소재로 한 예술 작품은 예나 지금이나 잔뜩 있다.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은 물론이요, 유잔 수도 닥터 클로리도 이 전설을 소설로 썼다. 뭉크 루이즈의 명성 높은 소설에도 루시퍼나 '피를 흘리는 비구니'와 함께 '방황하는 유대인'이 나온 걸로 기억한다. 최근에는 피오나 맥 클레오 드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윌리엄 샤프도 이 이야기를 소재로 짧은 단편을 썼다. 그럼 '방황하는 유대인'이란 무엇이랴. 예수 그리스도의 저주를 받아 마지막 심판이 올 날을 기다리며 영원히 표류하는 유대인의 이야기이다. 이름은 기록에 따라 제각기 다.. 2021. 2. 23.
세상과 여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요즘 세상은 남자가 만든 제도나 습관이 지배하고 있으니 남자와 여자 사이에 굉장히 불공평한 점이 있다. 그 불공평함을 정정하기 위해서는 여자들이 세상 일에 관여해야만 한다. 하지만 불공평이란 게 꼭 남자만 이득을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내게는 여자 쪽이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스모가 그렇다. 우리는 여자의 나체를 쉽게 볼 수 없지만, 여자는 스모를 보러 가기만 하면 언제나 듬직한 남자의 자체를 볼 수 있다. 이게 여자가 이득을 보고 남자가 손해를 보는 경우지 싶다. 스모의 이야기로 떠오른 것인데, 언젠가 '인간'이라는 잡지 표지 두 장을 경시청 사람에게 보인 적이 있다. 하나는 여자의 나체화라 허가받지 못 했다. 또 하나는 남자의 나체화이니 허가해줄 수 있다고 한.. 2021. 2. 22.
여신선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먼 옛날, 중국의 한 시골에 서생 하나가 살았습니다. 중국 서생이니 역시 복숭아꽃 핀 창문 아래에서 책만 읽었겠지요. 그러자 그 서생의 집 옆에 한 젊은 여자 하나가――그것도 아름다운 여자 하나가 하인 하나 쓰는 법 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서생이 그 젊은 여자를 의아해한 건 말할 필요도 없지요. 실제로 여자의 신원을 시작으로, 당최 무얼 하고 지내는지도 아무도 알지 못 했으니까요. 어느 바람 없는 봄날 저녁, 서생이 밖에 나와 있자니 이 젊은 여자의 큰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디선가 닭이 느긋이 우는 와중에도 참으로 시끄럽게 들려오는 것입니다. 서생은 무슨 일인가 싶어 그녀의 집 앞으로 가보았습니다. 그러자 눈썹을 올린 여자가 나이를 먹은 나무꾼을 붙잡은 채로 백발 머리를 퍽퍽 때리고 있지 뭡니까. 심지.. 2021.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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