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 번역/사토 하루오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인가 - 사토 하루오

by noh0058 2021. 12. 19.
728x90
반응형
SMALL

 다자이 오사무는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이란 말을 남기며 죽었다 들었다. 이는 꽤나 중요한 유언이라 생각하니 나는 이를 해설하여 이부세 마스지가 다자이 오사무에게 나쁜 사람이었던 걸 뒷받침해주고 싶다.
 다자이 오사무는 역설적 표현을 즐겨 쓰던 남자였으니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이라 써져 있어도 나는 크게 기이하다 느끼지 않는다. 되려 "이부세 씨께는 오랫동안 신세를 졌습니다. 감사합니다"하고 적혀 있다면 되려 이상하게 여겼을 정도이리라. 또 다자이가 이부세를 정말 나쁜 사람이라 느꼈다면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이라는 단순하고 멋없는 표현으로 만족했을까. 여시아문의 필법으로, 그런 표현도 조금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부세 마스지는 다자이 오사무에게 그만한 독설을 할 가치도 없던 나쁜 사람이었던 게 분명하다. 나는 죽은 친구가 남긴 문장을 문자 그대로 올바르게 읽으려는 자이다.
 만약 다자이 오사무가 사토 하루오는 나쁜 사람이라느니 야마기시 가이시는 저능아라느니 썼다 가정하면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없다고는 못하리라. 그러니 다자이도 그런 말은 쓰지 않았다. 그게 다자이의 상식이다. 하지만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이라고 말해도 이부세 마스지가 양심의 가책을 느낄 리도 없고 또 사람 좋은 이부세 마스지를 알만한 인간이면서 다자이의 선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바보도 없는 걸 알고 다자이 또한 안심하여 이부세에게 마지막 어리광을 부릴 심정으로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이라 단언하였다. 이는 표면적인 해석이지만 그의 한 문장 속 담긴 진의는 결고 그만큼이나 단순하고 별 볼 일 없지 않다. 요컨대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이다. 적어도 그 문장을 쓸 당시의 다자이에게 이부세는 단순히 나쁜 사람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나쁜 사람이란 실감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고 다자이 오사무를 알며 또 이부세 마스지를 아는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때문에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과 인간을 위해 이걸 기록해두고 싶다. 그 탓에 이부세 마스지가 다시 민폐라 느낄 건 내 알 바가 아니다. 이부세 마스지는 건재하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사람들이 제각기 멋대로 판단할 수 있지 않은가. 무엇을 위해 다자이 오사무나 나의 변호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가.
 이부세 마스지는 적어도 당시의 다자이 오사무에겐 나쁜 사람으로 느껴졌다. 이 설을 긍정하기 위해 먼저 알아둬야 하는 건 이부세는 다자이 부부의 월하빙인이란 점이다. 내 기억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그마저도 형식적으로 의뢰받은 소위 중매쟁이보다도 좀 더 본질적인 월하빙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내 설은 여기서 시작한다.
 나는 생각한다. 다자이 녀석은 죽음을 결심하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아내나 아이가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다. 다자이는 그런 사사로운 일 따위 진작 초월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결코 그런 호걸은 아니다. 겉을 꾸미고 허세를 부리기 위해 그런 포즈를 취했을 뿐이지 실제로는 울보였을 뿐이다. 아쿠타가와상을 바라 울고, 마약 중독으로 진료 입원하는 게 싫다고 울었다. 그게 그의 문학이 가진 대중성이리라――정으로 가득 한 자가 근대적 분장이라도 하고 있다 해야 할까.
 때문에 그가 느낀(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소위 평범한 사람의 일생을 보낼 리도 없는 자신에게 평범하게 아내를 찾아주어 결혼시켜 중하감을 지게 한 이부세 마스지는 괜한 참견쟁이로구나. 그런 나쁜 사람만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한탄을 할 필요도 없이 쉽게 죽었을 텐데. 아내와 아이를 불쌍하다 느끼게 한(다자이는 이부세를 악당으로 만들어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 그렇게 느끼게 된 것이다. 때문에 여보, 자식들아, 이 나쁜 남편 이 나쁨 아버지를 용서해다오하는 심정을 고스란히 기록하기엔 부끄러웠던 다자이는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이다"란 표현의 그림자에 담은 것이다. 그 한 줄서 이만한 함의를 읽어내고 이 심리적 비약과 사실 왜곡을 알 수 없어서는 결국 다자이 문학도 이해할 수 없다.
 다자이의 결혼을 아는 사람에겐 알기 쉬운 수수께끼니까 아내나 이부세는 이 한 줄서 곧장 알 수 없으리라. 아니, 막상 쓰고 보니 바로 알면 그마저도 부끄럽고 표면의 문자가 마음에 걸려 찢어버린 걸 테지. 다자이 스스로도 자기 문학의 진정한 독자가 어떨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땅에 묻힌 다자이도 이런 괜한 해설을 한 걸 알면 사토 하루오는 나쁜 사람이라며 분개할지 모를 일이다.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