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학교 친구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건 학교 친구들에 관한 말이면서, 학교 친구들의 전부는 아니다. 단지 겨울밤이나 전등 아래에서 원고지를 볼 적에 문득 마음에 떠오른 학교 친구들에 대한 생각일 뿐이다. 코우타키 타카시 내 초등학교 친구이다. 아내 이름은 아키나. 하타 토요키치는 이 부부를 남화적 부부라 말했다. 도쿄 의과 대학을 나와 지금은 샤먼 아미어 아무개 병원에 있다. 인생관상의 리얼리스트지만 실생활에 임할 때에는 그리 리얼리스트라 할 수 없다. 서양 소설 속에 나오는 의사와 닮아 있다. 아이의 이름은 미노토라 한다. 코우타키의 아버지가 작명한 걸 생각하면 독특한 이름을 좋아하는 건 유전적 취미 중 하나로 봐야 하리라. 글은 제법 교묘하다. 노래도 시도 아마추어급으로 만든다. "신나이에서 내려다 바라보면 등롱이려나."란 시를 썼다.. 2021. 4. 6. 아부부부부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야스키치는 꽤나 오랫동안 이 가게의 주인을 알고 지냈다. 꽤나 오랫동안――혹은 그 해군 학교에 부임한 당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성냥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이 가게를 찾았다. 가게에는 작은 장식용 창이 있었고, 창 안에는 대장기를 건 군함 미카사의 모형과, 큐라소 병, 코코아병, 말린 포도캔 따위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가게 앞에 "담배"라 적은 붉은 간판이 나와 있으니 성냥을 팔지 않을 리도 없다. 그는 가게를 들여다보며 "성냥 하나 주게나."하고 말했다. 가게 초입에 자리한 높은 계산대 뒤에는 사시를 가진 젊은 남자 하나가 지루하다는 양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본 남자는 주판을 손에 든 채로 웃어 보이는 법도 없이 대답했다. "이거 가져가시죠. 아쉽게도 성냥이 다 떨어져서요." 가져가라는 .. 2021. 4. 5. 백로와 원앙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2, 3년 전의 여름이다. 나는 긴자를 걸으면서 두 여자를 발견했다. 그것도 평범한 여자는 아니었다. 놀랄 만큼 예쁜 뒷모습을 한 두 여자를 발견한 것이다. 한 명은 백로처럼 가늘었다. 다른 한 명은――이 설명은 조금 성가시다. 본래 예쁜 모습이란 건 통통한 사람보다도 초췌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 듯하다. 하지만 한 명은 뚱뚱했다. 평범하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살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몸의 조화를 조금도 훼손하지 않았다. 특히 허리를 휘두르듯 유유히 걷는 모습은 원앙처럼 훌륭했다. 한 쌍을 이루는 줄무늬 기모노에 여름용 오비를 두르고, 당시에 유행했던 망을 걸친 한 쌍의 파라솔을 든 걸 보면 자매 관계일지 모르겠다. 나는 마치 이 두 사람을 무대 위에 세운 것처럼 갖은 면과 선을 감상했다. 본래 여.. 2021. 4. 4. 연못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연못 옆을 걷고 있다. 낮인가 밤인가. 그마저도 알 수 없었다. 단지 어디선가 왜가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덩굴로 뒤덮인 나뭇가지 사이로 옅은 빛이 감도는 하늘이 보였다. 연못은 내 키보다 큰 갈대가 수면을 뒤덮고 있다. 물도 움직이지 않는다. 마름도 움직이지 않는다. 물 밑바닥에 사는 물고기도――물고기가 이 연못에 살기는 하는 걸까. 낮인가 밤인가. 그마저도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요 대여섯 날 동안 이 연못 옆만을 걸었다. 추운 아침 햇살의 빛과 함께 물냄새나 갈대 냄새를 몸에 두른 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비개구리의 목소리가 덩굴에 뒤덮인 나뭇가지에서 하나하나 작은 별을 부른 기억도 있었다. 나는 연못 옆을 걷고 있다. 연못에는 내 키보다 큰 갈대가 수면을 뒤덮고 있다. 나는 먼 옛날.. 2021. 4. 3. 서쪽의 사람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 이 사람을 보라 나는 이래저래 십 년 전부터 예술적으로 그리스도교――특히 가톨릭교를 사랑하고 있다. 나가사키에 자리한 '일본 성모의 절'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나는 키타하라 하쿠슈 씨와 키노시타 모쿠타로 씨가 뿌린 씨앗을 주운 까마귀에 지나지 않는다. 또 몇 년 전에는 그리스도교를 위해 순직한 교도들에게 흥미를 느꼈다. 순교자의 심리가 내게는 갖은 광신자의 심리처럼 병적인 관심을 쥐여준 셈이다. 나는 그제야 네 전기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한 그리스도란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오늘의 나는 그리스도를 길거리의 사람처럼 볼 수 없다. 어쩌면 그 사실은 서양 사람은 물론이고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웃음을 살지 모른다. 하지만 19세기 말에 태어난 나는 그들이 보기에는 질린――되려 넘어트리는 .. 2021. 4. 2. 타니자키 준이치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초여름 오후, 나는 타니자키 씨와 칸다 외출을 나섰다. 타니자키 씨는 그 날도 검은 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장대한 옷깃 장식에 상징적인 로맨티시즘을 느꼈다. 물론 이건 나뿐만이 아니다. 길거리 사람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나와 같은 인상을 받았으리라. 엇갈리면서도 다들 뚫어져라 타니자키 씨의 얼굴을 보았다. 하지만 타니자키 씨는 도무지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건 자네를 보는 거지. 미치유키같은 걸 입으니까." 나는 마침 여름용 외투를 대신해 아버지의 미치유키를 빌려 입고 있었다. 하지만 미치유키는 다도 스승도 보다지의 스님도 입는다. 대중의 눈을 끈 건 분명 한 송이 장미꽃을 닮은 비범한 넥타이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타니자키 씨는 나처럼 로직을 존중하지 않는 시인이기에.. 2021. 4. 1. 이전 1 ··· 40 41 42 43 44 45 46 ··· 60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