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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루시헤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천주초성세계하느님께서 처음으로 세계를 만들 때 수조삼십육신함께 서른 여섯 신을 만드셨다 제일거신가장 높은 신을 운로제아루시헤루라 한다 (중략) 자위지여천주등그는 스스로 말하길 자신이 하늘과 같다고 했다. 천주노이폄지옥하느님께서 이에 분노하셔 지옥에 떨어트리셨다. (중략) 로제수입지옥수고루시헤루는 지옥에서 고통받는다. 이일반혼신작마귀유행세간하지만 절반의 혼은 신이기에 마귀가 되어 세상에 내려와 퇴인선념사람에게서 선함을 앗아간다고 한다. ―좌벽제삼벽열성문애유락답허대수어― 하나 파데우스破提宇子라는 천주교를 논리적으로 비난한 책은 아는 사람도 적지 않을 터이다. 이는 겐나 6년, 카가의 파비안이란 자가 쓴 책이다. 파비안은 당초 남만절에서 살던 천주교도였으나 그후 모종의 사정으로 DS 여래를 버리고 불문으로 귀.. 2021. 10. 16.
말 다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노 한자부로란 남자이다. 아쉽게도 대단한 남자는 아니다. 베이징 미츠비시에 근무하는 서른 전후의 회사원이다. 한자부로는 상과 대학을 졸업한 후 두 달째에 베이징에 오게 되었다. 동료나 상사의 평가는 별반 좋다고 할 수 없다. 단지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 평범한 게 한자부로의 풍채와 똑 닮았다.또 하나 덧붙이자면 한자부로의 가정생활과 똑 닮았다. 한자부로는 삼 년 전에 어떤 아가씨와 결혼했다. 아가씨 이름은 츠네코였다. 이 또한 아쉽게도 연애 결혼은 아니다. 어느 친척 노부부에게 중매를 부탁한 중매결혼이었다. 츠네코는 미인이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또 물론 추악하다가도 할 수 없었다. 단지 둥글게 부풀어 오른뺨은 항상 미소 짓고 있었다. 펑톈에서 베이징으로 오는 도중 침대차서 빈대.. 2021. 10. 15.
추억 - 사토 하루오 20대 시절 모리 오가이 선생님을 대여섯 번 본 적이 있다. 그후 두세 번 육군성 외무국에 교정을 전달할 때에 뵀는데 하나 같이 간단해서 회고록을 적을 만한 자료는 지니고 있지 않다. 그 시절 요사노 텟칸, 이쿠다 쵸코, 나가이 후우 씨가 오가이 선생님의 문하생으로 나는 선생님의 손자뻘에 해당했다. 그런 연유로 나는 선생님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선생님의 문학적 사업을 존경하고 있다. 선생님은 세간에게 깐깐하단 소리를 듣는 걸 싫어하셔서 항상 상대를 갑갑하지 않도록 신경 써주셨는데 내게는 그게 되려 더 갑갑했다. 떠올리면 언젠가 '와레라'라는 잡지의 출판 축하연으로 긴자 오와리쵸 라이온 2층에서 특별히 친근한 사람들끼리 모여 술을 마셨을 때, 선생님께서는 사람들이 어려워하지 않도록 술안주로 나온 큰 메.. 2021. 10. 14.
도조문답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텐노지 별당, 도묘 아자리는 홀로 슬쩍 마루서 빠져나와 경상經床 앞에 앉더니 그 위에 놓인 법화경 8권을 등불 아래에 펼쳤다. 등불의 불은 꽃과 같은 모양을 맺으며 나전 경상을 밝게 비추고 있다. 귀에 들어오는 건 키쵸 너머에 누워 있는 이즈미 시키부의 숨소리리라. 봄밤의 조시는 마냥 조용해서 쥐 우는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아자리는 하얀 비단 테두리를 두른 방석에 앉아 시키부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조용히 법화경을 읽었다. 그게 이 남자의 습관이었다. 다이나곤 후지와라노미치츠나의 아이로 태어나 텐다이자스 지에 대승정의 제자로 자랐지만 삼업의 수행도 하지 않았고 오계도 지녀 본 적이 없다. 아니 되려 "하늘이 내려준 건 호색 밖에 없다"는 Dandy 계급에 속할 법한 생활마저 계속하고 있다... 2021. 10. 13.
멧도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천팔백팔십 년 오 월 며칠의 저녁이다. 2년 만에 아스나야 폴랴나를 찾은 Ivan Turgenyef는 주인인 Tolstoi 백작과 함께 바론카강 너머의 잡목림에 도요새 사냥을 나갔다. 사냥 일행 중에는 이 두 늙은이 이외에도 아직 젊음을 잃지 않은 톨스토이 부인이나 개를 끄는 아이들이 더해졌다. 바론카강으로 향하는 길은 대부분 밀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몰과 함께 불어온 미풍은 그 보리잎을 흔들며 조용히 흙냄새를 옮겨왔다. 톨스토이는 총을 어깨에 짊어진 채로 선두서 걸었다. 그리고 이따금 뒤를 돌아보고는 톨스토이 부인과 걷고 있는 투르게네프에게 말을 걸었다. 그때마다 "아버지와 아들"의 작가는 살짝 놀란 듯이 눈을 뜨며 기쁜 투로 매끄러운 대답을 했다. 때로는 또 폭이 넓은 어깨를 흔들며 갈라진 웃음소.. 2021. 10. 12.
금주 - 다자이 오사무 술을 끊으려 한다. 요즘 술은 인간을 비굴하게 만드는 듯하다. 과거에는 술을 통해 소위 활력을 길렀다는 모양인데 요즘은 단지 정신을 얄팍하게 만들 뿐이다. 요즘 들어선 술을 미워하는 지경이다. 만에 하나 금주를 할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 술잔을 박살 내야 한다. 평소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정신이 얼마나 인색해져 있는가. 한 병의 배급주에 열다섯 개의 눈금을 긋고 매일 한 눈금씩 마시고 이따금 지나쳐 두 눈금이라도 마시면 곧장 한 눈금치 만큼의 물을 붓고는 병을 눕혀 흔들어 술과 물의 화합 발효를 꾀하고 있으니 정말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 배급 나온 540ml 가량의 소주에 질 나쁜 녹차를 한가득 넣고 그 갈색 물을 작은 잔에 붓고는 이 위스키엔 찻기둥이 서있군, 유쾌해 하고 허세를 부리며 호쾌하.. 202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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