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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대학 생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내가 스물여섯이었을 때로 기억한다. 대학원생이 되니 마니 했는데 당시엔 도쿄에 살지 않았다. 그 탓에 퇴학서를 내는 게 늦어져 기간을 며칠인가 지나 퇴학서를 내게 되었다. 사무소 사람은 규칙을 엄수해 받지 않았다. "이미 기간이 늦었으니 30엔을 내셔야 해요"라고 말하며. 다이쇼 5, 6년의 30엔은 거금이었다. 나는 거금을 내기 어려웠기에 "그럼 어쩔 수 없죠. 제명 처분해주세요."하고 말했다. 사무소 사람은 내 장래를 걱정하며 "제명 처분을 받으면 앞으로 취직이 어려울지 모른다"하고 말했지만 끝내는 제명 처분을 받게 되었다. 내 동급생인 철학과 학생이 그에 감격해서 말하길 "너도 셸링처럼 제명처분을 받았구나!" 셸링 또한 나처럼 30엔의 돈을 내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긴 걸까. 내가 아직 견문이 .. 2021. 6. 4.
카쿠 씨와 식욕――최근의 우노 코지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우노 코지는 총명한 사람이다. 동시에 다감한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본래 희극적 정신이란 사람을 속일 때가 있을지 모른다. 자신을 속이는 건 극히 희소한 사람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노 코지는 희극적 정신을 발휘하지 않더라도 갖은 다감함과 총명함을 겸비한 사람처럼 쉽게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게 이따금 우노 코지에게 괴물이란 간판을 부여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독특한 매력――이를테면 정신적 카멜레온 같은 매력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노 코지의 본명은 카쿠지로이다. 그 어두운 얼굴은 분명 카쿠지로임이 분명하다. 특히 샤미센을 치는 우노는 코지에서 벗어난 카쿠 씨일 터이다. 얼굴에 관한 걸 좀 더 적어 보자면, 나는 우노의 얼굴을 볼 때마다 반드시 약간의 식욕을 느낀다. 그 얼굴은 뺨.. 2021. 6. 4.
소설의 재미 - 다자이 오사무 소설이란 본래 여자들이 읽는 것이지 소위 머리 좋은 어른이 얼굴색을 바꿔가며 읽거나, 하물며 탁상을 두드리며 독후감을 논하는 성질의 물건이 아닙니다. 소설을 읽고 자세를 고쳤다느니 고개를 숙였다느니 하는 사람은, 농담이라면 또 몰라도 그러한 행동을 한다면 미치광이의 행동이라 해야 할 테지요. 이를 테면 집에서도 그렇습니다. 아내가 소설을 읽고 남편이 출근 전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묶으며 요즘 어떤 소설을 읽냐고 묻습니다. 아내가 대답하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가 재밌었어요. 남편이 조끼 단추를 잠그며 바보 취급하듯이 묻길 어떤 내용인데. 아내가 살짝 상기되어 그 줄거리를 이야기하다 스스로의 설명에 감격해 웁니다. 남편은 웃옷을 입으며 말하길 흠, 그건 재밌겠네. 그렇게 남편은 출근하여 밤.. 2021. 6. 3.
늪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비 내리는 날의 오후였다. 나는 어느 그림 전시회장의 한 방에서 작은 유화 한 장을 발견했다. 발견――그렇게 말하면 거창하게 들려도 실제로 그렇게 말해도 별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그럴만한 게 이 그림만이 채광이 좋지 않은 구석에서 굉장히 빈곤한 액자에 담긴 채 잊힌 것처럼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은 "늪지"라고 하는 듯하며 화가는 알려진 사람도 아니었다. 또 그림 자체도 단지 탁한 물과 습기 찬 흙, 그리고 그 흙에 자란 목초를 그린 게 전부이니 아마 일반적인 관객에겐 말 그래도 눈길조차 받지 못 하리라. 그런데다 신기하게도 이 화가는 울창한 목초를 그리면서 녹색은 조금도 쓰지 않았다. 갈대나 버들, 무화과를 칠한 건 아무리 보아도 탁한 노란색이었다. 마치 젖은 벽만 같은 무겁기 짝이 없는 노.. 2021. 6. 2.
[리뷰] KFC 불고기 버거 & 맥앤치즈볼 & 콘소메 블랙라벨치킨 여긴 불고기 버거도 없어? 한국에 음식이 들어 오면 불고기는 빠짐 없이 붙는 듯합니다. 불고기 버거, 불고기 피자, 불고기 파스타... 그 외에 가정용 레시피까지 따지면 끝도 없지요. 특히 불고기 버거는 굉장히 정착이 잘 됐습니다. 어떤 버거 프랜차이즈를 가도 흔히 찾을 수 있는 메뉴가 됐지요. 그런 와중에 KFC만은 꿋꿋히 "치킨"불고기 버거를 유지했습니다. 별 건 없고, 저렴한 치킨분쇄육 패티에 불고기 소스를 뿌린 버거였습니다. 뭐 이해는 합니다. 치킨집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도 있을 테죠. KFC에서 굳이 불고기 버거를 찾을 사람도 드물 테고요. 치킨 패티 사이 불고기 패티는 보관이나 관리가 용이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문제는 어르신분들껜 그런 게 잘 통용되지 않은 걸까요. 이건 이번 불고기 버거가 나.. 2021. 6. 2.
연말의 하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잘 모를 잡목이 자란 쓸쓸한 언덕 위를 걷고 있었다. 언덕 아래에는 바로 연못이 있었다. 또 연못의 끝자락에는 물새 두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어느 쪽도 옅은 이끼가 낀 돌색에 가까운 물새였다. 나는 딱히 물새가 신기한 건 아니었다. 단지 날개가 너무나 선명히 보이는 건 꺼림칙했다―― ――나는 이런 꿈속에서 덜컹덜컹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서재와 이어진 손님방의 유리문에서 나는 소리인 듯했다. 나는 신년호 작업 중에 서재서 잠을 취하고 있었다. 세 곳의 잡지사와 약속한 세 편은 하나 같이 불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마지막 일을 오늘 동이 트기 전에 정리할 수 있었다. 이불 끝자락의 장자에 대나무 그림자가 힐끔힐끔 드리워 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소변을 보았다. 요즘 들어 .. 2021.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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