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85

아침 - 다자이 오사무 나는 노는 걸 굉장히 좋아하여 집에서 일을 하면서도 멀리서 친구가 찾아올 걸 남 몰래 기대하곤 한다. 그때 현관이 덜컹 열리면 눈살을 찌푸리고 입에 힘을 주다가도 실은 가슴이 뛰어 쓰다 만 원고용지를 정리하고는 그 손님을 맞이한다. "아, 작업 중이셨나요." "아뇨 뭘." 그리고 그 손님과 함께 놀러 나간다. 하지만 그래서야 도무지 일이 되지 않으니 어떤 곳에 비밀의 작업실을 마련하였다. 작업실이 어디 있는가. 이는 가족도 알지 못한다. 매일 아침 아홉 시면 나는 집사람에게 도시락을 부탁하여 작업실로 출근한다. 비밀 작업실을 찾는 사람도 없기에 일도 대개 예정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오후 세 시쯤 되면 피로도 찾아오고 사람이 그리워지며 무엇보다 놀고 싶어서 적당히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가는 길.. 2022. 3. 28.
'완구' 서장 - 다자이 오사무 수록――"완구", "어복기", "지구도", "사루가시마", "메쿠라소시", "피부와 마음", "귀뚜라미", "축견담" "완구"부터 "메쿠라소시"에 이르는 다섯 편은 내 첫 창작집 "만년"에서 선정한 작품이다. 상징주의의 냄새가 강한 것처럼 느껴진다. 권두의 "완구"는 산문시라 해도 좋을 정도지 싶다. "메쿠라소시"는 쓰고 있을 때에는 정말로 슬펐는데 지금 읽으니 유머러스한 부분이 적지 않다. 비통도 정도를 넘으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아우프헤벤하는 듯하다. "만년"의 초판은 쇼와 십일 년에 스나고야쇼보란 곳에서 출판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이다. 후에 축쇄판도 출간되었다. "피부와 마음"은 쇼와 십사 년에 썼다. 나는 남자인 주제에 얼굴의 분출물이 지독해서 이런 작품을 떠올렸다. "견축담"도 어느 .. 2022. 3. 27.
'우바스테' 후기 - 다자이 오사무 수록――"잎", "열차", "I can speak", "우바스테", "도쿄 팔경", "지렁이 통신", "사토", "방문자", "치요메" 이 단편집을 읽으면 제 과거 생활이 어땠는지 대강 추측할 수 있을만한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책을 짜보았다. 지독한 생활이었지만 지금 생활도 지독하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지독해질 듯한 예감마저 든다. 마지막의 "치요메"는 내 생활을 쓴 게 아니나 현재의 "문화 유행"의 기현상을 건드리는 듯하여 덧붙여 두었다. 쇼와 22년 이른 봄 2022. 3. 25.
미나노가와와 우자에몬 - 다자이 오사무 요코즈나 미나노가와가 우리집 근처에 살고 있다. 요컨대 나란히 미타카쵸 시모렌쟈쿠의 주민인 셈이다. 나는 스모를 조금도 알지 못하나 그래도 요코즈나 미나노가와의 이야기는 이따금 듣고 있다. 듣기로는 미나노가와는 덩치에 관한 질문을 무엇보다도 두려워 하는 듯하다. 또 자신의 실제 키보다도 조금 줄여 말하는 듯하다. 요컨대 거한인 자신을 증오하는 셈이다. 자기혐오, 수줍음, 묵언. 그런 경우겠지. 예민한 신경의 소유자임에 분명하다. 자전거를 타고 미타카역 앞의 주점에 배달을 갔다 주점 아주머니한테 혼난 적도 있다. 역시나 자전거를 타고 미타카 우편국에 가서 창구를 실수하여 온 얼굴로 땀을 벌벌 흘리며 웃지도 않고 그저 당황스러워 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미나노가와의 모습을 보고 항상 대단한 사람이지 싶다. .. 2022. 3. 24.
단 군이 하는 일에 관해 - 다자이 오사무 단 군이 하는 일의 성격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희미하게 알게 되더라도 사람들은 모종의 이유로 뜸을 들이고 괜히 좌우고면하여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확언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래서야 단 군도 내키지 않으리라. 단 군의 탁월함은 극히 명확하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인과의 실을 끊고 순수찰나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정확히 고정시키는 전도미문의 수라도이다. 단 군이 하는 일의 듬직함도 성실함도 사람들에게 통쾌할 정도로 들어 맞을 게 분명하다. 그 진짜 영광의 날까지는 단 군도 죽어서는 안 된다. 단 군이 하는 일은 오늘날에 이미 당당하기 짝이 없다. 구태여 뒷날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2022. 3. 20.
'풍문' 서장 - 다자이 오사무 수록――"풍문", "신랑", "누구", "축견담", "갈매기", "원숭이 얼굴을 한 남자", "리츠코와 사다코", "지구도" 작년 여름에 출판된 창작잡 "치요메" 이후의 작품을 모아 독자에게 바친다. 페이지수 사정으로 "치요메" 이전 작품도 넣을 수밖에 없어 아쉽긴 하나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도록 주의하며 편집하였다. 권두의 약 백 장 가량의 "풍문"은 문학계, 신조, 분게이 세 곳에서 삼 분할하여 발표한 걸 하나로 정리한 것이다. 한 번에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 되리라 본다. 요즘 들어 나는 책임이 무거워진 걸 느끼고 있다. 중요한 때지 싶다. 십칠 년, 절분 밤. 2022. 3. 19.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