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전체 글1349 [리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12월에 하나, 1월에 하나 첫 감상은 시큰둥했다. 제목으로 보나, 예고편 스타일로 보나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식 극장판의 일종이지 싶었기 때문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니,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아래에서 볼까' 같은 부류의 작품 말이다. 재미야 있겠지만 굳이 극장까지 가서 찾아볼 필요는 있을까 싶었다. 그러던 중 12월에 영화 '조제'가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듣자하니 극장판 '조제, 호랑이~'와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단다. 원작이 있다는 사실은 이때 알았다. 더군다나 그 원작이란 게 2003년에 이미 한 번 영화화가 되었고 굉장히 명작이라는 듯했다. 요컨대 소설 하나가 영화화, 한국판 리메이크, 극장판 리메이크까지 이뤄진 셈이다. 아, 뭐가 됐든 평범한 작품이지는 않겠구나 .. 2021. 4. 5. 백로와 원앙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2, 3년 전의 여름이다. 나는 긴자를 걸으면서 두 여자를 발견했다. 그것도 평범한 여자는 아니었다. 놀랄 만큼 예쁜 뒷모습을 한 두 여자를 발견한 것이다. 한 명은 백로처럼 가늘었다. 다른 한 명은――이 설명은 조금 성가시다. 본래 예쁜 모습이란 건 통통한 사람보다도 초췌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 듯하다. 하지만 한 명은 뚱뚱했다. 평범하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살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몸의 조화를 조금도 훼손하지 않았다. 특히 허리를 휘두르듯 유유히 걷는 모습은 원앙처럼 훌륭했다. 한 쌍을 이루는 줄무늬 기모노에 여름용 오비를 두르고, 당시에 유행했던 망을 걸친 한 쌍의 파라솔을 든 걸 보면 자매 관계일지 모르겠다. 나는 마치 이 두 사람을 무대 위에 세운 것처럼 갖은 면과 선을 감상했다. 본래 여.. 2021. 4. 4. 연못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연못 옆을 걷고 있다. 낮인가 밤인가. 그마저도 알 수 없었다. 단지 어디선가 왜가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덩굴로 뒤덮인 나뭇가지 사이로 옅은 빛이 감도는 하늘이 보였다. 연못은 내 키보다 큰 갈대가 수면을 뒤덮고 있다. 물도 움직이지 않는다. 마름도 움직이지 않는다. 물 밑바닥에 사는 물고기도――물고기가 이 연못에 살기는 하는 걸까. 낮인가 밤인가. 그마저도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요 대여섯 날 동안 이 연못 옆만을 걸었다. 추운 아침 햇살의 빛과 함께 물냄새나 갈대 냄새를 몸에 두른 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비개구리의 목소리가 덩굴에 뒤덮인 나뭇가지에서 하나하나 작은 별을 부른 기억도 있었다. 나는 연못 옆을 걷고 있다. 연못에는 내 키보다 큰 갈대가 수면을 뒤덮고 있다. 나는 먼 옛날.. 2021. 4. 3. [리뷰] 롯데리아 치즈 No.5(치즈 넘버 파이브) 가끔(혹은 자주?) 뭐가 새로 나왔단 말을 듣고 찾아가 보면 허탕칠 때가 많습니다. 어제는 매운 찰떡 아이스랑 붕어싸만코, 더위 사냥을 찾아다녔는데... 거의 두 시간을 뒤져도 찾을 수가 없더군요. 아이스크림 매장 대여섯 곳, 편의점 또 대여섯 곳. 역시 서울 아니면 구하기 힘든 건지 뭔지... 그런 의미에서 프렌차이즈는 편합니다. 지점"만" 있으면 바로 먹어볼 수 있단 뜻이니까요. 굳이 지점만이라고 강조하는 이유야 뭐. 맥도날드 피시버거를 먹으러 옆 동네까지 가기는 애매하니까요. 오늘도 동네 유일픽 롯데리아입니다. 치즈 넘버 5 치즈. 한국인의 좋은 친구죠. 어쩔 때는 김치 다음으로 아니, 김치 만큼이나 먹는 듯합니다. 원래 치즈 관련 메뉴가 많은 롯데리아지만,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저격합니다. 다섯 .. 2021. 4. 2. 서쪽의 사람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 이 사람을 보라 나는 이래저래 십 년 전부터 예술적으로 그리스도교――특히 가톨릭교를 사랑하고 있다. 나가사키에 자리한 '일본 성모의 절'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나는 키타하라 하쿠슈 씨와 키노시타 모쿠타로 씨가 뿌린 씨앗을 주운 까마귀에 지나지 않는다. 또 몇 년 전에는 그리스도교를 위해 순직한 교도들에게 흥미를 느꼈다. 순교자의 심리가 내게는 갖은 광신자의 심리처럼 병적인 관심을 쥐여준 셈이다. 나는 그제야 네 전기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한 그리스도란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오늘의 나는 그리스도를 길거리의 사람처럼 볼 수 없다. 어쩌면 그 사실은 서양 사람은 물론이고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웃음을 살지 모른다. 하지만 19세기 말에 태어난 나는 그들이 보기에는 질린――되려 넘어트리는 .. 2021. 4. 2. 타니자키 준이치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초여름 오후, 나는 타니자키 씨와 칸다 외출을 나섰다. 타니자키 씨는 그 날도 검은 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장대한 옷깃 장식에 상징적인 로맨티시즘을 느꼈다. 물론 이건 나뿐만이 아니다. 길거리 사람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나와 같은 인상을 받았으리라. 엇갈리면서도 다들 뚫어져라 타니자키 씨의 얼굴을 보았다. 하지만 타니자키 씨는 도무지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건 자네를 보는 거지. 미치유키같은 걸 입으니까." 나는 마침 여름용 외투를 대신해 아버지의 미치유키를 빌려 입고 있었다. 하지만 미치유키는 다도 스승도 보다지의 스님도 입는다. 대중의 눈을 끈 건 분명 한 송이 장미꽃을 닮은 비범한 넥타이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타니자키 씨는 나처럼 로직을 존중하지 않는 시인이기에.. 2021. 4. 1. 이전 1 ··· 202 203 204 205 206 207 208 ··· 225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