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내게 놀러 오는 사람이 내가 모르는 새에 나를 비평하는 소논문을 쓴 걸 우연히 잡지나 신문서 발견할 때에는 정말로 의외이곤 하다. 그 논리고 타당한지 부당한지는 어찌 되었든 어쩐지 섭섭하며 배신과 비슷한 느낌마저 받는 건 정말 나뿐일까. 이번에 카이조샤에서 이부세 씨의 작품집이 출판된다니 그에 관해 무어라 적으라는 카이조샤 M 군의 말을 들었는데 정말 곤란하다. 우리 집인 도쿄부 미타카쵸의 꽤나 알기 어려운 구석에 놓여 있어서 일부러 집까지 찾아 오는 건 꽤나 고생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M 군은 굉장히 고생하여 우리 집을 찾아 땀을 닦으며 "뭐라도 하나, 이부세 씨에 관해 적어주시겠습니까"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말로 송구하며 곤란한 일이었다. 나는 이제까지 이부세 씨께 큰 신세를 졌다. 이제 와서 이부세 씨에 관해 무언가를 적기도 어렵다. 전에 한 번 이부세 씨에 대해 다루었다가 이부세 씨께 "이제 쓰지 마라"란 말을 듣고 나도 "안 쓸게요"하고 약속하기도 했다. 도무지 쓰기 어려웠다. 하지만 M 군은 먼 길서 찾아와 나보고 쓰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약한 남자이다. 딱 잘라 거절하지 못했다. M 군의 활달한 인덕도 내가 거절하지 못하게 한 원인 중 하나인 듯하다. 어찌 됐든 나는 받아들였다. 써야만 한다. 이부세 씨,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무얼 쓰면 될까. 십수 년 전, 나는 도쿄에서 나와 곧장 이부세 씨의 댁을 찾았다. 당시의 이부세 씨는 마르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계셨다. 눈이 정말로 컸다. 점점 살쪘다. 하지만 그 무서움은 아직 간직하고 계시다.
이런 일을 쓰면서 나는 나의 형편없는 기술에 스스로 짜증이 났다. 고작해야 서너 장으로 이부세 씨를 묘사하는 건 볼품없는 내가 해낼 수 있을 리 없다.
"나는 요즘 들어 사람을 너무 몰아붙이려 하지 않는다. 도망칠 구석을 하나 만들어주지 않으면――" 눈을 껌뻑이는 특유의 버릇과 함께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요즘 이부세 씨는 남의 아픈 구석은 잘 건드리지 않는 듯하다. 너무 잘 알게 되어 되려 건들지 않게 된 걸지도 모른다. 그런 이부세 씨를 보고 이부세 씨는 무르다고 얕보았다간 큰 코 다칠지 모른다.
일단 이번에는 이 정도로 용서해주시길. 도무지 적기 어렵다. 참 볼품 없는 문장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때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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