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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코즈키 미세이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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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작년 겨울, 카토리 호츠마 씨가 테가누마의 오리를 대접할 때에 마침 함께 있던 아마오카 킨이치 씨가 첫 대면인 코즈키 미세이 씨께 "코즈키 군의 그림은 본인에 비하면 너무 상냥한걸"하고 대뜸 인사한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아마오카 영감님도 역시 코즈키 씨의 외견에 속았구나 싶었다.
 확실히 코즈키 씨를 얼핏 보면 참으로 운동계스러운 용맹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나도 사실 처음 만났을 때는 울퉁불퉁한 풍채 안에서 산사람이라 자칭하기보다도 야생인이라 해도 좋을 기운을 느꼈다. 하지만 그 후로 코즈키 씨를 접해 보니――접했다 할 정도로 접하지도 않았지만 어찌 됐든 뭐 접해 보면, 깊은 마음속에는 겉모습보다도 훨씬 섬세한 신경을 지닌 상냥한 사람인 것 같았다. 물론 또 앞으로 접해 가면 이 의견도 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당장 내가 본 코즈키 미세이 씨는 마음이 약하고 배려로 가득 차면서도 때로는 이유도 없이 무언가를 싫어하는, 의외로 우리처럼 감정적인 면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보기엔 코즈키 씨의 인물상과 그림은 아마오카 영감님 생각처럼 뒤죽박죽인 건 아니다. 코즈키 씨의 그림 또한 코즈키 씨의 본래 면모에서 싹을 틔어 대나무처럼 똑바로 자라고 있는 셈이다.
 코즈키 씨의 그림은 양화도 남화도 하나같이 부드럽다. 하지만 결코 경쾌하지는 않다. 항상 묘하게 쓸쓸하면서 옅고 추운 그림자를 두르고 있다. 나는 그 점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근대의 바람에 신경이 살랑거리는 코즈키 씨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그럴싸한 형용을 해보자면 매화서점의 창문으로 들여다보아도 코즈키 씨는 가볍게 임처사의 시 따위를 읊는 법이 없다. 홀로 난로를 바라보며 Rèvons……le feu s'allume하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덧붙이자면 코즈키 씨는 시에도 탁월하다. 하지만 오언절구가 열 개인가 열다섯 개인가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점은 나와 아주 닮아 있다. 하지만 완성도를 생각하면 어쩌면 내 시보다 뛰어날지 모른다. 물론 어쩌면 내 시보다 부족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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