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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여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요즘 세상은 남자가 만든 제도나 습관이 지배하고 있으니 남자와 여자 사이에 굉장히 불공평한 점이 있다. 그 불공평함을 정정하기 위해서는 여자들이 세상 일에 관여해야만 한다. 하지만 불공평이란 게 꼭 남자만 이득을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내게는 여자 쪽이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스모가 그렇다. 우리는 여자의 나체를 쉽게 볼 수 없지만, 여자는 스모를 보러 가기만 하면 언제나 듬직한 남자의 자체를 볼 수 있다. 이게 여자가 이득을 보고 남자가 손해를 보는 경우지 싶다. 스모의 이야기로 떠오른 것인데, 언젠가 '인간'이라는 잡지 표지 두 장을 경시청 사람에게 보인 적이 있다. 하나는 여자의 나체화라 허가받지 못 했다. 또 하나는 남자의 나체화이니 허가해줄 수 있다고 한.. 2021. 2. 22.
여신선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먼 옛날, 중국의 한 시골에 서생 하나가 살았습니다. 중국 서생이니 역시 복숭아꽃 핀 창문 아래에서 책만 읽었겠지요. 그러자 그 서생의 집 옆에 한 젊은 여자 하나가――그것도 아름다운 여자 하나가 하인 하나 쓰는 법 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서생이 그 젊은 여자를 의아해한 건 말할 필요도 없지요. 실제로 여자의 신원을 시작으로, 당최 무얼 하고 지내는지도 아무도 알지 못 했으니까요. 어느 바람 없는 봄날 저녁, 서생이 밖에 나와 있자니 이 젊은 여자의 큰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디선가 닭이 느긋이 우는 와중에도 참으로 시끄럽게 들려오는 것입니다. 서생은 무슨 일인가 싶어 그녀의 집 앞으로 가보았습니다. 그러자 눈썹을 올린 여자가 나이를 먹은 나무꾼을 붙잡은 채로 백발 머리를 퍽퍽 때리고 있지 뭡니까. 심지.. 2021. 2. 22.
나가사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마름모꼴의 연. 샌트 몬타니의 하늘에 걸린 연. 하늘하늘 몇 개나 날리는 연. 길거리에 줄지은 여름밀감이나 바나나. 돌길의 햇살에 붉어진 분위기. 마을 한가득 나는 제비. 마루야마 둘레를 두른 버드나무. 운하에는 돌로 된 메가네바시. 다리에는 오가는 밀짚모자――이다금 헤엄치러 오는 집오리 한 무리. 하얀 털을 햇살에 드러낸 집오리 한무리. 난킨테라 돌계단의 도마뱀. 중화민국의 깃발. 연기를 내뿜는 영국의 배. '항구를 둘러싼 산의 젊은 잎에 빛이……' 정수리가 벗겨진 사이토 모키치. 로티. 쉔 칸. 나가이 가후. 마지막으로 '일본 성모의 절' 내부의 어머니 마리아. 보리 이삭에 섞인 도깨비부채. 빛이 없는 대낮의 촛불. 창밖에는 먼 샌트 몬타니. 산 위 하늘에는 역시나 마름모꼴의 연. 키타하라 하쿠슈가 .. 2021. 2. 22.
이누카이 군에 관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누카이 군의 작품은 대부분 읽어 보았다. 또 내가 읽은 작품은 하나 같이 느슨한 면이 없다. 전부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 만약 결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정성을 들인 나머지 암시하는 힘이 빠져 있단 점일까. 또 이누카이 군의 작품은 모두 부드럽게 아름답다. 이런 부드러운 아름다움은 다른 작가들에게선 찾아보기 어렵다. 나는 그 점에서 젊은 버드나무 한 그루를 느꼈다. 언젠가 나는 일을 하던 이누카이 군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본 이누카이 군의 얼굴은(만약 실례가 아니라면) 여자와 몸을 섞은 뒤만 같았다. 나는 이누카이 군을 떠올릴 때마다 반드시 그 얼굴을 떠올린다. 동시에 이누카이 군의 작품이 참으로 정성스레 만들어지는 게 우연이 아니지 싶다. 이누카이 군에 관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누카이 군의 작.. 2021. 2. 22.
모모타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옛날 옛날, 먼 옛날. 어떤 깊은 산 안쪽에 커다란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크다는 말로는 부족할지 모르다. 이 복숭아 가지는 구름 위로 뻗었고 뿌리는 대지의 밑바닥에 자리한 황천에까지 미쳤다. 듣자 하니 천지개벽의 때, 이자나기노미코토는 여덟 개의 번개를 물리기 위해 요모츠히라카사에 복숭아 씨앗을 뿌렸다고 한다――그 신화 시절의 복숭아 열매가 이 나무가 된 셈이다. 이 나무는 세계의 여명 이후로 만 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만 년에 한 번 열매를 맺었다. 꽂은 진홍 꽃봉오리에 황금 술을 지녔다고 한다. 열매는――물론 열매 또한 큼지막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신비한 건 그 열매의 중심에 아름다운 갓난아기를 한 명씩 절로 품고 있다는 점이었다. 옛날 옛날, 먼 옛날. 이 나무는 산골짜기를 덮은 가.. 2021. 2. 22.
서적 디자인에 관한 내 생각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일본처럼 기계를 이용할 수 없는 곳에서는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어찌 됐든 아름다운 디자인의 책이 나오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디자이너, 인쇄공, 서점 등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일반적인 디자인 비용 이상의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현행 디자인보다도 훨씬 아름답게 가능할 터입니다. 그 점에서는 오아나 류이치 디자이너를 얻은 점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마치겠습니다. 2021.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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