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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245

'원숭이, 사슴, 곰'의 서문 - 키시다 쿠니오 이 책 저자와 나는 일면식이 있을 뿐으로 그리 깊은 관계는 아니나 이전부터 주위에서 배움이 많고 행동력이 있다는 평으로 자자하단 건 들어 본 적이 있다. 이번에 이 책을 출판하면서 내게 서문을 맡기고 싶단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이 역할을 허투루 물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건 이 책의 초고를 읽어보고 보기 드문 내용이라 느꼈을 뿐 아니라 벽지의 교사 생활이 어떤 건지 아는 나로선 이런 작업에 힘을 들인 저자의 정신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야생 동물의 생태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재미와 실익은 새삼 논할 필요도 없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아마 앞사람이 남긴 업적 덕에 정통한 지식을 갖췄음에 분명하나 그와 별개로 자신이 놓인 자연환경 속에서 자신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생생한 동물 세계의 갖.. 2022. 9. 24.
38년의 여성은 이렇게 살라! - 키시다 쿠니오 사별이 일어나는 동시에 각 부인 단체의 활약이 눈에 띄게 되었다. 아무개 부인회에 발을 걸친 부인들이 출정 병사의 맞이와 배웅, 위문을 위해 발품을 파는 건 부인의 국가적 자각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부인이 해야 할 일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 걸까. 이번 같은 큰 사변에 마주하면 여성도 눈앞의 힘에 떠밀려 이에 적응하는 게 자연의 순리이다. 하지만 지금 환경을 따르면서도 장래에 확실한 눈길을 줬으면 한다. 이런 상태가 앞으로 반 년 또 일 년 혹은 그 이상 계속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딱 잘라 말하면 사회가 어느 정도로 문화적 후퇴를 이루는가. 이는 모두가 여성의 책임인 건 아니나 여성이 총부리 뒤를 지키는 커다란 힘인 이상 그 각오 여부에 따라선 크게 바꿀 수 .. 2022. 9. 23.
'고생 많은 사람' 조르주 쿠르틀린 - 키시다 쿠니오 "우리 집의 평화"의 작가 조르주 쿠르틀린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근대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이름은 파리에서 굉장히 유명했다. 우리 키쿠치 칸 씨가 도쿄에서 유명한 것처럼. 그의 예술이 가진 특징은 우리 야나기야 코산, 그리고 우리 마츠모토 잇페이 씨와 닮은 점이 있다. 경묘하고 신랄하며 어딘가 우스운 구석이 있으며 통쾌함과 온정이 적절하게 뒤섞여 파리 생활 속 다양한 감정 뉘앙스를 미울 정도로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이 "우리 집의 평화"는 그의 걸작 중 하나로 국립 극장 코메디 프랑세주의 상연 목록에도 올라 있어 나도 그 무대를 본 적이 있다. 단지 우리의 배우는 이런 극본을 연기하기엔 그 소질이 너무나 다른 듯하나 당 협회의 이시이 칸 군은 비교적 희극에 적합하며 하나야나기 하루미 군도 이 배역.. 2022. 9. 21.
각본난 - 키시다 쿠니오 나는 과거에 본란(지지신보)에서 '상연목록'이란 제목으로 신극단체존립의 주요 조건으로 상연 극본 선정에 들여야 하는 주의를 논했다. 또 '예술적인'이란 신조 이외에 '문득 든 관심'으로 호의를 품은 무대를 보러 오도록 궁리해야 한다는 말도 해두었다. '문득 든 관심'――이는 결코 예술과 따로 노는 게 아니다. 영리 본위 극장에 맞서 경제적 기반을 확립하고 그 존속을 이뤄내기 위해선 결코 '연극연구자'만을 상대해선 안 된다――그런 점도 암시해두었다. 나는 결국 '괴로움을 괴로움으로 다룬 작품', '사색을 사색의 형태에 얹은 작품' 더욱이 '인생의 엄숙함만을 가르치고 또 느끼게 하는 작품'……이러한 작품은 설령 예술로서 최상위에 위치하더라도 '무대 관객'에겐 '가끔 먹는 특식'으로 머물러줬으면 한다고 늘 생.. 2022. 9. 20.
여성 풍속 시평 - 키시다 쿠니오 여자 사이에 '키미', '보쿠'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여자 간의 대화엔 아주 많이 사용되나 아직 남녀 사이의 대화에선 잘 사용되지 않는다. 물론 남자와 그런 대화를 나눌 법한 여성이라면 꽤나 방심할 수 없는 강자이리라. 이렇게 말하는 여자는 기묘하게 아리스트클라틱한 학교 학생이 많다. 이를테면 가정에선 '아소바세' 같은 말을 쓰는 여학생이 친구 사이에선 반동적으로 '키미', '보쿠' 같은 말을 쓰는 듯하다. 곧잘 생각하는 일인데 소위 모던 걸이란 건 꽤나 상대를 아랑곳 않고 자유분방한 듯하다. 새삼스레 이런 말을 하는 건 우스울지 모르나 이야기하다 보면 그 기세에 압도되게 되는데 그녀들은 자신의 약점을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다. 한 마디 들으면 당황스러울 텐데 그걸 조금도 모르는 듯하다. 그런 점에선 되.. 2022. 9. 19.
신극협회의 공연을 앞두고 - 키시다 쿠니오 신극협회가 이번에 분게이슌쥬샤의 손으로 경영되게 되어 우리는 미력하나마 장래 같은 극단의 상연극본 선정 및 무대 지휘에 공동의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를 두고 개인의 입장에서 벗어나 같은 극단의 관계자로서 일단 뜻을 두는 바를 말해두고 싶다. 하나, 상연극본 선정에 관해 상연할 극본은 국내외, 유파, 색조를 따지지 않는 건 물론이요 장래 영리 극장 무대에 오르지 못해 희곡적 가치가 허무하게 묻힌 우리나라 현대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가능한 많이 세상에 알리고 싶다. 둘, 무대 지휘에 관해 우리는 '연출자'로서 우리의 색채로 이 극단을 물들이고 싶지 않다. 우리는 작가가 무대 지휘자임을 정당히 인정하고 경우에 따라선 임시로 어떤 극본의 무대 지휘를 어떤 '연출가'에게 의뢰할 생각이다. 극단의 주체를 형성하는..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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