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928 현실주의자 - 사카구치 안고 요즘 일본 제국에선 자식 살해나 아내 살해 등 여러 문화적 사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덕에 신문이 지루해지지 않는단 것 이외엔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어느 날의 신문에 지금 이름을 날린 한 비평가가 자식 살해를 두고 이러한 사건은 실제로 겪지 못하면 상상도 못할 사건이며 우리 제국의 존경할만한 사실주의자(그의 말에 따르면 소설가는) 이 특유의 사건에 만난 행복을 놓치지 않고 곧장 이를 묘사하라는 교훈을 주어 감격에 눈물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소극 작가라면 이것만으로 한 편의 소극을 쓸 수 있겠죠. 그 외엔 사족이지만 현재의 문학은 소극 이상으로 집요한 사족 없이는 좌측 통행도 불가능한 상황이니 말을 좀 더 계속해 볼까 합니다. 소설 속 세계라면 그게 현실에서 언제 일어나.. 2023. 1. 3. '대국주명' - 사카구치 안고 어떤 시대나 흥미로우나 지금이 전쟁 후이며 동시에 전쟁 전야기도 하니 지금 있는 시대에 특히 끌리게 됩니다. 하지만 실은 의외로도 일본 역사는 신화 이후로 일관되게 난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고 있는 듯합니다. 전쟁을 전혀 개의치 않고 크게 패햇음에도 무관심하고 풍류만 즐긴 대국주 미코토 같은 느긋한 거물은 이풍(위풍이라 하고 싶지만)당당. 대개 신화나 역사는 현대의 마켓 흥망사와 닮아 있지요. 어떤 시대나 마찬가지로 혼란스럽기 짝이 없고 순수하지도 않지요. 어떤 시대를 다루더라도 역사 소설이란 혼란스럽고 순수하지 않은 인간의 행동에 밝은 꿈을 짜내며 시원한 바람을 불게 해주고 싶습니다. 2023. 1. 2. 선후감(제26회 아쿠타가와상 선후평) - 사카구치 안고 "광장의 고독"이 굉장히 호평인 듯한데 저는 와닿지 않았습니다. 일본 좌익문학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기편이 아닌 사람을 감정적으로 대하며 가볍게 단정 짓는 점에선 특히 와닿지 않았습니다. 요컨대 이 작가는 모든 인간을 대한다는 마음 가짐이 낮은 데다가 사상의 깊이가 얄퍅하고 낮다고 봅니다. 문학은 언제나 '인간' 옆에 서야 하지 특정한 누군가의 옆에 서는 존재가 아닙니다. 또 '드라마성 결여'라는 점도 꼽힙니다. 만약 부자 외국인 노인 같은 인간이 존재하고 또 이 주인공 부부와 연결 고리가 있다면 드라마의 중심은 그쪽에 놓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는 건 모든 게 '덧붙인 듯하며' 이 작품 속 인물은 모두 방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죠. 광장의 고독이란 설명도 피가 흐르지 않아 허무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다른.. 2023. 1. 1. 손가락 - 에도가와 란포 환자는 수술 마취서 깨서 내 얼굴을 보았다. 오른손에 두텁게 붕대를 감긴 했으나 손목이 절단된 건 꿈에도 알지 못한다. 그는 명성 높은 피아니스트니 오른 손목이 사라진 건 치명상인 듯했다. 범인은 그의 명성을 질투한 동업자일지 모르겠다. 그는 어두운 밤길에서 길가는 사람한테 날카로운 칼날로 오른 손목 관절부 위를 잘려 정신을 잃었다. 다행히 내 병원 근처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는 실신한 채로 이 병원에 옮겨졌고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 "아, 자네가 봐준 건가. 고마운걸……취해서 말야. 어두운 거리서 누군지도 모르는 녀석한테 당했네……오른손인가. 손가락은 괜찮아?" "괜찮아. 팔을 조금 다치긴 했지만 뭐, 금방 나을 거야." 나는 친구가 낙담하는 걸 바라지 않아 조금 좋아질 때까지 그의 피.. 2022. 12. 31. 오카다 군 - 키시다 쿠니오 파리서 오카다 군과 헤어진 지 벌써 12, 3년쯤 됐다. 그는 그 후 남프랑스의 고르도란 해안가로 옮겨서 그곳 사람이 되어버렸단다. 파리 시절에는 서로 가난했으나 이따금 그는 그 빈곤함으로 나를 감탄시키곤 했다. 아오야마 쿠마지에게도 역시나 그런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오카다는 늘 신사 같으며 방랑자 같은 기색을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 일종의 의지 같은 걸 갖고 있었다. 그는 소박하고 단단한 혼을 지녔다. 국제적 생활에 익숙해지는 한편으로 일본인의 긍지를 잃지 않았다. 그만큼 서양인 앞에서 당당히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은 일본인 중에선 많지 않으리라. 그게 무뚝뚝하다거나 오만하지도 않으니 그와 이야기하며 친절함을 느끼지 않는 서양인이 없을 정도이니 그야말로 진정으로 국제적인 인물로서 우리의 힘이 되어주었다... 2022. 12. 30. 역점과 손금 - 키쿠치 칸 내가 역점이나 손금에 관해 쓰는 걸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평생에 딱 한 번 본 손금은 실로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건 시시지보사의 기자로 있던 시절 일이다. 쿠메가 27살 먹기 전이니 10년 가까이 된 일이다. 쿠메, 아쿠타가와, 나 이렇게 셋이서 함께 저녁 먹은 뒤였는데 유시마 텐진 경내를 지날 때에 그곳에 나온 한 점쟁이한테 반신반의로 점을 받은 것이다. 물론 제군이 상상하는 것처럼 아쿠타가와만은 보지 않았다. 내 손금 판단은 아주 좋았다. 내가 서른 살 넘어 한 경지에 이르러 한 무리 사람 위에 서며 돈 또한 부족함이 없을 거란다. 그런 데다 앞으로 일어날 두세 사실을 들었다. 내가 높은 곳에 이른다느니 돈을 많이 번다느니 하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십 년 뒤 오.. 2022. 12. 29.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155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