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 시기일지 모르니까
가족 다 같이 쉬는 날이 늘면서 부쩍 함께하는 시간도 는 거 같습니다.
그간 미적지근하던 부모님이나 동생도 비교적 적극적이네요.
어쩌면 모종의 직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들은 연세 드시면서 이전 같지 않죠.
자식들도 곧 본격적으로 바빠질 시기입니다.
이때 아니면 언제 하나... 하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네요.
뭐 제 추측일 뿐이니 실상은 다를 수 있지만요.
그 덕에(혹은 그 탓에) 정말 잘 먹고 다닙니다.
저엉말 잘 먹고 다녀서 몸무게의 압박감이 극심하네요.
운동... 해야 되는데 항상 생각만 합니다.
그 와중에 햄버거는 꾸준히도 먹습니다.
정말 답이 없어요.
다시, 경복궁
그 와중에 찾은 곳은 경복궁.
얼마 전에도 비슷하게 글을 쓴 적이 있죠.
문화 유산 스탬프 투어의 시작으로요.
사실 그때는 경복궁 내부엔 들어가지 않았으니까요.
이번에야말로 진짜 경복궁 기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동생이 길을 선도합니다.
무슨 생과방이라나...
다과를 즐길 수 있다는데 딱 보니 인스타 갬성 뿜뿜.
그래도 뭐, 가족 다 같이 간다는데 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순순히 동행합니다.
종묘와 창덕궁 때도 그랬지만 24세 미만은 입장료 무료.
이번에도 젊음 만세입니다.
혹시 모르니 미리 무료 입장 리스트를 쫙 찾아 볼까 싶기도 합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셔야죠.
일단 예약부터 하고 볼 일이라는 게 동생의 말.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걸음부터 서두릅니다.
충분히 일찍 나온 거 같은데 한참 늦었다네요.
그렇게 도착한 생과방.
한산한데 이미 예약이 꽉꽉 차있어서 족히 서너 시간은 기다려야 한답니다.
한참 늦었다는 동생 말이 맞은 셈이죠.
그나마 광복궁도 둘러 보고 정 안 되면 서울 구경이라도 하잔 심정으로 일단 나옵니다.
메뉴판입니다.
이때는 비밀을 몰랐죠.
뭐 먹을까 다 먹을까 즐거운 고민만 했는데...
길조인 까치 바겐 세일도 보고...
누가 그린 건진 몰라도 토끼랑 거북이 낙서도 보고...
일단 신무문을 통해 밖으로 나옵니다.
이쪽 방면으로 나오는 건 처음인 거 같네요.
다들 목도 마른 거 같아서 물을 축일 겸 편의점을 찾기로 합니다.
그런데 별 생각 없이 찾아 온 곳이 생각보다 엄청 으리으리하네요.
빵이나 튀김 파는 거야 이제는 놀랄 일도 아니라지만 에어팟을 비롯한 애플 기기가 놓여 있는 건 또 처음 보네요.
편의점에서 이런 게 잘 팔리는 걸까요?
길 가다 갑자기 에어팟 프로가 필요한 일이 생긴다던가...?
심지어는 편의점이 2층까지 있습니다.
이쯤 되면 동네 변두리 작은 마트보다도 크지 않을까 싶네요.
서울이 무서운 건지 이 가게가 무서운 건지...
2층에도 물품 가지 수가 꽤 많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용인지 기념품도 있고 주로 즉석 식품이 많더군요.
셀프 계산대도 있어서 쉽게쉽게 구매를 하고...
옆에 자리한 좌식 자리에서 먹으면 되는 듯합니다.
사진 찍는 걸 잊었는데 옆에는 거실 테이블 같은 거도 놓여 있네요.
이렇게 먹으라고 판을 깔아 놓으니 별 수 있나요.
간단히 물만 먹으려던 거 가족 다 같이 간식까지 먹습니다.
김밥, 주먹밥, 컵라면... 돼지 되기 딱 좋네요.
그런 와중에 발견한 묘하게 익숙한 물건 하나.
한참 진행 중인 문화 유산 스탬프 투어.
그런데 지도나 스탬프 투어 자체는 봤어도 이런 책자는 또 처음이네요.
안에 펼쳐 보니 도장 찍는 곳 설명 이외에도 주변에 갈만한 곳까지 잘 적혀 있습니다.
그 와중에 한국판만 쏙 빠져 있는 것도 여전하군요.
이걸 가져 가도 되나... 하고 생각했는데 점원에게 물어보니 바로 옆 관광 안내소에 있다네요.
퀄이 꽤 좋아서 값을 치를 각오까지 했는데 다행히 무료랍니다.
번역 공부 겸 해서 한국판과 일본판을 받아 왔네요.
대기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어 어슬렁어슬렁 주위를 둘러봅니다.
저번에 댓글로 누가 근처도 볼만한 게 많다는데 정말 그렇네요.
베스킨 라빈스나 뉴 발란스도 주위 분위기에 맞춘 외관을 하고 있는 게 보기 좋습니다.
독립 운동가 그림 그려진 벽도 보고...
감자 음식을 좋아해서 중간에 들러 본 감자칩 가게.
허니 버터 시즈닝이 뿌려진 감자칩인 듯한데, 시판 가자와 달리 딱 적절하게 달콤하고 고소해서 괜찮습니다.
식감도 식판 과자와 딱딱하기만 한 여타 수제 감자칩 사이의 중간 정도로 괜찮네요.
이빨 안 좋으신(그놈의 담배...) 아버지께서도 잘 드셨습니다.
반대로 고구마칩은 별로였습니다.
맛도 딱 시판 과자 느낌이고 딱딱하기도 하고.
다음에는 감자칩만 두 개 사먹을 거 같네요.
길 가다 나온 덕성여자고등학교.
저희 어머니 모교기도 합니다.
정작 본인은 왜 여기서 나오냐고 놀라셨지만...
더 둘러 볼까 하다가 대기 숫자가 애매해져서 일단 다시 돌아 옵니다.
개인적으론 더 보고 싶은데 나중에 따로 와서 둘러봐야겠네요.
마침 수문장 교대식 중이어서 잠시 구경합니다.
어머니가 (기념품 가게가) 보고 싶다고 다시 찾은 국립고궁박물관.
잘못 해석한 자식들은 괜히 1층을 둘러보게 해 지루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 와중에 2층으로 올라 오니 지도는 빠져 있고 책자가 놓여 있네요.
아무래도 새로 만든지 얼마 안 된 듯합니다.
그리고 다시 나가려는데... 갇혔습니다.
별일이 다 있네요 정말.
사실 기념품 옆 카페 출구로도 나갈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박물관 1층 락커에 짐을 두고 와서요.
혹시 그거만이라도 찾아서 나갈 수 없냐고 물으니 안 된답니다.
결국 기념품 가게 옆 카페에서 꼼짝 없이 시간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했네요.
그렇게 다시 찾은 생과방.
생각해 보면 제목이 생과방인데 이제까지 생과방 이야기가 없었네요.
여하튼 메뉴판의 비밀을 이때 알게 됩니다.
네... 다 팔린 건 뒤집어서 품절 표시를 해놓더라고요.
한 종류씩 다 먹어 보겠단 꿈은 여기서 고이 접게 됩니다.
그나마 지짐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는 시각 오후 두 시...
심지어는 이때도 들어가지 못하고 본격적으로 생과방 문턱을 밟은 게 두 시 반.
생과방 예약하고 나서 바로 찍은 사진이 채 열 시도 되지 않은 아홉 시 오십 분이었으니까요.
족히 다섯 시간 가량의 웨이팅인 셈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시대가 좋아진 거 같기도 합니다.
웨이팅이라고 하면 무작정 줄 서는 것만 떠올렸는데 이제는 구경이라도 하면서 다닐 수 있으니까요.
줄 서서 다섯 시간? 동생이 아니라 동생 할아버지...는 어째 표현이 이상하네.
암튼 산신령 님이 와도 못 기다릴 거 같네요.
그림의 떡 아닌 창 너머의 떡, 화면 너머의 떡.
웃긴 건 그나마도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합니다.
리뷰를 보니 대여섯 시간 웨이팅하다 다과는 먹지도 못하고 차만 홀짝이다 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네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이상이 다섯 시간 동안 기다린 결과입니다.
가족 네 명이서 다과 네 개. 한 사람 당 하나씩.
딱히 구매 숫자가 제한된 건 아니었지만...
같은 거 많이 먹어봐야 의미도 없을 거 같고, 뒤에서 이나마도 못 먹을 사람도 있을까 싶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편의점에서 군것질도 많이 했는지라 다들 조심스레 먹기로 했네요.
차 메뉴는 아이스 오미자차.
너무 익숙한 느낌도 있지만 주전자에서 얼음발에, 얼음발에서 다시 찻잔으로 먹으니 그럴싸 하긴 합니다.
주전자 내용물은 얼음발 세 잔 정도.
얼음발은 다시 찻잔에 세 잔 정도.
다과는 몰라도 차는 확실히 가성비가 괜찮은 거 같습니다.
요만한 커피 하나에 사천 얼마 씩 받는 데가 워낙 많으니 원...
세트로 시킨 꽃지짐이.
원래 밀가루면 사족을 못 쓰는 타입인 거도 있지만 담백하고 쫀득하니 괜찮습니다.
달콤시큼한 오미자차랑 궁합이 좋습니다.
옆에 꽃도 꿀발라 놓은 거라 먹을 수 있습니다. 저만 먹었지만;;
아쉬운 건 맛이 좋은데 개별 메뉴로는 없어서 무조건 새 차랑 같이 시켜야 하더라구요.
또 먹어도 좋을 맛인데 이래저래 또 못 먹을 맛이란 건 아쉽습니다.
뭔 설명 써진 거랑 푯말을 같이 주는데 가져가도 되는 줄 알았는데 반납인 모양입니다.
지짐이 설명 써져 있는 건 가져 가도 된다 해서 책갈피로 쓰려고 챙겨왔네요.
생각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음... 쓰고 보니 나쁜 버릇이 도지는 거 같네요.
뭐든지 무난하게 말한답시고 밍숭맹숭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단적으로 말해 좋습니다.
안에 인테리어도 잘 해놨고 궁 한 가운데서 먹는 체험은 꽤 근사합니다.
열어 놓은 문 사이로 선선히 바람이 돌아오는 와중에 차갑게 식은 차로 목을 축이면 마치 신선 놀음이라도 하는 기분도 듭니다.
너무 긴 웨이팅만 아니면 데이트 코스나 가족끼리 가기엔 더할 나위 없는 장소라고 봅니다.
한 번에 많은 인원을 받지 못하는 데다 공간도 나눠 써야 하는 환경 때문에 그런 것도 있을 거 같네요.
마지막으로 저녁 먹을 곳을 찾아 향한 평양냉면집.
원래 가려던 곳이 브레이크 타임이라서~ 하는 이야기는 일전에 일기서도 했었죠.
일주일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평양 냉면은 와닿지 않습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으면 곧 죽어도 비빔냉면 먹을 거 같네요.
가족 사진
그래도 뭐, 이렇게 돌아보니 웨이팅이 길어진 덕에 더 많이 놀고 온 느낌도 드네요.
아마 금세 먹었다면 차만 마시고 점심 먹고 대충 집에 왔겠죠.
놀 거리, 볼 거리, 찍을 거리가 많은 하루였던 거 같습니다.
특히 블로그에야 올리지 못해도 이래저래 가족 사진 위주로 많이 찍고 왔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많이 찍어 보려고 노력 중이네요.
부모님, 특히 엄마는 그만 좀 찍으라고 타박도 하시지만요.
가능하면 좀 더 많이, 좀 더 오래 늘려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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