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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 및 캠핑

[리뷰] 문화유산스탬프투어: 김포 장릉 기행

by noh0058 2022.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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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면 어쩌지

 

정말 긴 페이스로 느긋하게 진행 중인 문화유산 스탬프 투어.

광화문을 시작으로 종묘, 창덕궁, 전주, 남한산성.

제주도, 한국의 집 수원화성까지 한 1년 동안 그럭저럭 쏘아 다닌 기분입니다.

 

단지 페이스가 느긋하다 보니 문득 드는 생각.

만족스럽게 모으기 전에 끝나면 어쩌지...? 하는 건 피할 수 없네요.

뭐 숙제도 아니고 기간한정 퀘스트도 아니고 못 마친다고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니지만요.

하지만 이런 건 마음의 문제라고도 생각합니다. 자존심이니 자존감 따위니가 걸린.

 

그런 만큼 초조함이나 조바심 따위도 조금은 느꼈습니다만...

예상치 않게 이래저래 바빠진 통에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늦게 다음 도장을 찍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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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장릉

 

다음으로 선택한 곳은 김포에 위치한 장릉.

중앙선-> 공항철도 -> 골드라인에 이르는 제법 번거로운 루트입니다.

공항철도는 이전에 김포 공항 갈 때 타본 적이 있는데 골드라인은 처음이네요.

평일 오전이라는 한가한 시간임에도 북적이는 게 좀 신기했습니다.

괜히 지옥철이 아닌가 보군요.

 

 

그렇게 도착한 풍무역.

사실은 시청 앞인 사우역에서 내려야 했습니다만 이놈의 덜렁이 기질 때문에 엉뚱한 곳에서 내려버렸습니다.

 

그것도 모른 채 오르는 동안 든 생각은 에스컬레이터 참 길다, 정도.

어떤 역이었는지는 이제 기억 안 나는데 어릴 적에 진짜 엄청 높은 에스컬레이터에 탄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 긴 에스컬레이터 볼 때마다 흠칫흠칫하는데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폰도 떨어트릴까봐 무서워서 주머니에 꼭 넣고 미동도 않은 채 올라야 했네요.

 

이번에도 역 주위 사진은 없고 사진이 점프.

마을 버스서 내려 걷다 찍은 사진인데 참 위치가 독특하더라고요.

좌측엔 공단 우측엔 길게 뻗은 공동묘지.

양기와 음기가 서로 충돌하는 지점이 이런 게 아닐지 싶습니다.

 

 

 

도착하면 바로 표식이 보여서 길을 헤맬 일은 없습니다.

오는 내내 사람 한 명 못 마주쳤는데, 루트가 잘못된 건지 제법 나들이객이 엿보이기 시작합니다.

분명 제가 원래 가야 했던 사우역 쪽에서 오신 분들일 테죠.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만큼 이런저런 설명도 열심히 되어 있습니다.

단지 이전에도 말한 것처럼 단련되지 않은 문화적 감수성 탓에 무어라 그럴싸한 감개가 잘 나오지 않네요.

매번 한탄만 하고 발전은 없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그... 찍었을 땐 몰랐는데 이제보니 영 실루엣이 묘하네요.

후드가 절묘하게 삼각이라 무슨 난쟁이 마법사나 영 엉큼하게 보이네요.

다시 찍을걸...

 

입장료는 대인 1000원.

저는 아슬아슬하게 생일에 걸쳐서 아직 만24세인지라 무료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매번 말하지만 역시 젊었을 때 하나라도 더 보는 게 이득이지 싶네요.

 

 

스탬프는 매표소 바로 앞에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곧장 도장을 찍고 다행히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하는 묘한 안도감 따위에 휩싸입니다.

그렇게 이제 느긋하게 구경이나 해야지 싶었던 순간...

 

옆에서 발견된 의문의(?) 책자 하나.

어라?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녹색인데? 하고 들어 보니...

 

업그레이드 되어 있다고...!?

펼쳐보니 도장마다 따로 위치가 지정되어 있고 디자인도 훨씬 이쁘게 되어 있습니다.

더군다나 더 중요한 건 장소가 늘었어요.

사진 찍는 걸 까먹었는데 도장 찍는 부분이 없던 강원도 쪽에 속초라던가 추가 스탬프가 설치되었습니다.

 

당시의 감정은 뭐라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일단 뭐, 끝나진 않겠죠 네. 새로 업뎃도 됐는데 한동안 이벤트가 끝날 일은 없겠죠.

그런데 새로운 구역까지 늘어난 건... 이건...

아직 깨지도 않은 게임의 후속작이라도 접해버린 기분이네요.

 

뭐, 당장의 목적 자체는 어디가 됐든 20개를 찍는 거니까요.

하물며 녹색 쪽에 찍어 놓은 건 새로 발행된 거엔 안 찍혀 있고요.

당장 해야 할 일은 다르지 않긴 하지만...

언젠가는 다 가보겠다고 생각한 마음은 좀 꺾여버린 기분입니다.

 

설령 하얀 걸로 열심히 쏘다니더라도 그 사이에 또 새로운 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그나저나 이거 다 따라 다니다간 그냥 전국팔도 방방곡곡 다 돌아다니게 되는 걸까요.

이쯤 되면 차라리 진지하게 각 잡고 글 써서 책이라도 내볼까...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뭐 각설하고 장릉 쪽을 돌아봅니다.

기본적으로 길이 잘 포장되어 있는지라 걷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또 나무 숲 조성이 잘 되어 있어서 나무는 정말 원없이 볼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릉 자체도 그리 넓은 편은 아니라서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정도면 다 돌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가벼운 산책에 딱 맞는 조건이네요.

 

 

연못은 혹독한 겨울 앞에 꽝꽝 얼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비교적 가까이까지 갈 수 있었네요.

아예 중앙의 자그마한 섬(?)까지 가볼까 했으나 중간에 얼음이 깨질까 무서워 참기로 합니다.

쫄보는 도리가 없네요.

 

릉 자체도 걸어서 5분이면 나오는지라 금세금세 보고 올 수 있었습니다.

멀리서 길에 뭔가 작은 게 놓여 있길래 혹여 출입금지인가 했는데...

되려 왼쪽은 비워두고 오른쪽이 왕 가는 길이란 친절한 표시였습니다.

그 말을 따라 오른쪽을 척척 걸어가 봅니다.

 

 

 

안에는 제사상 그림과 제사 방법 따위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별 건 아닌데 제사상 그림 보니 가볍게 PTSD가 오네요.

집안이 제사가 잦은 집안이라서 할아버지께 이런저런 잔소리를 들은 게 떠올라 버렸습니다.

이젠 뵐 수 없게 되었는데 당신께서 만족하실 만큼 제삿상을 잘 놓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어쩌면 매번 뒤에서 혀를 끌끌끌 차고 계실지도 모를 일이겠습니다.

 

안에는 제삿상과 어떤 상인지 간소하게 적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건 행사를 안 할 때에도 목업(?) 같은 걸 차려놓으면 좋을 거 같은데 말이죠.

 

 

허한 느낌도 안 들고 알기도 쉽고요.

수원화성 쪽이 이런 면에선 참 좋았는데요.

하기사 원종께서 찾아와 숟가락 꽂았다 띡하고 튕기면 불쾌하실 거 같긴 하네요.

요즘 이래저래 잡음도 많은데 노여움 샀다 무슨 일 생길지 모르니까요.

그냥 가기 뭐 해서 묘 사진 한 장.

 

내려와서 잠시 걸으니 다시 위치 안내판이 보입니다.

이게 진짜 사진을 크게 잡아놔서 그렇지 위치가 훅훅 바뀝니다.

릉에서 한 3분 걸었나 했는데 그림상으론 저만큼 움직였으니 알만도 합니다.

 

 

그렇게 걷고 있자니 앞에서 한 어린아이와 아버지가 걷고 있습니다.

한 대여섯 되어보이는 애인데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은지 또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입을 쉬지가 않네요.

 

"나무에는 왜 구멍이 나있어?"

"도토리랑 벌레는 왜 이렇게 많아?"

"얼음 얼었으니 스케이팅 타러 가야겠다."

"여기 길 위에 깔린 건 다람쥐 이불이야?"

"나는 언니니까 밟아도 되는데 아빤 어른이라 안 돼."

 

그런 걸 들으면서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마냥 귀여운 한 편으로 사실 부럽기까지 합니다.

몇 번인가 말했지만 제가 문화적 감수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서요.

 

릉도 봤고 산책로도 크지 않아서 별로 할 게 없네~ 보람이 없네~

싶은 차에 마침 아이를 봐버린 셈이죠.

나한테도 저런 시기가 있었을까 싶고, 또 지금은 왜 안 그런가 싶고.

노력만 하면 저렇게 될 수도 있을 듯 또 안 될 듯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길이었습니다.

음... 겨울이라 보니 좀 센치해지는 모양이네요.

 

 

저수지 쪽도 꽝꽝 얼어 있습니다.

주위 관광객들 말 주워 들으면 날 좋은 날엔 오리도 볼 수 있다는 모양인데 그건 좀 아쉽네요.

작은 게 되려 한 눈에 들어오는지라 좋은 광경이 됐을 거 같은데 말이죠.

 

 

재실서도 이렇다 감흥 있는 걸 찾지 못하고 석상의 배웅을 받은 채로 장릉을 뒤로 합니다.

어음, 마무리가 이래도 되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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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동 멸치국수

 

 

 

돌아가는 길에 가볍게 점심 한 끼.

시간이 시간인지라 마땅히 혼밥할 데가 없어서 조금 곤란하던 차였습니다.

괜찮아 보이네 싶었던 데는 마침 죄 브레이크 타임이기도 해서요.

 

약간 마지못해 들어간 구석인데 뭐, 그냥저냥 만족스레 먹고 돌아 온 거 같습니다.

7000원에 저 구성이면 비싸다면 비싸고 싸다면 싸고 좀 애매하긴 하죠.

그래도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는 구성을 좋아하는 입장에선 괜찮았던 거 같습니다.

제육볶음이 고기가 적은 게 조~금 아쉬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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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못난 글을 어찌하리오

 

위에서도 적었지만 정말 우와 별 거 없었네, 싶은 참이네요.

보고 왔을 때도 지금도. 세계문화유산에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기는 한데...

감수성 운운은 어찌 되었든 없는 말을 꾸며 쓰는 것도 썩 취향에 맞지 않아서요.

 

사실 점심 먹고 다시 풍무역 쪽으로 걸어서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갔습니다.

마트류서 아이쇼핑을 하는 걸 좋아하는지라 잘못 내린 주제에 괜찮은 데를 찾았네, 싶을 정도였지.

문제는... 그래버리니 트레이더스 비중이 더 커져버리네요 ㅋㅋㅋ

뭔가 주객전도 같아서 싹 날려버렸습니다.

 

마무리라 뭐 하지만 중간 환승역인 홍대입구서 구매한 시나모롤 보고 가시죠.

역 중간에 위치한 비대면 중고거래? 어쩌고서 발견한 녀석입니다.

 

사실 갈 때 딱 보고 와 이쁘다... 생각했는데 어째 하루 종일 머리를 떠나질 않아서요.

만약 집에 갈 때까지 남아 있으면 내 거다, 이건 운명이다(아님) 하는 생각에 업어왔습니다.

털복숭이 아저씨가 들고 다니는 꼴이 제법 우습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 잘 샀다고 만족스레 사왔습니다.

3만 5천원 주고 샀는데 인터넷 중고 거래론 2만원도 안 하는 거 보고 좀 절망하긴 했습니다만...

떠돌아 보고 볼 일이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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