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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

작은 소리 - 다자이 오사무

by noh0058 2022.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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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을 수밖에 없다. 나는 바보같이 믿는다. 로맨티시즘으로, 꿈의 힘으로. 난문을 돌파하려 마음먹고 있을 때 관둬관둬, 허리춤 끈 풀렸다. 그런 불쾌한 충고는 할 게 되지 못한다. 믿어주며 따라가주는 게 가장 올바르다. 운명을 함께 하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믿는 능력이 없는 국민은 패배한다. 조용히 믿고 조용히 생활하는 게 가장 옳다. 남 일로 쫑알거리느니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생각해보는 게 낫다. 나는 이번 기회에 나를 더 깊게 알아 갈 생각이다. 절호의 기회다.

 믿어서 패배하더라도 억울하지는 않다. 되려 영원한 승리다. 그렇기에 남한테 비웃음 당해도 치욕이라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아아, 믿어서 성공하고 싶다. 이 환희란!

 속는 사람보다도 속이는 사람이 수십 배는 괴롭다. 지옥에 떨어졌으니까.

 불평하면 안 된다. 조용히 믿고 따라가야 한다. 오아시스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로망을 믿어보자. '공영'을 지지해보자. 믿어야 할 길은 달리 없다.

 무름을 경멸하는 것만큼 간단한 일도 없다. 그렇게 사람들은 의외로 무름 속에서 살고 있다. 타인의 무름을 비웃으면서, 자신의 무름은 미덕처럼 여긴다.

 "생활이란 무엇인가요."
 "쓸쓸함을 견디는 일입니다."

 자기변호는 패배의 전조이다. 아니, 이미 패배한 모습이다.

 "패배란 무엇인가요."
 "악에 아양 떠는 일입니다."
 "악이란 무엇인가요."
 "무의식적인 구타입니다. 의식적인 구타는 악이 아닙니다."

 의논이란 왕왕 타협하고 싶은 정열이다.

 "자신이란 무엇인가요."
 "장래의 촉광을 봤을 때의 모습이지요."
 "지금의 촉광은요?"
 "그건 쓸 게 못되지요. 볼 품 없습니다."

 "당신은 자신을 지니고 있나요?"
 "지니고 있죠."

 "예술이란 무엇인가요."
 "제비꽃입니다."
 "하찮군요."
 "하찮지요."

 "예술가란 무엇인가요."
 "돼지 코지요."
 "지독하군요."
 "코는 제비꽃 냄새를 아니까요."

 "오늘은 조금 건방지네요."
 "아무렴요. 예술이란 순간순간의 기세로 만들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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