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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일본 소설의 중국 번역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상하이의 상무인서관서는 세계총서란 걸 내놓았다. 그중 하나가 "현대 일본 소설집"이다. 안에 담긴 건 쿠니키다 돗포, 나츠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스즈키 미에키치, 무샤노코지 사네아츠, 아리시마 타케오, 나가요 요시로, 시가 나오야, 센게 마토마로, 에마 슈, 에구치 칸, 키쿠치 칸, 사토 하루오, 카토 타케오, 나까지 열다섯 명, 서른 편이다. 그 중 나츠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아리시마 타케오, 에구치 칸, 키쿠치 칸 다섯 명은 루쉰魯迅 씨의 번역이고 그 외에는 모두 저우쭤런周作人 씨의 번역이다. 그리고 후스胡適 씨가 교정을 보았다. 1922년 5월 베이징에서――그렇게 시작되는 저우쭤런 씨의 서문에 따르면 "일본 소설은 20세기서 놀랄만한 발달을 이루어 국민적 문학의 정수가 되었을 뿐 아니라 수많.. 2021. 7. 18.
야리가타케 등반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카자와 잡목으로 이루어진 어두운 숲을 나오자 안내자가 여기가 아카자와란다. 더위와 피로로 눈이 침침해진 나는 이제까지 땅만 보며 걸었다. 축축한 이끼 사이에 해오라비난초 같은 작은 보라색 꽃이 핀 걸 보았다. 조릿대 안에 토끼 똥이 하얗게 구르고 있는 걸 보았다. 하지만 당최 숲 안을 지나는 건지 덤불 속을 지나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저 무작정 바위투성이 길을 오른 것만 기억하고 있다. 그런 상황서 "여기가 아카자와입니다"하는 말을 듣느니 이거 참 살았지 싶었다. 그렇게 고개를 들어 이제까지 우리가 걸은 게 무성한 잡목숲이란 걸 인식했다. 안심하자 불쑥 사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눈앞에는 높은 산이 우뚝 솟아 있다. 높은 산이라 해도 평범하게 높기만 한 산은 아니다. 산의 표면은 하얀색에 .. 2021. 7. 17.
야리가타케 기행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시마시마라는 거리의 숙소로 도착한 건 오후――저녁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숙소의 마룻기틀 위에는 서른 가량의 유카타 차림의 남자가 어린대나무 피리를 울리고 있었다. 그런 귀에 거슬리는 높은 소리를 들으며 먼지투성이 짚신의 끈을 풀었다. 그때 여자 하나가 얕은 바가지에 세족용물을 뜨러 왔다. 차갑고 맑은 물 밑바닥에는 거친 모래가 잠겨 있었다. 2층 복도의 차양에는 햇살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그탓인지 다다미와 후스마도 잔혹할 정도로 축 처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름옷을 유카타로 바꾼 나는 베개를 꺼내 달라해 옆으로 누운 후 어제 도쿄를 떠날 때 산 코단 타마기쿠도로를 조금 읽었다. 읽으면서 유카타의 풀칠 냄새가 종일 거슬렸다. 해가 지가 방금 전 여자가 칠이 벗겨진 쟁반에 목욕찰 하나를 얹어서 찾아.. 2021. 7. 16.
검은 옷 성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 눈물의 골짜기서 당신에게 기도합니다……당신의 연민의 눈초리로 우리를 두루 보시옵소서……한없이 유연하시고 더할 나위 없이 자애로우시고 아름다우신 '비루젠 산타 마리야' 님'―― ――일역 '사도신경'―― "이건 어떻습니까?" 타시로 군은 그렇게 말하며 마리아관음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 보였다. 마리아 관음이란 키리시탄 박해 시대의 천주교도가 한동안 성모 마리아를 대신해 예배를 올렸던 관음상이다. 대부분은 백자로 만든 관음상을 사용했다. 오늘 타시로 군이 보여 준 건 그런 마리아관음 중에서도 박물관의 진열실이나 일반적인 수집가들의 캐비닛 안에서 볼 법한 물건은 아니었다. 타시로가 보여 준 마리아관음은 얼굴을 제외하고는 전부 흑단으로 칠한 일 척 가량의 입상이었다. 그뿐 아니라 목 근처에 두른 십자가 .. 2021. 7. 15.
코즈키 미세이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재작년 겨울, 카토리 호츠마 씨가 테가누마의 오리를 대접할 때에 마침 함께 있던 아마오카 킨이치 씨가 첫 대면인 코즈키 미세이 씨께 "코즈키 군의 그림은 본인에 비하면 너무 상냥한걸"하고 대뜸 인사한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아마오카 영감님도 역시 코즈키 씨의 외견에 속았구나 싶었다. 확실히 코즈키 씨를 얼핏 보면 참으로 운동계스러운 용맹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나도 사실 처음 만났을 때는 울퉁불퉁한 풍채 안에서 산사람이라 자칭하기보다도 야생인이라 해도 좋을 기운을 느꼈다. 하지만 그 후로 코즈키 씨를 접해 보니――접했다 할 정도로 접하지도 않았지만 어찌 됐든 뭐 접해 보면, 깊은 마음속에는 겉모습보다도 훨씬 섬세한 신경을 지닌 상냥한 사람인 것 같았다. 물론 또 앞으로 접해 가면 이 의견도 달라질지 모른.. 2021. 7. 14.
편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는 지금 이 온천 여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피서할 생각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느긋이 읽거나 쓰고 싶은 생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여행안내서의 광고에 따르면 여기는 신경쇠약에 좋다고 합니다. 그 탓인지 미치광이도 둘인가 있습니다. 한 명은 스물일곱여덟 먹은 여자입니다. 이 여자는 아무 말도 없이 아코디언만 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림새는 번듯하니 어딘가 상당한 집안의 사모님일 테지요. 그뿐 아니라 두세 번 본 바로는 어딘가 살짝 혼혈아 같은 윤곽이 고운 얼굴을 지녔습니다. 또 다른 미치광이는 붉은 이마 위에 벗겨진 머리를 지닌 마흔 전후의 남자입니다. 이 남자는 왼팔에 소나무 잎 문신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미치광이가 되기 전에는 무언가 거친 장사라도 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저는 물론 이 남자와 이.. 2021.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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